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김만태 대한해운 사장, 해운3사 아우르는 '재무통'③CFO에서 CEO로 변신, 맏형 노릇 '톡톡'...신용등급 BBB 획득 성과
김서영 기자공개 2021-10-01 07:38:53
[편집자주]
삼라건설에서 태동한 SM그룹은 창립 33년만에 자산 10조원을 돌파하며 대기업집단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들어 SM상선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쌍용차 예비입찰에 참여하는 등 재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더벨은 SM그룹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9일 14: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김칠봉 SM그룹 해운부문 총괄 부회장이 그룹을 떠나면서 해운3사(대한해운·대한상선·SM상선)는 새로운 경영 국면을 맞이했다. 각사가 독립 경영에 돌입한 가운데 대한해운이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다.김만태 대한해운 사장(사진)은 김 부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대한해운 대표이사에 올랐다. 올들어 18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컨테이너선 매각을 성공시키며 '재무통'의 면모를 보였다. 이를 바탕으로 장기신용등급도 획득했다. 재무구조 개선과 전용선 비중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는 여전한 숙제로 꼽힌다.
◇30년 해운 전문가 김만태 사장, 그룹서 인정받는 CFO
김만태 대한해운 사장은 지난해 9월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앞서 지난해 2월 최고재무책임자(CFO)에 해당하는 경영관리본부장을 맡은 지 7개월 만이다. 1963년 4월생인 김 사장은 한국외대를 졸업한 뒤 1989년 1월 현대상선(현 HMM)에 입사했다. 2019년까지 30여년 동안 현대상선에 몸담은 해운업계 전문가로 SM그룹은 평가한다.
김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후 CFO 역할은 재무관리본부장이 수행하고 있다. 김 사장의 이전 직책인 경영관리본부장에 후임자를 정하는 것 대신 재무실장을 재무관리본부장으로 승진시켜 CFO 역할을 맡긴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해운의 재무관리본부장으로 박성호 상무가 재직 중이다.
사실상 김 사장이 SM그룹 해운3사의 재무를 총괄한다는 평가다. SM그룹 해운부문을 총괄했던 김 부회장의 역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은 아니다. 다만 대한해운에서 재무팀장과 경영본부장 등 CFO를 역임했던 김 부회장과 닮아있다. SM그룹도 김 사장의 재무적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대한해운이 SM그룹 해운부문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으로 볼 때 김 부회장에 준하는 재무적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해운 고위관계자는 "김만태 사장이 해운계열사의 재무 관리를 아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예전과 달리 각자 경영의 취지가 강하지만, 대한해운이 SM그룹 해운부문의 중심축으로서 주요 재무사항을 협의하고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운계열사 가운데 가장 먼저 SM그룹에 편입된 대한해운은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SM그룹은 2013년 벌크(Bulk) 전문선사인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진출했다. 대한해운은 남선알미늄, 티케이케미칼과 함께 SM그룹 상장사 3곳 중 한 곳으로 해운계열사 중에서는 유일한 상장사다.
대한해운은 같은 벌크선사인 대한상선(70.5%)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7월 친환경 대체연료로 주목받는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사업부문을 분할해 대한해운LNG를 설립,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선박관리업 코리코엔터프라이즈(41.5%) △선박부품공급업 케이엘씨에스엠(62.5%) △한국선박금융(48.2%) 등 해운 자회사를 지배하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한해운을 이끈 지 1년 만에 재무적 성과를 올렸다. 대한해운은 이달 24일 한국신용평가로부터 기업신용평가 신용등급 'BBB(안정적)'를 획득했다. 2017년 한진해운 미주노선 영업권을 인수해 컨테이너선사 SM상선을 설립하면서 대한해운의 장기신용등급이 소멸한 바 있다.
당시 신용평가사들은 SM상선에 대한 자금 부담과 신규사업인 컨테이너선 사업 진출에 따른 리스크를 대한해운이 떠안았다고 봤다. 실제로 대한해운은 자회사 대한상선을 통해 SM상선을 지원했다. 벌크선사인 대한상선은 자금력이 부족한 SM상선을 대신해 컨테이너 선박과 컨테이너를 매입해 빌려줬다. 대한해운은 SM상선을 상대로 지급보증을 제공했다.
신용등급 회복은 단연 재무구조 개선을 이룬 덕분이다. 대한해운은 올 2분기 1865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성공했다. 무엇보다 김 사장이 직접 SM그룹의 유증 참여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운은 △에스엠하이플러스(유증 전후 21.4%→20.56%) △케이엘홀딩스(16.4%→15.74%) △티케이케미칼(11.85%→11.37%) △에스엠인더스트리(3.84%→1.68%) 등을 주요 주주로 두고 있다. 이들은 배정된 신주 물량을 전부 소화했다. 여기에 SM상선과 컨테이너선 매각 계약을 체결해 순현금 1300억원가량이 유입됐다.
이에 따라 대한해운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올 상반기 말 207.5%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이 292.1%까지 높아졌던 것과 비교해 84.6%포인트(p) 급감한 수준이다. 신용등급 획득에 따라 장기채 발행으로 차입구조를 변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대한해운은 단기채 시장에서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등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왔다. 장기채 발행으로 선회하게 되면 긴 호흡으로 재무 전략을 펼쳐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대한해운은 올 상반기 전용선 비중을 92%까지 끌어올리는 등 사업 안정성 확충에 주력했다. 그러나 전용선 사업은 선박 한 척을 만드는 데 최소 2000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다. 선박금융으로 용선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부채를 높이는 주원인이 된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전용선 사업은 사업의 안정성은 확보되지만, 대규모 투자가 계속 선행돼야 한다"며 "금융업계 시각은 사업의 특성보다는 부채비율을 중시하기 때문에 전용선 사업 확대와 재무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데 대한 고심이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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