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개편안 긴급점검]SOC 투자 헤지펀드, 경영참여목적펀드 분류에 'SOS'의결권 제한 규제도 면제 받던 인프라펀드…지분 10% 이상 취득 대다수, 새 규제 우려
양정우 기자공개 2021-12-06 13:36:03
[편집자주]
10월 21일, 각종 사건사고로 성장통을 겪고 있던 사모펀드 시장에 새로운 룰(rule)이 생겼다. 정부가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장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진입장벽을 낮춘 후 400조원대로 급팽창한 사모펀드 시장의 투자자 보호와 규제 일원화란 큰 그림속에서 나온 개선안이다. 중장기적으로 주요 플레이어들의 비즈니스에도 적잖은 영향이 예상된다. 제도 개선의 핵심과 영향, 현장 반응을 더벨이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01일 15: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회기반시설(SOC)에 투자하는 헤지펀드 운용사가 자본시장법 개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SOC 투자 특성상 지분(Equity) 확보가 필수여서 운용 펀드를 대부분 경영참여목적펀드로 분류해야 하는 처지다.경영참여목적펀드로 지정된 헤지펀드는 금융 당국에서 승인 절차를 받아야 하는 게 운용상 취약점이다. 그간 SOC 전용 펀드는 인프라 투자의 특성이 감안돼 의결권 제한 족쇄에서도 벗어나 있었다. 이런 우호적 여건이 오히려 지나친 규제로 뒤바뀌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10월 말 시행된 자본시장법(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와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라는 체계가 사라진 대신 경영참여목적펀드가 등장했다. 이제 단일화된 사모펀드가 투자처의 지분 10% 이상을 취득하면 경영참여목적펀드로 분류된다.
기존 헤지펀드 운용사는 경영참여목적펀드라는 새 규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 결정과 집행의 속도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점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탓이다. 아직 첫 사례가 등장하지 않았으나 이들 승인 절차(금융산업구조개선법 제24조)에 통상 3~4개월이 소요됐던 터라 벌써부터 경쟁력 상실을 우려하고 있다.
SOC 투자에 사력을 다했던 하우스는 시름이 한층 더 깊다. 인프라 투자의 구조상 대규모 지분을 확보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재무적투자자(FI)가 10% 미만의 소수 지분에 투자하거나 지분 출자를 하지 않을 경우 SOC 비즈니스의 주축은 대출이다. 하지만 SOC 대출은 실속을 챙기지 못할 때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SOC 소유주는 사업성이 강화될수록 대출 금리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춘다. 당연히 리파이낸싱 수순을 밟는다. 만일 FI가 스스로 보호할 수 있는 수준의 의결권을 갖추지 못하면 SOC가 안정 궤도에 오를수록 퇴출 리스크가 커진다. 이 때문에 외국계 운용사에서는 SOC 투자시 지분의 머저리티(majority·가장 많은 수)를 중시한다.
근래 들어 SOC 투자에서도 '밸류 에드(value add)' 전략이 트렌드다. 하지만 부동산과 인프라 시설의 자산가치를 극대화할 때 결국 의결권에서 우위를 점해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역시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릴 정도로 지분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 SOC의 방향성을 놓고 파트너인 주주끼리 의견이 대립되는 건 비일비재한 일이다.
기존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은 SOC만의 투자 특성을 고려한 방향으로 제정됐다. 본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지분 10%를 초과해 보유한 주식에 대해 의결권 행사가 제한된다. 하지만 사회기반시설사업과 시행 법인에 투자할 경우 그 지분증권 총수의 100분의 100까지 투자하는 게 허용됐다. 한마디로 지분 10%를 초과한 모든 지분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오히려 경영참여목적펀드로 분류되는 난관에 처했다. 금융 당국은 이미 설정된 헤지펀드 일체를 새 체계에 맞춰 재분류할 것을 지시했다. 현재 SOC 지분을 10% 이상 보유한 펀드는 모조리 경영참여목적펀드로서 승인 절차를 밟아야 한다. 상장사나 비상장사를 투자한 펀드는 지분율을 10% 이하로 맞추고자 주식을 처분하고 있지만 SOC 투자 펀드는 이런 대응에 나서는 것도 녹록치 않다.
운용사 관계자는 "금융 당국에서는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 SOC 투자 펀드의 목적을 확정할 것을 권고했다"며 "일단 경영참여목적펀드로 보고한 후 앞으로 발생할 이슈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경영참여목적펀드의 경우 금산법 24조에 따른 출자 승인이 업계의 업무 환경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운용사와 형평성 논란도 제기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SOC 시장의 경우 토종 운용사 못지 않게 외국계 운용사가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전통적 SOC 시설은 이미 성숙기에 들어섰지만 태양광, 육상풍력, 해상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파트는 여전히 성장 여력이 크다. 이 시장을 놓고 국내외 운용사가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외국계 펀드의 경우 다양한 구조화를 통해 경영참여목적펀드의 굴레를 벗어나는 게 가능하다"며 "알짜 SOC 딜에서는 지분 투자가 승패를 좌우할 '키'인데 토종 하우스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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