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09: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에서와는 달리 미국에서는 법원이 종종 기업 사외이사 독립성에 대한 판단을 내린다. 주주들이 이사회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이사들의 법률적 책임을 물으려 할 때 해당 이사회의 결정이 독립적인 사외이사들에 의해 내려진 것이면 사법적 판단에서 ‘우대’받기 때문이다.사외이사의 활동과 독립성에는 보수도 영향을 미친다. 보수가 지나치게 적으면 사외이사 활동의 적극성과 책임감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고 보수가 지나치게 많으면 자리에 연연하게 되어서 독립성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
2021년 9월 20일 미국 델라웨어 주 법원에서 사외이사 독립성과 보수에 관한 흥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판결(BGC Partners Derivative Litigation)은 BGC, 버클리(Berkeley Point) 양쪽을 지배하고 있는 ‘오너경영자’ 러트닉(Lutnick)이 경제적 이해관계가 더 큰 버클리에 유리한 비율로 두 회사의 합병을 진행한 데서 발단되었다. 러트닉은 버클리의 42% 주주인데 불리한 비율의 합병으로 BGC의 주주들이 입은 손해 1억2500만 달러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이득으로 시현했다. 동 합병거래를 승인한 BGC 3인의 사외이사들은 소수주주들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법원은 BGC 사외이사 2인이 러트닉과의 관계에서 독립적이지 못하다고 보았다. 우선, 법원은 사외이사의 전반적 소득에서 사외이사 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해당 사외이사의 독립성 판단에 한 기준이 된다고 했다. 이 사건에서 독립성을 인정받지 못한 사외이사 1인의 보수는 동 이사의 가계소득에 매우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동 사외이사는 환경운동가이자 라디오쇼 호스트다. 연 16만4500 달러를 보수로 수령했는데 총소득의 52.4%였다.
법원도 사외이사의 수입이나 자산이 그 독립성 판단에 감안되는 것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으나 동 사건에서는 중요하다고 보았다. 사외이사 자신도 BGC 사외이사 보수가 라디오 방송을 통한 환경운동을 계속하면서 가족도 부양할 수 있게 해준다고 시인했기 때문에 법원은 이 경우에서는 보수가 사외이사 활동에 큰 변수라고 보았다.
또 한 사람의 사외이사는 JP모건체이스 임원 출신이다. 상당한 자산가여서 보수는 독립성 판단에 변수가 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사외이사는 평소 러트닉을 공개적으로 거의 ‘찬양고무’ 수준으로 칭송했다는 이유로 독립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러트닉은 자신에게 영감을 주며 자신은 러트닉을 엄청나게 존경하고 “러트닉의 위대성에 대해 말할 때는 눈시울이 젖는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사외이사는 경영자가 사회기여 활동을 많이하고, 유능하고 정직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더라도 그에 대해 공개적으로 의견을 표시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종래 판례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주로 경영자와의 개인적, 경제적 관계의 긴밀성을 기준으로 판단해왔는데 이번 판결은 새로 2개의 기준을 추가 도입한 것이다. BGC 사외이사들은 수개월에 걸쳐 19회나 회합했고 버클리와 수차례 거래조건을 협상했지만 그와 같은 사실은 사외이사들의 독립성 판단에 고려되지 않았다.
법원이 독립성을 의심하지 않은 한 사람의 사외이사는 바나드대학 경제학 교수이자 부총장이다. 이 사외이사는 바나드로 이동하기 전까지 러트닉이 졸업한 하버포드대에서 오랫동안 봉직했는데 그를 통해 러트닉과 친분이 있다. 2012년에 하버포드를 떠나 바나드대로 이동할 때까지 러트닉을 통해 학교에 기금을 유치하기도 하고 러트닉의 회사에 학생들의 취업을 주선하기도 했으며 러트닉의 아들에게 진로지도도 했다. 원고들은 이 사실을 들어 그 독립성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들이 주장하는 그러한 사실이 해당 사외이사의 하버포드에서의 경력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된 것은 아니며 지금 있는 바나드에서의 지위에도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즉, 개인적으로 신세진 일이 없다는 것이다. 사외이사와 러트닉 아들간 관계는 단순히 예의적인 차원이었고 ‘심정적인 깊이’를 형성하는 일은 아니었다고 보았다. 설사 그렇다 해도 이 문제는 러트닉이 사외이사에게 신세를 진 것이지 그 반대로 해석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법정에서 문제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법률이 정하는 기준을 넘은 실질적인 독립성이 분쟁 대상이 될 상황은 거의 없다. 그렇기는 해도 베스트 프랙티스 차원에서 미국 판례에서 형성된 독립성 기준에 관심을 가지고 사외이사들은 필요한 경우 지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