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환점 돈 SK그룹 "마지막 정거장으로 접근 중" 최태원 회장의 빅립론 "계열사 스토리 하나로 묶어 'SK그룹 스토리'"
박기수 기자공개 2021-10-26 08:28:46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4: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딥 체인지(Deep change) 여정의 마지막 단계는 ESG를 바탕으로 관계사의 스토리를 엮어 SK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간명한 그룹 스토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빅 립(Big Reap)'을 거두고 이해관계자와 함께 나눠야 한다."이달 24일 폐막한 SK그룹 CEO세미나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다. '립(Reap)'은 '수확'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SK그룹이 모든 면에서 바뀌지 않으면 돌연사한다는 위기 의식에 '딥 체인지'를 선언한 2016년 이후 최 회장이 직접 딥 체인지의 마무리 단계를 언급한 셈이다.
다시 말해 '빅 립'은 10여 년간의 딥 체인지에 대한 결과물이다. '빅 립'을 거두기 위해 최 회장은 각 사의 스토리를 하나로 엮어 SK를 대표하는 스토리를 만들기를 주문했다.
최근 SK그룹 계열사들은 하나 둘씩 자신들만의 파이낸셜 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발표했다.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스토리'들을 계열사들이 자발적으로 만들고 이를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간단히 '딥 체인지'를 이뤄내기 위한 각 계열사들의 방법과 수단이다.
예컨대 SK㈜는 첨단소재·바이오·그린·디지털을 4대 핵심 사업으로 삼고 2025년까지 시가총액 140조원의 '전문가치투자자'로 진화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카본 투 그린(Carbon to Green)'을 선언하고 향후 5년간 그린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30조원의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SKC도 '프로미스 앤 딥 체인지(Promise and Deep Change)'라는 모토를 걸고 2025년까지 2차전지와 반도체 등 모빌리티 소재 중심으로의 사업구조 전환을 완성하기로 했다. 비상장사인 SK E&S 역시 2025년까지 기업가치 35조원 규모의 글로벌 메이저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의 도약을 약속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올 초 '기술로 인류와 사회에 기여하는 그레이트 컴퍼니(Great Company)'로 진화할 것이라고 약속하며 투자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SK텔레콤은 AI·디지털인프라 회사와 ICT 투자전문회사로의 인적분할로 보다 '눈에 보이는' 변화를 이뤄냈다.
각 계열사들이 영위하고 있는 사업군이 모두 다른 만큼 파이낸셜 스토리들을 하나로 묶어 'SK그룹의 간판 스토리'로 풀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다만 각 계열사들이 내세운 성장 동력은 지주사 SK㈜의 4대 사업 영역에 대부분 포함된다. 예를 들어 SKC의 동박 사업과 SKIET의 분리막 사업은 SK㈜의 첨단소재 사업과 맞물린다. SK E&S와 SK이노베이션의 그린 에너지 사업 역시 SK㈜의 그린 사업과 맞물린다.
SK㈜의 4대 사업 영역은 '미래 지향적' 사업들이다. 전통적인 사업 영역보다 당장의 현금창출력은 기대하기 힘들지만 국내를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유망 산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심지어 일부는 개화기를 지나 성장기에 접어든 산업군들도 있다.
각 계열사들이 스스로 제시한 스토리대로 성장을 이룬 후 그 성과를 '립(수확)' 하는 시점은 2025년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 계열사들이 내세운 파이낸셜 스토리의 완성 시점들이 공통적으로 2025년이다. 최 회장은 '빅 립'론을 내세우며 '우리는 마지막 정거장으로 접근 중이다(We are approaching to Last Stopover)'라는 메시지도 던졌다.
'빅 립'으로 거둔 수확물들을 이해관계자들과 잘 나누는 것도 SK그룹의 과제다. 업계 관계자는 "파이낸셜 스토리 실현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형의 사회적 가치(SV)들도 중요한 요소지만 기업집단이 취한 경제적 이익을 환원하는 데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면 SK그룹의 순수성은 의심받을 수 있다"라면서 "큰 수확을 거둔 후 경제적 가치(EV)와 사회적 가치(SV)를 어떻게, 얼마나 나눌 것인가에 대한 과제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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