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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옥죄기 파장]카카오·케이뱅크, '총량'보다 '중금리' 신경시중은행 대비 넉넉한 성장 버퍼, 중저신용자 비중 맞추기에 우선순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9-09 07:35:08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8일 11: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기조에서 한발 떨어져 있다. 기업대출은 아직 취급하지 않고 있는 데다 기존 은행들에 비해 대출채권 규모가 작아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특수성 때문이다. 다른 은행들이 규제에 묶인 사이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하지만 이들도 나름대로 대출 성장 제한 가이드라인을 적용받아 무한정 몸집을 불릴 순 없다. 물론 '총량규제'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보다는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높여야 하는 미션이 공격적인 대출 성장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다.

올 6월 말 기준 카카오뱅크의 원화대출금은 23조1265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출 상품은 △비상금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신용대출 △개인사업자대출 △전월세보증대출 등으로 전부 가계대출로 구성돼있다. 원화대출금이 곧 가계대출을 의미한다. 그중에서도 신용대출이 16조4014억원으로 전체의 70.92%를 차지한다.

올 들어 반년 만에 가계대출은 13.85% 성장했다. 지난달 말 NH농협은행이 당국의 가계대출 증가율 권고 수준인 5~6% 선을 넘으면서 대출을 중단한 것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카카오뱅크는 이후에도 꾸준히 대출을 늘렸다. 7월과 8월에도 각각 전월 대비 3.52%, 2.39%의 가계대출 성장률을 보였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는 작년 말 대비 20.68% 증가한 수치다.

*출처=카카오뱅크

케이뱅크도 유사한 행보를 걷고 있다. 올 6월 말 원화대출금은 처음으로 5조원을 돌파해 5조900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 2조9900억원이었으니 반년 만에 70.23%나 늘어난 수준이다.

케이뱅크 역시 아직 상품군이 다양하지 않아 원화대출금이 전부 가계대출로 구성돼있고 신용대출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7월과 8월에도 각각 전월 대비 가계대출이 8.25%, 3.81%씩 증가하며 지난달 말 기준으로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은 91.3%에 달했다.

이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달리 가계대출을 늘릴 수 있던 건 '신생 은행'이란 특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2017년 4월과 7월 영업을 개시했다. 현재 은행권의 가계대출 규모가 900조원에 육박한다. 두 인터넷전문은행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했지만 가계대출은 합쳐도 30조원이 채 안 되는 만큼 영향이 아직 미미하다.

이들 은행에도 똑같은 가계대출 성장률 제한을 적용할 경우 대출채권 규모 차이가 커서 성장이 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에 시중은행과 비교해 여유로운 수준에서 대출을 늘릴 수 있도록 열어준 것으로 전해진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는 "당국에서 올해 가계대출 성장률을 5~6% 수준으로 맞추기로 하면서 각 은행마다 영업 한도와 관련해 총량규제 가이드라인을 내렸다"며 "인터넷전문은행은 아직 규모도 작고 실수요에 기반한 중저신용자에게 대출을 늘려야 하는 미션도 있어 시중은행만큼 타이트하게 관리받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출처=카카오뱅크

은행권 일부에서는 농협은행이 지난달 말 전세대출과 주담대 신규 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한 만큼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총량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가계대출이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이라고 무한정 대출을 늘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카카오뱅크는 8일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각각 2000만원씩 축소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위해 고신용 대출 상품의 최대한도를 축소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대신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 고객을 위한 상품인 중신용대출과 중신용플러스대출 상품의 한도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이는 단순히 대출 총량을 줄이는 움직임과는 다른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올해부터 중저신용자 고객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과 맞닿아있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각각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차주) 대상 신용대출 비중을 21.5%, 20.8%로 맞추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6월 말 기준으로는 이 비중이 케이뱅크가 15.5%, 카카오뱅크가 10.6%를 기록했다.

목표 달성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을 확대하는 한편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줄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저신용자의 경우 위험가중치(RW)가 높게 적용돼 자본 부담도 크고 건전성 측면에서도 취약해 이들에 대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리면 '후폭풍'이 거셀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총량규제보다는 중금리대출 확대에 더 신경 쓰는 모양새다. 대출 수요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전이되더라도 중저신용자 비중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이 효과를 일부 상쇄할 것으로 전망된다.

*출처=케이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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