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댄스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가 끝났다. 매회 화제를 모으더니 종영 후에도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어제까지 무명이었던 댄서들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각종 패러디가 쏟아지고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된다. 예능 제작진과 광고주들은 서로 '모셔'가려고 신경전까지 벌인단다.처음 눈뜬 '춤의 세계'에 푹 빠져 본방, 재방으로도 모자라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봤다. 보고 또 봐도 입이 떡 벌어지고 연신 감탄사가 나온다. 거짓말 좀 보태 '모르고 산 세월'이 아쉬울 정도다. 근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댄서들은 늘 무대 위에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을 뿐이다. 주인공으로 설 수 있는 무대가 생기자 기다렸다는 듯 반짝반짝 빛났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제1회 개발자 컨퍼런스'를 온라인으로 개최했다. 모빌리티에서 소프트웨어까지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들이 프로젝트 경험과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자리다.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개발자 컨퍼런스를 완성차기업이 최초로 시도한 사례다.
라인업이 화려했다.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R&D)본부장부터 송창현 TaaS본부장, 지영조 이노베이션 담당 사장까지 주요 임원이 총출동해 R&D 현황과 방향성을 소개했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실무 개발자들이 직접 발표에 나섰다. 기술개발 과정에서 습득한 노하우를 가감없이 공개하고 질의에도 성심껏 답했다.
컨퍼런스는 성공적이었다. 참관 등록을 한 사람이 6500여명에 달했고 이틀간 3만여뷰를 기록했다. 무엇보다도 현대차그룹 내외부 개발자들이 공통된 관심사를 바탕으로 적극 소통하며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추후 협력 기회도 엿보기로 했다.
개발자들은 현대차그룹이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하는데 일익을 담당해온 사람들이다. 앞으론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를 차지하려면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혁신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다.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이란 목표가 이들 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직접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한다. 업(業) 특성상 외부에 드러날 일 자체가 흔치 않다. 현대차그룹은 이들에게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무대를 마련해 마음껏 실력을 뽐내게끔 했다. 업계 동료들과 소통하며 한단계 발전하도록 독려했다.
자부심도 심어줬다. 한 발표자는 "이렇게 많은 분들이 세션에 참여해줄 거라곤 예상 못했다"며 "색다른 시각이 담긴 질문부터 심도깊은 기술 관련 질문까지 받으니 개발자로서 너무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근 온라인엔 스우파를 보고 댄스학원에 등록했다는 후기가 잇따른다. 국내 '댄스판'이 점점 커지고 풍성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개발자 컨퍼런스 역시 유능한 인재들이 현대차그룹으로 몰려오는 결과를 낳지 않을까. 그렇게 선순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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