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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의 '오픈 이노베이션' 딜레마 [thebell note]

양용비 기자공개 2021-11-03 07:45:45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2일 0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액셀러레이터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시장에 안착하는 데 우군 역할을 톡톡히 한다. 금전적 어려움을 해소해 주는 화수분, 성장에 필요한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가교, 방향을 잃은 곳엔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만큼 맡은 임무가 다양하다. 투자는 기본이고 사후 관리의 일환으로 초기 스타트업을 위한 보육 프로그램도 가동한다.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이 외부 연계와 네트워크 확장 등 다양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가 맡은 또 하나의 역할은 국내 대기업 열린 혁신의 해결사다. 대기업과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한다. 신성장동력을 찾는 대기업, 네트워크 확장을 노리는 스타트업 양측에게 모두 이로운 사업이다.

대기업과 함께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액셀러레이터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가장 큰 메리트는 바로 ‘돈’이다. 가장 큰 수익 창출원이다.

대기업은 스타트업 발굴과 보육을 위탁하는 만큼 일정 자금을 지불한다.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은 초기 스타트업을 발굴해 회수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액셀러레이터에겐 중요한 사업일 수밖에 없다. 막힌 현금 흐름에 숨통을 틔워주는 까닭이다.

하지만 최근 액셀러레이터는 고민에 빠졌다. 최고 수익원이지만 내부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의 원인은 아이러니하게도 ‘돈’이다.

대기업과 협업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은 표면적으론 양측이 동등한 위치에서 진행된다. 그러나 표면적일 뿐 보이지 않는 상하관계가 존재한다. 위탁 자금을 지불한 쪽을 ‘상’, 반대는 ‘하’다. 액셀러레이터는 결국 대기업이 원하는 방식과 과정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기업이 액셀러레이터를 ‘오픈 이노베이션 하청업체’라고 인식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과정에서 벤처생태계의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하던 액셀러레이터의 권위는 퇴색된다. 회의감과 구조적 한계를 느낀 액셀러레이터 오픈 이노베이션 담당자들이 잇달아 퇴사하는 배경이다. 대부분 스타트업의 동반자라는 사명감으로 액셀러레이터에 입문했을 터다. 이는 액셀러레이터에겐 크나 큰 손실이다.

오픈 이노베이션의 딜레마에 빠진 액셀러레이터 일부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내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프로그램을 지속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묘수를 내놓을 수 있을까.

아마 대기업이 ‘열린 혁신’에 진심을 담기 전까진 답을 찾긴 힘들 거 같다. 업계 관계자 누군가가 그랬다. 오픈 이노베이션을 진행하는 대기업 대부분은 스타트업 발굴에 대한 진심과 사명감이 빠져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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