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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출입은행, 수출보증 공방에 ‘신중 모드’ 대외채무보증 제한 완화하자 무보 반발…양 기관 '노조'간 대리전 양상

김규희 기자공개 2021-12-20 07:17:36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13: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가 대외채무보증을 두고 갈등을 보일 조짐이다. 양 기관이 대응을 자제하는 사이 노조가 공방을 주고 받으면서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업무를 관장해온 무보는 수출입은행의 역할이 커질 경우 수익성이 악화돼 향후 중소기업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수출입은행은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수출기업이 금융조달이 안돼 해외수주가 무산되는 사례가 있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제한이 완화되면 '그레이 에어리어'(Grey area, 애매한 영역)에 속해 금융조달이 어려운 수출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수출입은행 대외채무보증 제한 완화하자 무보 ‘반발’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3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규모를 확대하는 방안을 정했다. 해외건설 수주동향 등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수주지원 보완방안으로 수출입은행의 대외채무보증 제한을 완화하기로 했다. 지난해 해외 수주액은 351억달러였으나 올해는 300억달러 안팎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기재부는 수출입은행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외채무보증 총액 제한 비율을 50%로 늘릴 계획이다. 현 시행령은 무보가 당해연도에 행한 보험인수 금액의 35%만 지급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대외채무보증은 외국에서 국내 물품을 수입하기 위해 국내외 금융기관에서 구매대금을 대출받을 때 지급을 보증해주는 제도다.

또 수출입은행이 대출해준 금액이 총 지원액의 50%를 초과할 경우에만 보증을 지원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대출 없이도 보증을 제공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방침이다.

이같은 조치는 국내 수출기업의 해외진출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다. 기재부는 지난 7월 5일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수출입은행의 시행령 제약으로 해외수주가 무산된 사례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타바메시 화력발전소, 콜롬비아 보고타 메트로 1호선, 베트남 북남 고속도로, 필리핀 태양광 발전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등이다. 최소 4년간 4건 이상이며 121억달러(약 14조3591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그러자 무보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무보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홍 부총리가 언급한 프로젝트들은 환경문제로 사업이 중단됐거나 사업성 부족으로 기업 스스로 철수를 결정한 것들"이라며 "거짓 자료를 작성해 기재부에 전달한 수출입은행 직원에 대해 감사청구, 형사고발 등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라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는 한 국가가 2개의 수출신용기관(ECA)을 운영하는 경우 기관 간 경쟁 심화에 따른 국가적 손실을 우려해 1개 기관이 대출과 보증을 동시에 취급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보험보증 업무는 무보가 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출입은행의 영역이 확대되면 상대적으로 무보의 무역보증 기능이 축소되고 수익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면 실적을 위해 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 수출입은행 "금융조달 미비로 수주 불발 안돼"…사각지대 지원 강화

수출입은행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무보 측 주장을 반박했다. 수출입은행 노조는 "무보와 무보 노조의 막무가내식 대응과 겁박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고 맞섰다.

수은 노조는 “수은법 및 동법 시행령을 통해 규제되는 대외채무보증지원 한도 및 요건 제약으로 우리 기업의 금융 수요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게 엄혹한 현실”이라며 “무보 및 무보 노조는 기업 의견에 귀 기울이려는 수은의 노력에 대해 업무영역 침해로 평가 절하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기관 이기주의 및 보호주의로 국민경제를 망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은의 대외채무보증 지원 규제 완화가 무보의 중소기업 무역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오히려 무보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중소기업 무역보험료를 올리려고 한다는 이야기가 시장에 퍼지고 있고 이는 합리적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무보가 독점적 지위를 남용함으로써 기업의 선택권과 경쟁력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신중하게 대응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대응에 나설 경우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대외채무보증 확대는 어디까지나 국내 수출기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수출입은행은 대외채무보증 지원 규제 완화를 통해 ‘그레이 에어리어’를 해소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법적 지원 대상에는 포함됐지만 통화 여건 등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었던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령 베트남 등 이종통화를 주로 취급하는 국가에 진출한 기업들은 그동안 금융조달에 애로가 많았다. 국제시장에서 흔히 통용되는 화폐가 아니다보니 수출입은행과 무보 모두에서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체 보험보증 영역이 넓어질 경우 무보와 수출입은행의 조율을 거쳐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가 2개의 ECA를 설치해 수출기업 지원 강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만큼 기업에 원활하게 자금을 공급해 수출 영토를 더욱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기업이 아무리 기술력을 갖추고 있더라도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최대 관건은 금융조달”이라며 “적어도 금융조달이 안돼 수주에 참여하지 못 하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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