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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십 시프트]'관리종목' 동방선기, 세진重·일승 품에서 재기 노린다①김성호 회장, 95억에 경영권 지분 양도…조선 밸브류 중심 체질개선 기대

신상윤 기자공개 2021-09-06 08:20:32

[편집자주]

기업에게 변화는 숙명이다. 성장을 위해, 때로는 생존을 위해 변신을 시도한다. 오너십 역시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보다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거래를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물론 파장도 크다. 시장이 경영권 거래에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경영권 이동이 만들어낸 파생 변수와 핵심 전략, 거래에 내재된 본질을 더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2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 친환경 장비 전문기업 '일승'이 선박 배관 등에 특화된 '동방선기' 경영권을 인수한다. 모회사 세진중공업과 함께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 나선 일승은 사업적 시너지 확보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수익성 악화에 신음했던 동방선기는 조선업 경쟁력을 가진 일승과 세진중공업 품에 안겨 다가올 조선업 호황기를 앞두고 체질개선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닥 상장사 일승은 지난 1일 동방선기 최대주주 김성호 회장 및 오너일가와 경영권 지분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 등이 보유한 경영권 주식 259만391주 인수를 골자로 한다. 주당 3667.4원에 평가됐다. 기준주가(3242원)에 약 3.86%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었다. 전체 거래금액은 95억원이다.

한 달 뒤 잔금을 치르면 동방선기 최대주주는 일승(28.73%)으로 바뀐다. 다만 계약서에 '매수인의 특수관계자인 제3자와 공동으로 대상주식을 매수하고자 하는 경우'라는 문구가 포함돼 모회사 세진중공업의 지분 취득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와 관련 세진중공업 오너 2세이자 윤지원 부사장 등이 보유한 지분을 포함하면 지배력은 33.38%까지 늘어난다.

1994년 7월 설립된 동방선기는 선박 및 플랜트 배관 전문기업이다. 각국 선급협회 기준을 충족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내외 조선사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조선업 호황기에는 중국에 공장을 세워 사업을 확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대 중반 불어닥친 조선업 수주절벽을 피할 순 없었다. 연매출 200억원대 벽이 무너진 2017년을 기점으로 4년 연속 적자를 낸 동방선기는 올해 초 관리종목에 편입됐다. 최근 전방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를 늘려가며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지만, 산업 특성상 1~2년 뒤 매출로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가 보릿고개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동방선기는 매출액 94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전년동기대비 매출액은 23.4% 줄고, 영업손실은 59.1% 늘었다. 이 같은 경영악화에 김 회장의 승계 고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경영권 매각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경영권을 인수한 일승이 지난 5월 김 회장 등 오너일가 지배력을 위협하는 수준의 지분을 사들였던 점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관측된다. 일승이 경영권 인수 계약 전에 보유했던 동방선기 지분은 14.25%였다. 반면 동방선기 오너일가가 가진 지분은 18.26%다. 결국 김 회장도 지분 다툼 대신 동종업계이자 경쟁력을 가진 일승에 경영권을 넘기기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주체인 일승과 모회사 세진중공업은 조선업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게 됐다. 일승은 스크러버와 LNG 재기화 설비 등 조선 친환경 장비 전문기업이다. 세진중공업이 제작하는 초대형 블록 등에 장착돼 대형 조선사로 납품된다.

그동안 동방선기와 거래가 많지 않았지만 이번 인수를 시작으로 선박 밸브 관련 사업 등 다방면에서 시너지 창출에 나설 전망이다. 적자 경영에 신음했던 동방선기도 계열사와 함께 사업 시너지를 내 수익성 개선 및 경쟁력 강화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다음달 22일 동방선기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사회를 재편한다. 일승과 세진중공업 주요 인사들이 동방선기 이사회에 참여할 전망이다. 다만 동방선기의 전문경영인 홍존근 대표는 연말까지 임기가 보장됐다. 경영권 인수 후 통합(PMI) 작업에 협력하며 당분간 전문경영인 체제의 동방선기를 이끌 것으로 알려졌다.

일승 관계자는 "세진중공업와 일승 모두 동방선기의 선박 밸브 기술력을 높게 평가하고, 사업적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결정했다"며 "최근 조선업 수주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에는 조선업 턴어라운드가 기대되는 만큼 인수할 동방선기와 협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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