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B, 도입 급물살 탈까…정부·기업 서로 ‘눈치’ 지속가능연계채권, ESG채권 인정 여부 관건…금융위 '예의주시'
이지혜 기자공개 2021-09-13 08:02:35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9일 11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을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부처 간 논의가 한층 활발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SLB의 존재조차 알져지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한국형 녹색금융 분류체계(K-택소노미)가 연말 제정되면 녹색채권을 발행하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회색지대로서 SLB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관건은 도입시기다. 금융당국은 여론에 따라 SLB를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으로 인정하는 시점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기업들은 금융당국의 허가가 떨어져야 SLB를 발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SLB 도입 ‘공식화’, 금융위-거래소 협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한국거래소와 SLB 관련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비상대책본부회의에 SLB 도입을 중기적 과제로 밝힌 직후 한국거래소와 협의를 시작했다”며 “국제 사회의 발행 동향, 국내 여론 등을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SLB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것은 8월 26일 서울 광화문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44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에서다. 이 자리에서 내놓은 ‘친환경·포용·공정경제로 대전환을 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인프라 확충반안’에 SLB도입이 중기적 과제로 제시됐다.
정부자료에 따르면 ‘SRI채권 포괄범위 확대 검토’ 작업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이뤄진다. 일단 발행 추이를 지켜본 뒤 이를 ESG채권에 포함시킬지 결정하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채권이 발행되면 이를 SRI채권 플랫폼에 올리면 되는 것이기에 도입 자체가 어려운 일은 아니다”며 “지속가능금융을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SLB가 도입되면 조달 다각화, 투자저변 확대 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K택소노미 ‘촉각’, SLB 관심 증가
그러나 SLB 등에 조바심을 내는 기업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K택소노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택소노미는 녹색사업이 무엇인지 제시한 기준이다. 환경부는 국제자본시장협회(ICMA)의 ESG채권 가이드라인을 충족시켜도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업계의 분위기는 다르다.
K택소노미가 제정되면 이에 맞춰 환경부의 녹색채권 가이드라인도 개정될텐데 여기에 맞춰야 국내 투자자에게 녹색채권으로 인정받을 것으로 기업들은 여긴다. 녹색채권의 발행 문턱이 한층 높아지는 셈이다.
SLB는 녹색채권과 달리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도 발행할 수 있다. 대신 온실가스 감축 등 목표를 이행해야만 금리 등 우대 조건을 받을 수 있다. 친환경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녹색채권과 같은 지속가능금융으로 여겨지지만 발행문턱은 좀더 낮은 셈이다.
SRI채권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발표 이후 SLB 발행을 문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정부가 SLB를 ESG채권으로 인정하는지, 한국거래소의 SRI채권 플랫폼에 등재될 수 있는지에 따라 발행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론을, 기업들은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셈이다. SRI채권 등 지속가능금융은 아직까지 금리 메리트 등이 있어서 발행된다기보다 ESG경영을 홍보하려는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이런 상황에서 ESG채권으로 SLB가 정식 인정받지 못한다면 굳이 발행해 모험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기업의 입장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기업뿐 아니라 공모채 발행업무를 책임지는 증권사들도 SLB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등 목표를 세우고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을 공시하는 기관이라면 누구나 발행할 수 있어서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지방 공기업 등도 SLB를 발행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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