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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머티 합병 '기권' 국민연금, 명분-실리 모두 챙겼다? '이례적' 조건부 찬성, 사실상 기권...주총 가결 가능성 높아 SK㈜ 배당 수혜

박상희 기자공개 2021-11-01 07:20:59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8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민연금이 SK㈜와 물적분할 하는 SK머티리얼즈의 합병안에 기권을 행사했다. SK머티리얼즈의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찬성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지만 의사결정 마감일인 27일 종가(39만2800원)가 주식매수예정가(41만6670원)보다 낮아 사실상 기권을 선택한 셈이 됐다.

국민연금은 시장에서 반향이 있었던 기업의 분할 및 합병 안건에 대해 통상적으로 찬성보다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재계 3위 SK그룹은 계열사를 ‘쪼개고 합치는’ 주총 의결 안건이 많은 편인데,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은 대부분 반대표를 행사했다. 국민연금이 이례적으로 조건부 찬성을 선택하고, 최종적으로 반대가 아닌 기권을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은 통상적으로 기업 분할 및 합병 반대 사유로 ‘주주 가치 훼손’을 내세운다. SK머티리얼즈의 경우 주가 상승으로 인한 투자 차익(capital gain)보다 합병하는 SK㈜의 배당(Dividend) 수익이 주주가치에 더 부합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탁위)는 27일 제18차 위원회를 열고 SK머티리얼즈의 분할계획서 승인안, 합병계약서 승인안을 찬성하기로 결정했다. SK머티리얼즈의 임시 주주총회는 29일 열릴 예정이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분할계획서 승인 안건과 관련해 분할계획의 취지, 목적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 측면을 고려해 찬성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위원들은 주주 가치 훼손 우려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합병계약서 승인안에 대해서는 합병 목적, 합병 비율, 합병 후 지분율 변화 등을 고려해 찬성했으나 의사결정 마감일 기준 주가가 주식매수예정가액보다 높은 경우를 조건으로 달았다. 의사결정 기준일인 전날 SK머티리얼즈 종가가 매수예정가보다 낮아 사실상 기권을 택한 셈이 됐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28일 "전날 국민연금으로부터 SK머티리얼즈 분할 안건에 대해서는 찬성을, SK㈜와의 합병 안건에 대해서는 기권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번 심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 따라 기금운용본부가 수탁위에 의결권행사방향 결정을 요청해 이뤄졌다. 수탁위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내부 투자위원회가 결정하지 못하는 민감한 내용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심의하고 의결권 행사 여부를 결정한다. 의사 결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9명 위원 중 과반수 이상 찬성으로 이뤄진다.

국민연금은 그간 SK그룹 주요 계열사의 분할 및 합병 안건에 대해 반대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 2015년 SK㈜와 SK C&C의 합병 반대가 대표적이다. 당시 글로벌 의결권 자문기구인 ISS와 국내 자문기구인 기업지배구조연구원은 두 회사의 합병에 찬성했다. 국민연금은 이와 상반되는 결론을 도출하면서 합병 반대 논리가 힘을 받지 못했다. 당시 국민연금 의결권전문위 내부 표결은 찬성과 반대의 비율이 4대5였다. 해당 안건은 국민연금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총에서 통과됐다.

국민연금은 앞서 올 9월에 있었던 SK이노베이션 배터리사업부 물적분할에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당시 "분할계획의 취지와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배터리사업 등 핵심사업부문의 비상장화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어 반대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이 유독 SK그룹 계열사에만 모난 잣대를 들이댄 것은 아니다. SK이노베이션에 앞서 전기차 배터리 부분을 물적분할한 LG화학의 경우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 논리는 역시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으로,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식을 산 기존 주주들이 분할된 자회사에 대한 주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국민연금 수탁위는 급성장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 한 후 상장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계열사 합병에도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삼광글라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삼광글라스 등 3사의 합병안에 대해 '반대'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수탁위는 "합병의 취지와 목적에 대해서는 공감하나, 합병비율, 정관변경 등을 고려할 때 삼광글라스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 의사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주주들은 주주가치 훼손 측면에선 SK머티리얼즈의 분할 합병에 반대하고 있다. 기존에 SK머티리얼즈에 투자한 주주들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SK머티리얼즈에 직접 투자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종합 소재회사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매력적으로 보고 SK머티리얼즈에 투자했는데, 이번 합병으로 그 기회를 잃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해 국민연금 수탁위에서도 합병안에 대해 전면 찬성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반대표를 행사하지도 않았다. 100% 찬성하거나 반대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 위해 매수청구가와 비교한 주가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배임 이슈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합병안이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취했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이 얻게 될 실리는 SK㈜ 지분 확대로 인한 배당 메리트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SK머티리얼즈의 분할 및 합병 건에 대해 "국내 최대 IT 소재 업체인 SK머티리얼즈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희석된다“면서도 ”합병으로 배당금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합병 시 SK머티리얼즈 주주는 보통주 1주당 SK㈜ 보통주 1.58주를 배정 받는다. 6월 말 기준 국민연금은 SK머티리얼즈 주식 67만7449주(6.42%)를 갖고 있다. SK㈜ 주식은 557만8275주(7.93%)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이 가결되면 국민연금은 SK㈜ 주식을 107만369주를 더 받게 돼 총 보유 주식 수가 664만8644주로 늘어난다. 지분율도 9.23%로 상승한다.

2019년 37.4%, 작년 195.5%의 연결 배당성향을 기록한 SK㈜는 올해 7월 최대 규모의 중간배당(793억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등 배당 규모를 확대 중이다. 배당 등을 통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SK㈜의 정책을 감안하면 합병안 가결이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반대하더라도 해당 안건은 주총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선 이미국민연금의 찬반이 이번 합병에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기존 SK머티리얼즈 주주들은 11월18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이 금액이 8000억원(전체 주식의 40.2%)을 초과할 경우 합병은 무효가 된다. 다만 현재 최대주주인 SK㈜(49.1%)와 자기주식(15.1%)을 제외한 나머지 지분은 35.8%로, 국민연금과 개인주주들이 모두 반대해도 합병 무효 조건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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