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FI 갈등]어피너티 '금반언 원칙' 위배, 가처분 재판 '변수' 될까ICC에서 "신 회장, 가치평가기관 선임 안 돼" 주장…가처분 재판에선 '번복'
이은솔 기자공개 2021-12-20 07:15:36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11: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보생명보험의 풋옵션 계약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이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재판과 국내 가처분 소송에서 상반된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법률상 모순되는 주장을 할 수 없다는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는 행위여서 가처분 재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어피너티컨소시엄은 ICC에서 '형성권'을 근거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가치평가기관을 선임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 주장이 ICC에서 기각되자 입장을 바꿔 가처분 소송에서는 신 회장에게 평가기관을 선임하라고 주장했다.
◇어피너티의 ICC 배수진…'가치평가기관 선임 이행' 두고 주장 엇갈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피너티컨소시엄(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베어링 PE, 싱가포르투자청)과 신창재 교보생명보험 회장은 현재 풋옵션 계약이행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가처분 신청 관련 심문기일이 있었다. 양측은 추가 서면을 제출하는 단계로, 가처분 인용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지난 10월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측에 풋옵션 계약 이행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9월 ICC 산하 중재판정부는 신 회장이 어피너티컨소시엄 측이 주장한 주당 40만9000원에 지분을 매수할 의무는 없다고 결론내렸다. 다만 풋옵션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에 국내법에 따라 양측이 가격 산정을 마쳐 풋옵션 계약을 이행할 수 있다는 게 ICC의 결론이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ICC 중재재판에서 신 회장의 가치평가 기관 선임과 계약이행 의무를 주장하지 않았다. 당초 주장한 40만9000원을 관철시키겠다는 일종의 ‘배수의 진’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어 '신 회장의 가치평가기관 선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주주간 계약에 명시된 풋옵션이 한쪽의 가격 제출만으로도 매매계약이 형성되는 국내법상 ‘형성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신 회장에 대한 계약이행 청구나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 않았다. 형성권은 권리자의 일방적 의사표시에 의하여 법률관계가 발생하는 권리를 뜻한다.
어피너티컨소시엄 관계자는 "신 회장이 평가기관을 선임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적은 없다"며 "신 회장이 평가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계약의 보충적 해석론'에 따라 풋옵션 행사 가격은 (어피너티 측이) 제출한 평가액만으로 결정된다는 것이 ICC에서의 주장"이라고 전했다.
◇가처분 재판에선 "선임해라" 주장…법원칙 위배, 재판 영향 줄까
ICC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기각됐다. 중재 판정부는 풋옵션 행사는 유효하지만 40만9000원은 행사 가격이 될 수 없고, 어피니티컨소시엄이 계약이행이나 손해배상 등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이에 대한 책임도 없다고 판결했다. 또 풋옵션 행사가격은 중재판정부가 결정할 수 없고, 신 회장이 평가기관 선임해 제 3의 행사가격을 산출하는 것 또한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요구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국내 법원에 계약이행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 ICC 중재재판에서와는 상반되는 주장을 꺼내들었다. 어피너티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가치 산정을 위한 가치 평가기관을 선임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가처분을 신청했다.
중재재판에서는 신 회장의 가치평가기관 선임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가, 가처분 신청에서는 다시 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고 입장을 번복한 셈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어피너티 측의 행동이 금반언의 원칙과 소송경제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전했다. '금반언의 원칙'은 법률상 앞선 행위와 모순되고 배치되는 발언과 행위를 할 수 없다는 법원칙이다. '소송경제의 원칙'은 재판의 효율성을 위해 같은 쟁점을 여러 재판에서 반복해 다룰 수는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풋옵션 가처분 재판 과정에서도 어피너티 측이 금반언·소송경제 원칙을 위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국제법원칙들은 사법부의 판단 근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가처분 재판에 영향을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앞선 관계자는 “동일한 쟁점에 대해 주장을 달리해 ICC 중재 판정을 뒤집으려는 법적 분쟁”이라며 “안진회계법인이 작성한 가치평가보고서를 둘러싼 형사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신 회장에게 평가기관을 선임하라는 것 역시 다소 무리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어피너티컨소시엄 주요 임직원과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의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 공판을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달 20일 마지막 공판을 진행하고 내년 초 선고를 내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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