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탁대란 그후 1년]'숨통 틔운' 신한은행, 업무과중에 '신중론' 돌아서나⑤경쟁사 물량 풍선효과에 수탁업무 1위 등극…업무 몰려 인력 등 부담
김진현 기자공개 2021-10-14 13:05:25
[편집자주]
사모펀드 시장이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 이전을 회복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며 움츠러들었던 수탁업계도 수탁고를 늘렸다. 하지만 수탁사와 자산운용사마다 체감 정도는 다르다. 대형사들은 원활하게 수탁사를 확보, 입지를 넓힌 반면 소형사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수탁 수수료는 급증했고 수탁 조건도 깐깐해졌다. 수탁대란 그후 1년, 그 변화를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0월 12일 14: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 사고 이후 펀드 수탁은행의 지형도에도 변화가 있었다. 업계 2위였던 신한은행이 꾸준히 수탁을 받으면서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했다.옵티머스 사고 이후 수탁회사(은행, 증권사)에 대한 책임이 강화되면서 대부분 수탁회사가 펀드 수탁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그 사이 상대적으로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았던 신한은행 창구에 많은 운용사가 몰리며 수탁금액이 급증했다.
◇ 같은 기준 적용 불구 '북새통'…기존 거래 운용사 많아 '풍선효과'
지난해 옵티머스 사고 발생 이후 수탁회사 책임 강화 등에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수탁회사는 펀드 운용지시의 법령·규약·설명서 준수 여부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운용지시가 있을 경우 시정요구를 해야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이에 따라 많은 수탁회사가 사실상 수탁 업무를 선별적으로 받거나 받지 않는 수탁 거부 사태가 시작됐다. 옵티머스 사고와 유사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은행 입장에서는 득보다 실이 더 크기 때문에 보수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수탁은행들은 암묵적으로 펀드 최소 설정액 100억 이상, 유동성 자산 편입 펀드 등에 한해서 수탁을 받아주고 있었다. 신생사에 대해선 사실상 수탁 거부의 입장을 견지했다.
신한은행도 타 수탁사와 마찬가지로 수탁기준의 문턱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탁이 몰린 건 암묵적으로 수탁을 더 완강히 거부하는 회사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신한은행은 수탁 기준에만 부합하면 기존 거래 운용사의 펀드 자산 수탁은 받아줬다. 각종 연기금, 공제회 등에서 투자하는 펀드의 수탁을 맡고 있는 신한은행은 다수의 운용사와 거래 관계가 있었다.
타 수탁회사가 수탁을 거부하자 이들 운용사들이 신한은행의 수탁 창구 문을 두드렸고 수탁 잔고가 급증하게 된 것이다. 옵티머스 사고 직후인 지난해 6월 신한은행의 펀드 수탁고는 102조2141억원이다. 1년새 신한은행 수탁고는 126조3113억원으로 늘었다. 1년만에 24조원 넘게 수탁 자산이 증가했다.
1위였던 국민은행의 수탁고가 같은 기간 119조6862억원에서 117조9037억원으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10월초에는 신한은행의 펀드 수탁고가 130조원을 넘어섰다.
운용사가 펀드 설정을 위해 투자 대상을 정해놓은 상황에서 펀드 설정 무산을 우려해 수탁사를 수소문했고 신한은행이 수탁을 받아준다는 소문이 금세 업계에 퍼지며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암묵적이었던 수탁 기준을 명확히 명시해 프라임브로커서비스(PBS)에 공문을 발송하며 속도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기존에 거래 관계가 없던 신생사뿐 아니라 거래가 있었던 회사들도 수탁 기준에 못 미치는 펀드 수탁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었다.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신한은행이 수탁을 잘 받아준다고 소문이 나면서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며 "수탁에 대한 기준이 타사에 비해 낮지는 않았지만 타사가 수탁을 받지 않으면서 운용사들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대체자산 수탁 강화도 수탁고 증가 '한몫'…리스크 관리 '고심'
또 신한은행 펀드 수탁 금액이 크게 늘었던 이유 중 하나는 대체자산 수탁을 늘렸다는 데 있다. 타 은행에 비해 부동산 등 대체투자 자산 수탁을 뒤늦게 받기 시작했던 신한은행은 옵티머스 사고 이후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수탁을 받는 동안 대체자산 수탁을 늘리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신한은행의 수탁 잔고 중 부동산 관련 자산 잔고가 크게 늘었다. 지난해 3조5851억원이었던 부동산 펀드 수탁 잔고는 1년만에 10조원을 넘어섰다. 10월 7일 기준 수탁 잔고는 11조5482억원이다.
타 수탁사가 주춤하는 사이 대체자산 수탁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신한은행이 점유율을 높이는 데 집중한 셈이다. 주식, 채권 등 자산보다 부동산 대체자산 수탁 수수료가 더 높다는 점도 회사 수익 면에서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단기간 수탁고가 급증하면서 회사 수익에 대한 기여도는 높아졌으나 내부적으로는 리스크 관리 강화도 중요해졌다고 판단을 내렸다. 운용사에 대한 재무적, 비재무적 평가 기준과 자산 대조 실사 등을 통해 신중히 수탁을 늘려왔으나 관리 인력 등에 한계가 있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신한은행의 입장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신중하게 수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며 "올해 업무 인력이 늘기는 했지만 1인당 처리해야하는 업무가 늘면서 내부적으로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정근로시간 준수 등을 위해서 수탁 관련 직원을 충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수탁 요청이 몰리면서 자체적으로 속도 조절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보인다. 수탁 기준을 높이거나 수탁을 거부하지는 않겠지만 신중하게 살펴가며 수탁을 받겠다는 뜻이다.
펀드 사고가 발생하면 수탁회사들도 책임을 지게 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리에 나선 것이다. 타 수탁회사들도 1년여간 내부 정비를 마친 이후 수탁 업무를 재개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타사들의 동향을 살피며 신중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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