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Watch]지속가능연계채권, SRI 시장의 새 조류 만들까2019년 유럽 첫 등장, 국내 문의 확산…사전인증 생략, 사후보고 '철저'
이지혜 기자공개 2021-05-13 13:04:26
이 기사는 2021년 05월 12일 08시2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원화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시장은 세 가지 채권을 중심으로 구축돼왔다.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이 그것이다. 2018년 시장이 처음 열린 이래 수십조원 규모로 채권이 발행됐지만 이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그러나 SRI채권의 선진시장인 유럽을 중심으로 이 틀이 깨지려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지속가능연계채권(SLB, Sustainability-linked bonds)이 등장하면서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발행사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해 미리 특정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면 금리적 인센티브 등을 받는 채권을 말한다.
외화채를 발행했던 기업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에 대한 문의가 증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도입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을 SRI채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공감대도 없는 데다 국내에는 사후관리에 대한 체계가 미비해서다.
◇SRI채권 진입장벽 낮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속가능연계채권을 향한 기업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적격 프로젝트가 없어서 SRI채권을 발행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며 “이들을 중심으로 지속가능연계채권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2019년 이탈리아 전력회사 Enel이 15억달러 규모로 발행한 것이 최초다. 당시 Enel은 청정에너지 발전 용량 비중을 46%에서 2021년까지 55%로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자율을 2022년부터 0.25%p씩 높이겠다는 조건도 붙였다.
지난해에는 스위스의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가 지속가능연계채권을 발행했다. 노바티스는 신흥국에서 치료율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이자율을 높이겠다는 조건을 붙였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SRI채권처럼 ESG나 지속가능경영 적격 프로젝트가 당장 없어도 발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신 ESG나 지속가능경영과 관련한 목표치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거나 달성하지 못하면 이자율을 조정해 인센티브 등을 제공한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이 때문에 SRI채권처럼 외부기관에서 사전인증을 받을 필요도 없다. 대신 목표를 달성했는지 사후보고를 엄격하게 진행해야 한다.
한 연구원은 “일반 채권보다 발행금리가 낮고 제반비용도 들지 않아 발행사 입장에서 비용절감 효과가 크다”며 “투자자에게는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무늬만 친환경) 리스크를 낮출 수 있고 ESG목적에 부합하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도입 가능성 시선 엇갈려
지속가능연계채권이 국내에서 SRI채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 순기능이 더 크게 작용할 지에 대해서는 시선이 엇갈린다. SRI채권은 적격 프로젝트를 선정한 뒤 외부기관에서 사전 인증을 받아 발행되지만 지속가능연계채권은 이런 과정을 생략할 수 있다는 차이점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SRI채권으로 분류되기 어려운 이유다.
오덕교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ESG, 사회의 지속가능성 등에 부합하는 목표를 제시한다면 SRI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은 해외에서 SRI채권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유럽중앙은행이 2021년부터 지속가능연계채권을 SRI채권과 동일하게 자산매입프로그램에 포함했다. 또 국제자본시장협회(ICMA)도 지난해 지속가능연계채권 원칙을 제정해 발표하기도 했다. ICMA는 SRI채권과 관련해 국제적 자율규제기구 역할을 맡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연계채권에 붙은 조건이 ESG에 부합하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 연구원은 “조달된 자금 사용처의 ESG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이에 따른 발행사의 책임도 약화할 수 있다”며 “발행사가 조건으로 부여한 특정 목표만 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자칫 ESG에 부합하지 않는 목표 하에 지속가능연계채권이 SRI채권으로서 발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ESG경영이 재계 최대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이 앞다퉈 SRI채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진짜 녹색금융인지,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 적격 프로젝트인지 등은 여전히 정의되지 않았다. 녹색금융 분류체계를 담은 K-택소노미도 마련되지 않았다.
한 연구원은 "SRI채권으로 인정받으려면 ESG 목표를 확고하게 잡아야 하는데 이런 목표를 어떻게 잡을지, 달성하지 못할 경우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심도 깊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후관리에 대한 규제도 미비하다. 환경부는 지난해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내고 사후보고에 대한 외부기관 인증을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으로 넣었다. 사회적채권이나 지속가능채권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속가능연계채권이 발행돼도 사후관리가 엄격하게 이뤄지지 않는 한 투자자 신뢰를 얻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편 한국거래소는 지속가능연계채권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지난해부터 상장 채권을 대상으로 SRI채권만 집계하는 사회책임투자채권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SRI채권을 공식적으로 집계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관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속가능연계채권의 해외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SRI채권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더 심층적으로 분석한 뒤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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