한앤코, 계약 이행 별개로 홍원식 회장 전방위 압박 예상 [남양유업 M&A 법정다툼]③지분·자산 이전 동결…거래 지연 손배소 가능성도
김경태 기자공개 2021-09-02 08:07:1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1일 12: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을 놓고 인수 예정자였던 한앤컴퍼니와 매도인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이 법정다툼을 예고한 가운데 향후 양측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앤컴퍼니는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주식 가처분 소송처럼 거래 목적물에 변동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데 최대한 집중할 전망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제기할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거론된다.한앤컴퍼니는 지난달 30일 입장문 발표를 통해 같은 달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홍 회장의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같은 날 한앤컴퍼니가 '전자등록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공시했다.
한앤컴퍼니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은 홍 회장이 제3자에게 남양유업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한앤컴퍼니는 이번 주식매매계약(SPA)상 거래 파기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홍 회장이 그간 예측불가능한 행보를 보인 만큼 계약 해지를 주장하며 새로운 원매자와 협상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실제 홍 회장은 1일 매수자 측에 계약해제를 통보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한앤컴퍼니와의 법적인 분쟁이 정리되는 대로 매각 절차를 다시금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법원이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주식 처분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홍 회장의 구상은 난관에 부딪히게 됐다. 법조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제기한 소송은 크게 2개다. 가처분 신청 외에 계약이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조계에서는 향후 한앤컴퍼니가 홍 회장이 남양유업이 보유한 자산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도 최대한 강구해 실행에 옮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입장문 발표 당시 매도자 측이 새로운 선결조건을 내세웠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주식 인수 예정자로서는 실행할 수 없는 일이며, 남양유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도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홍 회장은 "매수인은 53%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로서 결정할 수 없는 중대하고, 남양유업에 무슨 결정적 장애가 될 수도 있을 만큼의 무리한 것들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모두 쌍방의 합의가 됐었던 사항임에도 이를 침소봉대하여 발표한 것일 뿐"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시장에서는 양측 간 얘기가 오고갔을 것으로 관측되는 선결조건으로 향후 주식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권, 홍 회장의 자제들의 경영 참여, 백미당 등 사업부 분할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양유업 사옥에 주목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남양유업 사옥인 1964빌딩은 주식매매가격의 적정성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된 자산이다. 1964빌딩의 연면적은 1만5080㎡다. 최근 강남권역(GBD) 프라임오피스빌딩의 평(3.3㎡)당 매각가는 3600만원까지 나온 사례가 있다. 이를 1964빌딩 연면적에 단순 대입하면 1640억 정도로 추산된다.
1964빌딩은 남양유업의 100% 자회사인 금양흥업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홍 회장은 남양유업에서와 마찬가지로 금양흥업에 사내이사로 등재돼 있다. 이사회 구성원인 만큼 부동산 매각 결의에 참여할 수 있다.
대형로펌 M&A 전문 변호사는 "현재 상황에서 남양유업이 자회사인 금양흥업의 지분을 매각하거나 또는 금양흥업이 1964빌딩 매각을 시도하는 게 법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하지는 않다"며 "다만 매수자가 어느 곳이 되었건 (지분이나 부동산을) 적정한 가격에 팔지 않으면 배임 문제 등이 불거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앤컴퍼니가 가처분 소송 등을 통한 거래 목적물 변경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할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거래 지연으로 인한 금전적, 시간적 기회비용을 손실로 계산해 배상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한앤컴퍼니의 금전적 손해가 크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한 PE 운용사 고위관계자는 "7월말 해외 출자기관에 캐피탈콜(자금집행요청)을 한 뒤 자금을 받았다면 돌려줬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한앤컴퍼니의 경우 다를 수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딜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해외 출자기관에서 그간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해외 출자기관은 자금을 주는 순간부터 IRR 계산에 돌입하기 때문에 업무에 혼선이 불가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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