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11: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질적인 운용인력 부족 이슈를 안고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또다시 기금운용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그간 경력직만 채용했으나 올들어 내부 규정을 변경해 경력이 없는 직원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무경력자를 신입으로 뽑아 교육을 통해 전문 운용인력으로 키워낸다는 고육책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전문인력 양성계획, 해외 파견근무 기회 확대 등 당근책을 여럿 제시하고 있지만 내년 운용역 교육예산은 올해보다 줄어들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기금운용직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올들어 4번째다. 지난 8일 공고를 냈으며 8명의 전임운용역을 채용할 예정이다. 운용전략과 수탁자책임, 리스크관리, 국내주식, 해외채권, 기금법무, 운용지원 등 분야의 운용역을 모집하며, 3년 이상의 투자실무 경력을 가져야 지원할 수 있다. 오는 22일까지 지원서를 마감해 12월중에는 최종 임용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앞서 9월에도 주임 운용역 5명을 채용하는 공고를 낸 적이 있다. 당시 기금운용본부는 경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부여했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전문적인 기금 관리·운용을 위해 금융·자산운용 분야에 경력을 갖춘 이를 대상으로 매년 2~3회 기금운용직 공개 모집을 진행해 왔다. 서류와 면접전형 등의 채용 과정을 거쳐 적합한 경력을 갖춘 운용인력을 선발해 온 것이다.

하지만 올해 6월 규정 개정을 통해 투자 실무 경험이 없는 지원자에게도 채용문을 열기로 했다. 그동안 최소 3년 이상의 업계 경력자들만 채용한 데서 지난 2019년 문턱을 낮춰 1년 이상 3년 미만의 경력자를 뽑기 시작한 데 이어 아예 문턱을 없애기로 한 셈이다. 대신 무경력자를 뽑아 교육을 통해 전문인력으로 키워낼 것이란 계획을 세웠다. 지난 9월 채용은 내부규정 변경 후 첫 무경력자 채용 시도인 셈으로 평가절차를 거쳐 내년 1월중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1월과 4월에도 기금운용직 채용을 진행했다. 1월에는 20명을 채용할 계획으로 전형을 진행, 14명의 인력을 뽑았다. 4월에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역대최대 채용 규모로 전형이 진행됐는데 54명 채용 예정에 최종적으로 48명이 임용됐다. 올들어 1차와 2차 채용 진행으로 충원된 인력은 총 62명인 셈이다. 4차 채용 인력까지 감안하면 올해 최종 채용 인력은 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2020년엔 두 차례에 걸쳐 20명의 인력을 충원했다. 2019년에는 세 차례에 걸쳐 56명을 충원했다. 국민연금 자산증가에 따라 기금운용직 정원은 2016년 259명에서 2021년에는 341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처우나 생활환경 등의 문제로 실제 운용역수는 정원을 밑도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인력난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무경력자 채용 허용이나 새로운 운용인력 양성 프로그램 등은 이같은 인력난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기금운용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인 'NPS WING’s Program'을 만들고 이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연수 및 전문교육, 해외투자기관 근무 기회를 제공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프로그램이다.


국민연금은 최근 '2020년도 국정감사결과 시정 및 처리 요구사항에 대한 처리결과보고서'를 통해 9월말 기준 운용인력 결원은 12명으로 정원(326명)대비 결원율은 3.7%로 최근 10년 내 기금운용본부 최소 결원율을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감사에서는 우수인력확보를 위해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해외투자 운용인력의 이탈문제를 막기위한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연금은 "해외투자 확대에 대응, 우수 해외투자 운용인력의 유치 및 유지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시행 중"이라며 구체적으로 △경력직 채용 외 신규(무경력) 직원 공채 시행 △경력개발계획 도입으로 내부 국내투자 운용인력의 해외투자 운용인력 전환기회 부여 △글로벌 운용사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통한 파견근무 기획 확대 등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인력난 해소를 위해 양성프로그램 등을 적극 강구하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교육 예산 등은 오히려 감소해 눈길을 끈다.

국정감사에서는 '기금 전문인력 양성과정 비용이 과다해 예산 절감책을 마련하고, 해외 연수 프로그램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일부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국민연금은 "2020년까지 주임운용역 중심으로 운영하던 양성대상을 전임운용역 까지 확대해 참여 인원을 확충하고 있다"며 "해외투자 확대 및 기금운용 전략 다변화로 전문인력으로서의 역량 강화 지속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국민연금은 운용역 교육 예산과 관련해 2021년에는 총 15억1800만원을 책정했으나 2022년에는 13억200만원을 책정했다고 밝혔다. 양성 프로그램 등을 확대하지만 전체적인 예산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교육 대상의 경우에도 2021년에는 주임운용역 등 6명으로 인당 교육예산은 2억5000만원이었다. 2022년에는 대상을 확대해 주임운용역과 전임운용역 이상 '57명+α'로 계산하면서 인당 교육예산은 2300만원으로 계산됐다.

국민연금은 이에 대해 "과정 개설 시 강사섭외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일정 인원까지는고정되어 발생한다"며 "양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대상자 확대로 예산의 효율적 사용을 추구하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한편 해외 연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현지 실무경험을 통한 해외투자 역량 강화가 목적"이라며 "실제 교육내용도 현지에서의 투자프로젝트 참여, 선진 투자시스템 및 기법 습득 등 현장 업무 중심으로 구성돼 직원 전문성 강화에 효과적 과정으로 지속 운영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