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K-가구 해외사업 점검]에넥스, '글로벌 진출 19년' 베트남만 남았다2003년 中법인 설립 생산시설 등 거점 마련, 해외사업 구조조정 단행

이효범 기자공개 2021-12-15 08:12:54

[편집자주]

'K-가구'는 신기루일까. 국내 시장 성장 정체에 따라 가구기업들이 오래 전부터 해외로 눈을 돌렸지만 글로벌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거의 없다. 하지만 '해외에 미래가 있다'는 명확한 비전을 바탕으로 현지 시장 공략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국내 가구기업의 해외시장 개척기를 추적해보고 현주소를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4일 13: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구업체 에넥스가 최근 몇년새 해외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청사진을 그리며 2003년 설립한 중국법인과 2007년 설립한 카자흐스탄법인을 모두 청산했다. 다만 여전히 적자를 내고 있는 베트남법인 운영으로 해외사업 명맥을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넥스 본사 전경(출처 : 에넥스 홈페이지)
에넥스의 올해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해외법인은 베트남법인(ENEX VINA) 뿐이다. 에넥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자산총계 20억원 가운데 자기자본이 16억원이다. 지난해 연간기준 매출액은 20억원으로 순손실은 2억원 발생했다.

올해 3분기 에넥스의 연결기준 누적 전체 매출액은 1723억원이다. 이 가운데 수출을 통해 거둔 매출액은 7억원에 불과했다. 전체 매출액의 1%에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2019년, 2020년도 비슷한 규모를 유지했다. 베트남법인 매출과 에넥스의 수출액을 고려해도 해외에서 창출하는 매출은 여전히 미미한 규모다.

초라한 성적표와 달리 에넥스는 2000년대 초반부터 해외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 처음 공략을 실시한 곳이 중국이었다. 중국법인(이내스주구(중국)유한공사)을 2003년 7월 설립하고 이듬해 가구 생산을 할 수 있는 공장까지 만들었다. 현지에서 생산과 판매를 모두 실시할 수 있는 해외거점을 마련한 셈이었다.

초기 출자금 18억원 가량에 더해 이듬해 45억원을 추가로 출자했다. 법인설립 이후 매년 크고 작은 순손실이 지속되면서 추가적인 자금수혈이 이뤄졌고 2006년에는 박유재 명예회장이 사재를 출연해 중국법인 지분 14.3%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만큼 중국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가 컸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2008년에는 박 명예회장의 아들인 박진규 회장도 중국사업에 자금을 출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중국법인 출범 이후 적자가 지속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너일가의 자금수혈로 손실을 일부 메운 것으로 풀이된다. 상장사였던 에넥스 입장에서도 연결기준 실적에 온전히 반영하던 중국법인 적자를 지분법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됐다.

*에넥스 조직도 중 일부 발췌(2018년말 기준)

중국법인 손실이 지속됐지만 당시 에넥스는 해외사업에 열을 올렸다. 2007년에는 조직도에서는 해외사업 조직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에넥스는 이때 동일하이빌과 함께 카자흐스탄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별도의 지점을 설립하고 동일하이빌이 현지에 공급하는 주택에 가구를 공급하는 사업이었다. 제조시설을 갖추지 않은 판매법인을 만들었다.

2009년에는 베트남으로 해외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베트남법인을 설립했고 2011년에는 베트남 하노이 공장을 준공했다. 중국법인(ENEX CHINA)과 베트남법인을 생산과 소싱, 물류, 판매의 특화기지로 삼아 세계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가운데 카자흐스탄법인의 자취를 찾아볼 수 있는 건 에넥스의 2011년말 기준 연결 감사보고서부터다. 그해 매출액 76억원, 순이익 700만원을 각각 올렸다. 중국, 베트남법인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자흐스탄법인은 선방한 실적을 거둔 셈이다.

에넥스는 당시 해당법인에 직접적으로 자본을 출자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감사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 '지분출자금액은 없으나 실질지배력 기준으로 연결대상 포함'이라고 언급돼 있다. 이듬해인 2012년에는 에넥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된다.

이처럼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주도했던 건 박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86년 에넥스 입사 이후 1998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03년에는 중국 법인, 2009년 베트남 법인장을 각각 역임했다. 현지 법인 설립 초기 법인장을 맡으면서 사업을 안정화하는데 주력했다. 국내에만 머물러 있던 에넥스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해 역점을 두고 해외로 눈을 돌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해외사업 성적표는 기대만큼 양호하지 않았다. 중국, 베트남, 카자흐스탄법인 체제를 이어온 2011~2017년까지 3개법인의 합산 손손익은 매년 마이너스(-)였다. 연간 합산 매출액 역시 2011년을 제외하면 1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에넥스는 결국 2019년부터 해외사업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판매법인이었던 카자흐스탄법인을 2019년 9월 제일 먼저 청산했다. 현지에서 일감을 원활하게 확보하지 못하면서 매출이 감소하자 결국 현지에서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또 누적손실 규모가 가장 컸던 중국법인 청산도 올들어 마무리했다. 중국법인은 2013년 이미 생산공장을 처분하고 판매법인으로 전환했다. 인건비 등 비용이 급등하자 생산시설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중국 주요 도시에 퍼져 있는 에넥스차이나 사무소는 한동안 유지해오다 지난해 이마저도 결국 청산했다.

에넥스는 당분간 베트남법인만 운영하는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해외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지는 않겠다는 의미다. 다행히 최근 수년간 베트남법인의 순손실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다. 에넥스 관계자는 "베트남법인에 대해서는 청산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