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가전 리포트]제습기 테마의 한계…애타는 위닉스 41% 소액주주①연구개발투자 줄고 마케팅비 확대…배당 늘렸지만 승계재원 마련 무게추
손현지 기자공개 2021-10-13 08:07:20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털,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06일 15: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위닉스는 코스닥 시장에서 '제습기 테마주'로 불린다. 여름 장마가 극성을 부릴 때마다 수혜주로 부각되는 종목이다. 하지만 올들어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2만원선을 횡보하다 최근엔 1만8000원선까지 하락했다. 여름 장마 이슈가 코로나19 사태에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난 점도 영향을 미친다.물론 날씨를 위닉스가 컨트롤할 순 없다. 문제는 위닉스의 기업가치 제고 노력이 단기 처방에 그친다는 점이다. 표면적으론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을 시현하지만 근본적인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다.
한편으론 배당 확대가 승계 재원 마련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R&D 비용 확대는 적은 편이다.
◇R&D 투자 보다 승계재원 마련 집중
위닉스는 제습기로 2014년 한 때 가전업계에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던 중견 가전사다. 제습기로 성공을 거둔 뒤 신제품 출시가 드물었다. 더 이상 혁신제품이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연구개발(R&D) 투자도 2014년 제습기로 히트를 친 시점을 기점으로 주춤해졌다. 매출액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2.77%를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해 2018년부턴 줄곧 1%대에 머물러있다.
공교롭게도 해당시기 위닉스의 배당성향은 높아졌다. 2016년에는 적자기조에도 배당을 시행했을 정도다. 배당성향은 20~30% 수준으로 유지했으며 중간배당까지 단행하는 적극적인 배당정책을 시현하고 있다. 올해 6월 배당성향은 31.5%로 집계됐다.
일각에서는 배당 결정엔 오너가의 수익 극대화 목적이 더 크다고 판단한다. 위닉스의 주주현황을 보면 오너가의 지분율이 절반에 달한다. 전체 주식물량 1787만3425주 중 대표이사(윤희종, 윤철민)가 보유한 지분율은 47.9%, 소액주주 할당량은 41%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자기주식(11%)이 차지한다.
윤 회장과 윤 사장이 올해 반기에만 취득한 배당수익은 15억원이 넘는다. 작년엔 총 39억원의 수익을 올렸으며 보수도 윤 회장은 9억8000만원, 윤 사장은 14억4000만원을 지급받았다.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온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위닉스는 2014년까지만 해도 자사주 비중이 0.78%에 불과했지만 위니맥스와 합병과 함께 6.48%로 끌어올렸다. 이후에도 자사주 물량을 꾸준히 확보해 2019년 8.56%, 2020년 9.71%에 이어 올들어선 11%까지 늘렸다. 작년 말엔 삼성증권과 자사주 매입계약을 체결해 의지를 굳건히 했다.
자사주는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묘수로 여겨진다. 추후 소각을 진행할 경우 기존 소액주주 뿐 아니라 총수일가의 지분율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현재 윤희종 회장(대표)는 75세 고령의 나이로 장남인 윤철민 사장(대표)를 위한 승계작업에 한창이다.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상속세 재원 마련, 오너십 강화를 위한 지분 확보를 위해선 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필수적이다.
◇마케팅으로 기업가치 제고…'삼성·LG 텃밭' 대형가전 도전
위닉스는 어느때보다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불어난 TV광고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빚을 냈을 정도다. 광고선전비 항목은 올해 6월 156억원으로 전년(44억원) 대비 250% 급증했다. 이 기간 장·단기 차입금은 1010억원(6월말)으로 전년 402억원에 비해 2.5배 가까이 늘렸다.
홍보마케팅에 힘을 실은 건 대형가전 시장에 새롭게 뛰어든 탓이다. 최근 세탁기와 건조기 등 대형 신상품을 내놨다. 주력 제품이었던 제습기 시장이 쪼그라들면서 중장기적으로 수익을 끌어올리려면 대형가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제습기 시장은 2013년 130만대로 최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는 10만대 수준으로 축소됐다.
일각에선 위닉스가 홍보마케팅 만으로 타 가전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표한다. 위닉스가 그동안 제습기에서 두각을 드러날 수 있었던 건 냉각사이클 분야에서 50년 넘게 쌓아온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창업주인 윤 회장은 1973년 위닉스를 창업한 이후 냉장고용 냉각기 케이스 제조 등 냉각기 한 분야에서 오랜 노하우로 경쟁력을 다졌다.
하지만 제습기를 제외한 대부분 가전들은 대부분 대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세탁기와 건조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70%가 넘는 수준으로 압도적이다. 최근엔 개개인 소비자 취향까지 고려한 맞춤형 콘셉트로 틈새시장까지 흡수하고 있다.
코웨이, SK매직 LG전자, 쿠쿠 등 대부분 렌털시장에 뛰어든 이유다. 위닉스는 렌털 인프라가 없기 때문에 직접 판매로 승부를 봐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제습기는 비교적 단가도 낮아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시장을 공략할 수 있었지만 대형가전은 다르다"며 "홍보도 중요하지만 성능, 기술, 가격을 두루 고려한 제품 경쟁력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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