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신평, 기술 발전·신산업 흐름에서 ESG 본다 [ESG리스크와 신용평가]⑤평가방법론 제정, 뉴인더스트리 카테고리 신설…리서치 자유도 극대화
이지혜 기자공개 2021-11-18 13:13:04
[편집자주]
ESG가 어느덧 채권시장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크레딧 업계도 ESG가 신용도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데 한창이다.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각종 규제와 유인책이 쏟아지고 있다. 더이상 ESG 리스크를 따지지 않고는 자금 조달도, 운용도 원만하게 하기 어렵게 됐다. 채권시장의 안내자인 신용평가사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ESG를 신용도에 무엇을 중점에 두고 어떻게 반영할지 방향을 찾아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08: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산업동학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ESG를 바라보고 있다.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ESG는 이런 변화를 일으키는 배경이자 결과 중 하나라고 나이스신용평가는 판단했다. ESG만 파고든다면 자칫 '장님이 코끼리 만지는 격'이 돼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는 의미다.나이스신용평가가 신산업(NEW Industry)을 키워드로 리서치를 진행하는 이유다. 다른 신용평가사가 ESG를 중심에 놓은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ESG를 소홀히 여긴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산업의 맥락에서 ESG를 체계적으로 보겠다는 뜻을 담아 업계에서 두 번째로 ESG 평가방법론을 펴냈다.
연구원의 자유도도 한껏 높였다. 작성해야 할 리포트 개수, 분석 대상 기업, 리서치 주제를 제한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마주한 만큼 기존의 틀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신산업 분석(NEW Industry Analysis)으로 리서치 차별화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산업 분석(NEW Industry Analysis) 카테고리를 리서치부문에 새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안영복 나이스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은 “ESG보다 폭넓은 관점으로 산업을 파악하고자 신산업 분석으로 이름붙였다”며 “산업의 변화를 일으키는 배경, 신산업과 관련된 리포트를 뽑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나이스신용평가가 그간 진행한 리서치에서도 드러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해 9월부터 신산업에 초점을 맞춰 리서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했다. 전기차와 RE100, 수소경제 등 ESG와 관련된 리포트가 나오기도 했지만 개수가 많지 않다.
오히려 넷플릭스와 미디어 패러다임의 변화, 아마존과 쿠팡,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분석, 자율주행차 등 리포트가 훨씬 많다. 신기술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기업이나 신산업으로 주목받는 영역이다.
안 본부장은 “기술이 발전하면서 기존의 산업 사이클이 무너지고 있다"며 “기업의 생산과 가치창출 등 프로세스를 밑바닥부터 바꾸는 이슈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각에는 나이스신용평가가 토종 신용평가사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 있다. 경쟁사로 꼽히는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각각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와 피치(Fitch)를 모회사로 두고 있다. 무디스와 피치는 글로벌 계열사들이 ESG 관련 사업을 펼치도록 독려하고 있다.
◇평가방법론 제정, ESG요인 복수 적용도 가능
나이스신용평가가 신산업을 키워드로 내세웠다고 ESG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신산업의 배경이자 결과로서 ESG에 주목하고 있다. ESG가 신용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용평정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투자자에게 체계적으로 답하고자 평가방법론도 만들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 10월 'ESG와 신용등급‘이라는 제목으로 신용평가일반론을 공표했다. 신용평가일반론은 신용평가의 의의와 신용등급을 결정하는 일반적 접근방식, 신용평가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사항을 설명한다. 방법론을 펴내 ESG와 신용등급을 안내한 것은 나이스신용평가가 업계에서 두 번째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환경(E), 사회(S) 요인은 산업위험과 재무위험에 영향을 미친다. 반면 지배구조(G) 요인은 개별기업에 영향을 미쳐 기타고려요소의 경영관리 범주에서 고려된다.
또 하나의 이슈가 2개 이상의 ESG요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컨대 폐기물, 오염물질 관리 이슈는 주로 환경요인이지만 산업안전 측면에서 사회요인에도 포함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SG요인은 리스크로 해석돼 일반적으로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그러나 새로운 사업기회 창출, 적극적 ESG투자활동에 따른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신용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평가방법론은 신용평가사에게 있어서 제약이자 도구”라며 “신용평가사는 법적 규제를 받고 있기에 일단 평가체계와 논리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ESG 인프라 ‘아직’, 자율성 높은 리서치로 신산업 파고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ESG평가방법론을 만들었지만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채권자의 신뢰를 확보할 만큼 공신력있는 데이터를 얻기가 쉽지 않아서다.
안 본부장은 “기존의 신용평가처럼 개별 기업의 ESG 대응력을 평가하기에는 공시체계가 너무 빈약하다”며 “채권자와 시장의 신뢰를 얻을 만한 데이터 인프라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ESG공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2025년부터 시행될뿐 아니라 공시 대상도 대부분 대기업뿐이다.
이에 따라 나이스신용평가가 당분간 신산업 리포트를 중점적으로 발간할 가능성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연구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개별 연구원에게 연간 단위로 리포트 개수와 주제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그러나 지금은 연구원의 리포트 개수와 리포트 주제, 분석기업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유통소속 연구원이 석탄화력발전 관련 분석을 진행할 수도 있다. 신산업, 신기술이 화두가 된 만큼 자발성을 이끌어내야 질 좋은 리서치가 이뤄진다는 믿음에서다.
안 본부장은 “리서치는 쌓일수록 시너지를 낼 수 있기에 일단 첫발을 뗐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며 “연구원들이 산업의 큰 조류를 볼 수 있는 시각을 스스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이끄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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