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금감원장, 생보업계와 화해 물꼬 전임 원장 시절 형성된 ‘불편한 관계’ 해소 주력
김민영 기자공개 2021-11-26 07:15:41
이 기사는 2021년 11월 25일 15: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생명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전임 원장 시절부터 이어진 불편한 관계 해소에 주력했다. 정 원장은 적극적인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서 선물 보따리도 풀었다.정 원장은 25일 서울 중구 힐튼호텔에서 주요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엔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을 비롯해 여승주 한화생명 사장, 윤열현 교보생명 사장, 성대규 신한라이프 사장, 김인태 NH농협생명 사장, 변재상 미래에셋생명 사장, 박춘원 흥국생명 사장, 조지은 라이나생명 사장 등 생보사 CEO가 참석했다.
21개 생보사 중 8개사 사장만 초대됐다.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이 업계를 대표해 참석했고, 양해환 금감원 보험감독국장이 배석했다.
정 원장은 인사말에서부터 업계에 손을 내밀었다. 그는 “생명보험 감독·검사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르면서 사전예방적 감독과 사후적 감독 간 조화와 균형을 도모하겠다”며 “시스템리스크가 우려되는 보험회사에 대해서는 잠재리스크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적 검사를 실시하고 시스템리스크 우려가 낮은 보험사에 대해서는 내부감사협의제도 내실화 등 자율적인 내부통제 강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일괄적인 검사가 아닌 문제 있는 보험사 선별 검사를 하겠단 뜻이다.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로 긴장하고 있는 업계에 선물도 줬다. 정 원장은 “빅테크의 보험업 진출에 대응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 하에서 소비자피해 및 공정경쟁 저해 우려가 없도록 시의성 있고 균형 잡힌 규율체계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이어 “자산운용과 헬스케어 활성화 등을 위해 보험사의 자회사 소유와 부수업무 영위를 폭넓게 허용하고 디지털 전환 가속화에 발맞춰 화상통화나 챗봇과 같은 디지털 신기술을 활용한 보험모집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제를 선진화하겠다”고 했다.
정 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여러 생보사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며 “금융위원회와 협력해 법·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윤 전 원장 시절 금감원은 금융권 중에서도 유독 보험업계와 대척점에 있었다. 특히 자살보험금·암보험금·즉시연금 등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윤 전 원장이 직접 나서 생보사들을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종합검사 부활 후 생보사에 중징계를 주자 ‘길 들이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정 원장 특유의 소통 방식이 윤 전 원장과 극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점도 눈에 띄었다. 정 원장의 소통 방식은 ‘소수정예’, ‘집중 소통’으로 요약된다.
이날 오전 11시 행사 시작 후 모두 말씀과 간단한 금감원 발표 이후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주로 사장단의 얘기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8명의 사장과 생보협회장만 행사에 참석하면서 사장들이 말할 수 있는 시간이 길었다.
또 식사를 하는 동안 보험감독국장은 아예 행사장을 빠져나가고, 정 원장과 사장단·생보협회장만 남아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2시간 넘는 간담회 중간 중간 웃음소리가 행사장 밖으로 새어 나왔다.
이와 달리 윤 전 원장은 업계 관계자들을 한꺼번에 만났다. 2018년 9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조찬 행사에는 34개 생·손보사 사장과 금감원 보험담당 임원, 생·손보 협회장 등이 참석했다.
식사시간 포함 1시간반가량 진행된 행사에 40명 가까운 인사들이 참석하면서 업계 얘기를 속 시원히 전달하는 시간이 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첫 간담회 후 윤 전 원장은 임기 내내 보험사 CEO들을 공식 행사에서 만난 적이 없다.
정 원장은 간담회에서 나온 업계 민원을 임원 회의 등을 통해 금감원 내부에 바로 바로 공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 직원들이 업계 애로사항을 인지할 수 있도록 창구 역할도 하는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정 원장이 간담회에서 CEO들에게 들은 내용을 임원 회의 때 가감없이 전하고 있다”며 “금감원 내부에서도 지난 몇 년 간 업계와 원활한 소통을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반성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장은 손해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도 관계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다른 관계자는 “다음 달 16일 같은 장소에서 주요 손보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