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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 경쟁력 가늠자 '비상장투자' [thebell note]

이민호 기자공개 2021-12-29 08:25:26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08: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 자산관리(WM) 비즈니스의 꽃은 투자상품이다. 웬만한 전문가 ‘뺨치는’ 지식을 갖춘 고액자산가들은 시장 변화에도 기민하게 반응한다. 그만큼 입맛이 깐깐한 고객에게 차별화된 투자상품을 얼마나 다양하게 공급해줄 수 있는지가 핵심 경쟁력이다.

그 중에서도 경쟁력 판별의 가늠자로 떠오른 것이 비상장투자다. 공모주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비상장일 때 낮은 밸류에이션의 물량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하나금융 클럽원이나 NH투자증권 프리미어블루 등 투자형 WM센터들은 자산운용사의 비상장투자 펀드를 소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벤처캐피탈(VC)의 벤처펀드를 소싱하거나 직접 시장에서 물량을 모아 신탁으로 고액자산가 자금을 모집하기도 한다.

비상장투자는 높은 위험성을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여러 라운드를 거치면서 몸값을 불려 투자를 유치하더라도 막판에 엑시트 활로를 열어줄 상장에 실패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과거 비상장투자가 기관투자자 전유물로 인식된 이유다. 최근 세컨더리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이 세컨더리 거래도 해당 비상장기업의 상장 가능성이 유효할 때에만 가능하다. 고꾸라지고 있는 기업의 주식을 담을 투자자는 없다.

하지만 위험성에만 초점을 맞춰 개인의 비상장투자 진입을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애초 수익폭이 확대되는 분야를 간파하고 고객에게 소개하는 것이 WM센터 본연의 역할이다. 최근 비상장투자 시장을 가리켜 ‘돈이 돈을 밀어올린다’고 한다. 거품을 만드는 부정적인 의미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높은 수익 기회가 존재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VC 및 운용사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상품 소싱 능력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다만 위험 감내 수준에 부합하는 투자자에게만 상품을 소개하는 것도 WM 하우스 능력의 일부다. 개인전문투자자 개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금융당국은 일반투자자와 구분해 개인전문투자자들의 활동폭을 넓혀주고 있는데 이는 자산규모와 투자경험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해 위험 감내 수준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전문투자자로만 펀드 수익자를 구성할 경우 판매사의 운용행위 점검 의무가 면제돼 WM 하우스들로서도 매력적인 선택지다.

내년에도 비상장투자는 WM 경쟁력 판단의 핵심 척도로 자리잡을 것이 확실하다. 버티컬 커머스 플랫폼 등 기존 시장질서를 혁신적으로 파괴해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는 ‘디스럽터’ 성격의 비상장기업이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 증권사들이 비상장투자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출시하면서 소액투자의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비상장기업 성장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 아래 적합한 투자자에게 수익 기회를 부여하는 건전한 시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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