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대한항공 '단순투자' 변경...'대 이은' 트라우마 끝? 2019년 조양호 회장 연임 '발목'…1년반 만에 하향조정, 보유주식수 '역대 최대'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06 09:28:01
이 기사는 2021년 09월 02일 1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 대한항공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변경했다. 지난해 2월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조정한 지 1년6개월 만이다. 2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접은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보유 주식수를 늘리며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이번 조치로 대한항공이 국민연금이란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그룹 총수였을 당시 시작된 이들의 악연은 아들 조원태 회장이 동일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이어져왔다. '대 이은' 악몽이었던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최근 보유 중인 대한항공 주식 수가 기존 2560만3770주(7.36%)에서 2644만4208주(7.58%)로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특별관계자인 국민연금기금이 84만438주를 추가 매입한데 따른 것이다.
이날 공시에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지분보유 목적을 '일반투자'에서 '단순투자'로 바꾼다는 내용도 함께 담겼다. 사실상 대한항공의 경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한항공이 조원태 회장 체제에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국내 유일 대형항공사(FSC)로 발돋움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해 기업의 주식을 보유할 수 있다. 뒤로 갈수록 해당 기업의 경영에 깊숙이 참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의미다. 2019년까진 단순투자와 경영참여 등 두 종류였으나 2020년 초 자본시행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투자가 추가됐다. 단순투자와 경영참여의 중간 개념이다.
단순투자는 글자 그대로 시세차익을 거두기 위한 목적이다. 반면 일반투자는 이사·감사 선임에 반대하거나 배당정책, 임원의 보수 등을 제안하는 등 능동적인 주주활동이 가능한 단계다. 일반투자의 경우 지분변동시 10영업일 안에 공시해야 하는 등 단순투자보다 보고 의무도 강화된다. 둘 다 기본적으로 경영권 영향 목적은 없다.
앞서 국민연금은 지난해 2월 대한항공을 일반투자 대상으로 변경했다. 이는 적극적 주주 활동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이후 주주로서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와 이사 선임안 등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적극적인' 국민연금이 늘 부담이었다. 실제 경영상 어려움을 야기하기도 했다. 시작은 지난 2019년 3월 주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는 투자목적 옵션에 '일반투자'가 없던 시기다. 당시 국민연금은 조양호 전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2대주주로 지분 11.7% 가량을 들고 있었다.
2018년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를 행사할 첫 번째 대상으로 대한항공을 선택한 것이다. 국민연금에 발목잡힌 조 회장은 실제 연임에 실패했고 바로 다음달 미국에서 별세했다. 20여년 만에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물러난 조 전 회장은 상심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주주의 반대로 그룹 총수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된 첫 사례로 남았다.
국민연금은 올 3월 대한항공 이사회에서도 동일한 스탠스를 보였다. 이번엔 조원태 회장이 타깃이었다. 조 회장 연임안에 또 다시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성공'하진 못했다. 지분율이 8.11%로 이전 대비 낮아진데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주총서 정관을 바꿔 이사선임 기준을 낮추는 등 사전 준비를 끝내놓은 영향이다.
하지만 조 회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찬성률로 이사 선임안이 통과되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이날 조 회장과 4명의 사외이사 등 모두 5명의 이사 선임안이 처리됐는데 그 중 임채민 사외이사(82.82%)에 이어 두 번째로 찬성률이 낮았다. 조 회장에게 찬성표를 준 출석 주주는 82.84%였다.
국민연금이 이번에 목적을 단순투자로 바꾼 건 경영참여보단 투자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투자목적을 하향조정하면서 지분을 추가매입했다는 점이 근거다. 잇단 유상증자로 발행주식 총수가 대폭 늘어나며 지분율도 8%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수십 차례 대한항공 지분 취득과 처분을 반복해왔다. 하지만 유증 등에 참여하며 전반적으로 주식수가 우상향 했다. 현재 보유 주식수는 2644만4208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작년 이맘때와 비교하면 2배 이상 늘어났다.
항공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대한항공을 투자 대상으로 삼았다는 건 주가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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