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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가전 리포트]이대희 전 쿠첸 대표는 왜 씽씽에 새둥지를 텄나①후계구도 변화, 쿠첸 경영 악화 책임…신사업 발굴 포석 해석도

손현지 기자공개 2021-11-08 07:30:15

[편집자주]

중견 가전업체들의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코로나19가 야기한 '집콕열풍', '보복소비'로 이전에 없던 고가의 가전까지 수요가 늘어났다. e커머스 발전으로 온라인 매출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렌털, 홈쇼핑, 해외 진출 등 신수익원을 위한 비즈니스 기회들도 속속 생겨난다. 소비트렌드 변화에 맞닥뜨린 중견 가전업체들의 경영전략 면면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1일 15:47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대희 전 쿠첸 대표(사진)는 명실상부한 부방그룹의 후계자였다. 이동건 부방 회장의 장남으로서 일찍이 경영수업을 받았고 쿠첸의 전신인 부방테크론, 리홈쿠첸 시절부터 총 10 여년간 쿠첸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작년에는 지주사 부방의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승계를 위한 탄탄대로를 밟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9월 돌연 부회장직을 사임, 스타트업 피유엠피에서 새로운 도전을 선언했다. 그가 선택한 자리는 '씽씽' 브랜드로 잘 알려진 공유 킥보드사의 최고구매책임자(CPO)직이다. 중견기업의 오너 3세 경영진일지라도 거취 결정은 본인의 선택일테지만, 하필 쿠첸이 변화의 과도기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전업이었기에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됐다.

이 전 대표의 이직 행보는 쿠첸(부방)이 직면한 최근 경영환경 변화를 함축하고 있다. 부방그룹의 후계구도 변화 움직임, 캐시카우였던 쿠첸의 실적 위기, 그에 따른 신사업 필요성 등 3가지 요인들이 복합된 결과물이란 해석이다.

◇이대희의 '부캐' 로타리클럽 회장…부방 3대가 이어온 전통

이 전 대표는 전자업계 내 '해외통'으로 평가된다. 경기고등학교, 미국 클라크 대학교(CLARK University)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2000년 LG전자 수출영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MC사업부 북미수출2팀 등에서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3년 뒤 부방테크론 기획실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본인의 장점인 해외 네트워크 관리에 주력하며 2007년 부방테크론의 대표이사직을 맡으며 3세 경영을 본격화했다.


부방가(家)에서의 역할도 컸다. 부방 오너 3대째 역임해온 국제기구인 '국제로타리' 회장직을 이어받을 상징적인 인물이다. 국제로타리는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세계평화, 복지, 재난구호 등을 위한 민간 봉사 기구다. 부방가는 창업주인 이원갑 전 부산방직공업 회장을 시작으로 2대 이동건 회장, 3대 이대희 전 대표까지 모두 국제로타리 회장직을 맡았다. 의미도 남달랐다. 2남 2녀 남매 중 장남으로서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거나 다름없었다.

2015년 부방그룹은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며 승계구도도 어느정도 확실시되는 듯 했다. 이 전 대표는 쿠첸의 분할과정(리빙-유통)에서 보유한 쿠첸 지분을 주고 지주사 부방의 지분을 받는 형식으로 부방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였다. 2019년까지 그의 부방 지분은 34.85%에 달했다. 이동건 회장의 차남인 이중희 6.53%, 두 딸인 이희원·이희정 자매가 지분을 보유하지 않던 것을 고려하면 승계를 완료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후계구도의 변화, 부방 미등기임원…반쪽짜리 승진

그러나 2019년부터 후계구도에 급격한 변화가 감지됐다. 2019년 12월 이대희 전 대표는 차남인 이중희씨가 이끄는 테크로스에 갖고 있던 부방 주식 1803만6942을 매도했다. 최대주주로 있던 회사 에스씨케이의 부방 지분까지 전량 넘겼다. 차남인 이중희씨 역시 172만주의 부방 지분을 테크로스에 일부 매도했지만, 이중희씨는 테크로스의 경영권을 쥔 최대주주(37.59%)였기에 큰 의미는 없었다.

갑작스런 후계구도 움직임은 쿠첸의 경영악화 기조와 궤를 함께 한다. 2019년 6월 쿠첸은 적자전환과 함께 상장폐지 상태에 이르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의 압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라며 "당시 내부적으로 경영성과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고, 전문경영인의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반대로 차남 이중희씨의 그룹 내 입지는 두터워졌다. LG그룹으로부터 인수한 테크로스(수처리사업)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두 형제의 희비는 작년 부방 인사에서 갈렸다. 겉으로 보면 이 전 대표는 쿠첸 대표에서 부방의 부회장으로 선임되며 승진에 성공한 듯 하다. 그러나 실상은 미등기임원 자격으로 이사회 참여 자격은 없던 지위였다. 결국 이 전 대표는 임기 1년도 채우지 않고 사임했다.

3개월 차이로 부방 임원진에 합류한 이중희씨는 기타비상무이사(등기임원)이었다. 당시 부방 이사회는 이중희씨를 이사로 선임하며 "경영역량과 탁월한 리더십, 통찰력을 갖추고 있다"며 "주주권익을 향상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신사업 발굴 포석…복귀 가능성도 거론

이 전 대표의 경영복귀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완전히 부방그룹을 떠났다기 보단 신사업 아이디어를 얻기위한 이탈이란 해석이다. 쿠첸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통한 변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그간 전기밥솥을 대체하기 위해 전기레인지, 유아용 가전 브랜드, 로봇쿠커쪽으로도 눈을 돌려봤지만 시장의 변화를 주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이 전 대표의 그룹 내 임무도 신사업 발굴업무였다. 혁신 스타트업으로 이동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려는 큰 그림일 수도 있다. 해외 공급망관리(SCM) 업무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쿠첸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신사업으로 여러가지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복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비슷한 전례가 있었다. 2012년 리홈쿠첸 대표 재직시절 돌연 회사를 떠났다가 2년만에 복귀한 사례가 있다. 당시 업계에선 그가 삼성전자 출신 전문 경영인이었던 강태융 전 대표와의 갈등, 이 회장과의 경영철학 차이, 리홈쿠첸의 부진한 성장에 대한 책임 사퇴 등 갖가지 관측이 쏟아졌다. 후계구도에서 배제됐을 것이란 관측이었다.

하지만 경영 공백기간동안 중국과 러시아 등 신규 시장 발굴에 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복귀와 함께 보란듯이 전기레인지를 히트시켰고 성숙기에 접어든 전기밥솥 시장을 대체할 신사업을 발굴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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