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17 앞둔 보험사, '장기물 매입·자본확충' 투트랙 대응 [Market Watch]채권 듀레이션 확대폭 작년 9월 이후 최대…후순위채·유증으로 RBC 유지
남준우 기자공개 2021-09-14 09:18:02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0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 1월 IFRS17 도입을 앞둔 보험사들의 장기물 회사채 수요가 커지고 있다. 보험부채 평가 방식 변화로 통상적으로 만기가 긴 보험 상품이 지닌 리스크를 대응해야 한다.안정적인 운용을 위해 장기물 매입으로 자산 듀레이션(잔존만기)을 늘려 부채 듀레이션과의 차이를 줄이려는 의도다. 후순위채,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자본을 확충해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RBC(지급여력)비율도 맞추는 모습이다.
◇CJ제일제당 10년물, 보험사가 주문량 절반 차지
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보험사의 AA급 장기물 회사채에 대한 투심이 눈에 띄게 강해지고 있다.
지난 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CJ제일제당은 모집액(2000억원)의 6배에 달하는 1조180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3700억원으로 증액했다. 이중 ESG 채권으로 발행한 10년물은 계획대로 300억원에서 600억원 증액에 성공했다.
10년물의 경우 21곳의 기관투자자가 매입 의사를 표명했다. 주문량만 모집액의 7배가 넘는 2200억원이다. 21곳의 기관투자자 중 11곳이 보험사로 알려졌다. 보험사 11곳이 주문량의 절반인 1100억원을 차지했다.
CJ제일제당은 가산금리밴드를 개별민평 수익률의 '-20~+20bp'로 제시했다. 10년물은 모집액 기준으로 -35bp에서 주문을 마감하며 밴드 최하단을 뚫었다. 증액 기준으로도 -33bp다.
마찬가지로 최근 공모채를 발행한 SK도 10년물에 모집액(400억원)의 3배가 넘는 14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12곳의 기관투자자 중 9곳이 보험사다. 이중 절반 가량이 0bp 이하에 주문을 넣으며 개별민평 수익률 대비 -1bp를 가산금리로 확정했다.
더벨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0년물을 발행한 AA급 발행사 18곳 가운데 언더(Under) 금리를 기록하지 못한 곳은 4곳 뿐이다. 작년에는 32곳 중 절반 가량인 17곳만 언더 금리에 성공했다. 나머지 15곳도 대부분 밴드 최상단 부근에서 가산금리를 결정했다.
◇ALM 맞추기 노력…자산 듀레이션 장기화 추세
여러가지 변수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현상이지만 IB업계는 오는 2023년 1월부터 도입되는IFRS17에 따라 장기물 수요가 커진 보험사들의 참여를 원인으로 꼽았다.
현행 방식과 IFRS17의 가장 큰 차이는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다. 기존에는 과거 자산 매입 가격 등 과거 정보를 활용해 부채를 측정했다. IFRS17이 도입되면 현행 가치인 시가로 환산해서 부채를 책정하게 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장기 투자 상품이 많은 보험사는 시가 환산 시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자산 듀레이션이 부채 듀레이션보다 짧아지면 ALM 관리가 힘들어져 장기 채권을 매입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ALM(Asset and Liability Management, 자산부채종합관리)은 보험사 자산운용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자산 듀레이션과 부채 듀레이션을 맞추는 것을 의미한다. 보험사가 지급해야할 보험금의 유출시기와 자산 운용을 통해 들어오는 운용수입의 유입시기를 최대한 일치시켜 안정적인 자산 운용을 목표로 한다.
ALM을 맞추기 위해서 장기물 채권 매입이 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최근 보험사 국내 채권 듀레이션은 지난 6월 최대 11.13년을 기록하며 0.16년 확대됐다. 채권 듀레이션 확대·축소 폭은 지난해 9월 0.15년을 기록한 이후 올해는 1월 -0.09년, 2월 -0.05년, 3월 0년, 4월 0.06년, 5월 0.03년 등을 기록했다.
더불어 코로나19 여파가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기업들의 펀더멘탈까지 회복되며 AA급 장기물 수요가 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따른 ALM 관리 때문에 장기물 수요가 커졌다"며 "AA급 중에서도 AA0 이상 장기물을 선호하는데 CJ제일제당처럼 실적까지 좋은 회사면 대부분의 보험사가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자본확충 위해 후순위채, 유상증자 실시
IFRS17 도입은 ALM 뿐만 아니라 RBC(Risk Based Capital) 비율에도 영향을 준다. RBC 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능력을 의미한다. '가용자본/요구자본'의 산식으로 산출한다. 가용자본은 리스크로 인한 손실금을 보전할 수 있는 자본량을, 요구자본은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발생하는 손실금을 의미한다.
IFRS17 도입으로 부채가 증가하면 자연스럽게 분모에 들어가는 요구자본이 커진다. 이에 따라 RBC는 하락하게 된다. 금융당국은 현재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100% 밑으로 떨어지면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국내 보험사들은 장기물 매입 뿐만 아니라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받는 후순위채 발행, 유상증자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8일까지 자본성증권을 발행한 보험사는 모두 11곳으로 집계됐다. 모두 후순위채로 발행 규모는 2조1875억원이다. 디비손해보험이 4990억원으로 가장 많이 발행했고 KB손해보험 379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3500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 3000억원 등이다.
푸본현대생명보험은 지난 4월 후순위채 545억원을 발행한 데 이어 지난 7일 두번째 공모 후순위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950억원 모집에 1590억원의 주문을 확보했다.
6월에는 대주주인 대만 푸본생명(Fubon Life Insurance)의 지원에 힘입어 458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했다. 올 상반기 RBC 비율이 작년 말보다 16%포인트 오른 233%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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