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15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벤처캐피탈(VC) 투자심사역 세대 구분하는 방법이 있어요. 본인이 직접 구입한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을 카카오톡 프로필로 설정한 사람은 신세대예요. 이걸 모르거나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은 구세대로 분류되죠."

최근 한 심사역은 카카오톡 프로필을 보여주며 이같이 말했다. 그가 보여준 프로필은 픽셀이 엉성하게 표현된 NFT 캐릭터 그림인 '크립토펑크'의 한 종류였다. NFT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 시초는 디지털 아트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NFT가 크립토펑크다. 이 세상에 단 하나만 존재한다는 특징을 갖는다.

희소성이란 가치가 부여되고 높은 금액에 거래된다. 실제로 여러 심사역들이 NFT로 재미를 봤다. 수십만원대에서 수백만원대 가격이 형성됐을 당시만 해도 비아냥거리는 분위기였다. 실물도 아닌 디지털 그림을 왜 사냐는 지적이었다. 현재는 작품별로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가치가 폭등한 상태다.

이처럼 벤처캐피탈리스트들의 관심이 NFT로 쏠린다. 처음엔 가상화폐 및 가상화폐 거래소 그리고 NFT 작품이었다면 지금은 NFT로부터 파생될 산업에 집중하고 있다. 심사역 개인이 아니라 하우스 차원에서도 분주하게 움직인다. NFT가 메타버스 생태계의 핵심 열쇠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게임 속 아이템, 메타버스 속 건물, 땅 거래가 대표적이다.

삼성의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탈(CVC) 삼성넥스트는 최근 인도 블록체인 스타트업 '페이즈 테크놀로지(Faze Technologies)'에 베팅했다. 앞서 NFT 거래 플랫폼 업체 슈퍼레어를 시작으로 NFT 게임 개발사 대퍼랩스, 블록체인·NFT 개발업체 알케미 등에 투자했다. 올해 들어 NFT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의 사업 전환도 눈길을 끈다. 대교인베스트먼트, F&F파트너스 등이 투자한 소프트웨어 창작 플랫폼 위즈스쿨은 최근 사명을 '레드브릭'으로 바꾸고 메타버스 창작자 지원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메타버스 서비스 구축을 위한 인력도 대거 채용할 계획이다. 재무적 투자자(FI)들은 이런 움직임을 환영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넥스트가 해외로 눈을 돌린 것도 같은 이유다. 때문에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를 예의주시하며 관련 포트폴리오를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재로선 소문에 의존하고 있지만 NFT가 벤처투자 신대륙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국내 NFT 생태계의 확장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