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템 편입 펀드 판매 중단, 펀드런 가능성은 신규 가입자 보호…포트폴리오 방어막, 환매 러시 '글쎄'
양정우 기자공개 2022-01-10 08:11:33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7일 1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에서 오스템임플란트 편입 펀드의 판매를 중단하기 시작하자 '펀드런(fund run)'이 벌어질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펀드마다 편입 비중이 높지 않아 치명적 손실을 주기 어렵지만 혹시 모를 심리적 패닉 상태를 경계하는 분위기다.판매 중단에 따른 최악의 시나리오는 환매 중단 사태다. 펀드 판매 창구마다 신규 가입을 막고 있으나 기존 가입 고객의 환매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자금 유출입의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으나 역시 낮은 편입 비중 덕에 환매 불가까지 치닫는 게 쉽지 않다.
◇하나은행 등 판매 중단 릴레이…편입 비중 낮아 펀드런 가능성 "크지않다"
7일 자산관리(WM)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에 이어 신한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오스템임플란트를 편입한 펀드의 신규 판매 중단에 나섰다. 하나은행이 가장 먼저 단행한 판매 금지 조치가 단번에 전 은행권으로 확산됐다.
금융권의 강도 높은 대응으로 펀드런 발생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펀드런은 주식형 펀드 투자자가 수익률 급락을 우려해 일시에 펀드 환매를 요청하는 현상을 말한다. 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 사태를 걱정해 단번에 예금이 인출되는 뱅크런(Bank Run)에서 비롯된 단어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펀드런이 벌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물론 오스템임플란트의 1880억원 횡령 사건은 쇼크 수준의 이벤트다. 자기자본 2047억원의 92%에 달하는 규모다. 상장사에서 발생한 횡령 사건 가운데 역대 최고액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사건의 중대성과 펀드상 리스크는 구별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포트폴리오 구축이 최대 강점인 공모펀드의 특성상 단일 종목의 비중이 크지 않다. 오스템임플란트 익스포저의 액수가 가장 큰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약 74억원, 삼성자산운용)'도 전체 순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99%(지난 5일 기준)에 불과하다. 오스템임플란트가 거래 재개 후 급락하더라도 이 종목 하나가 펀드의 추세를 좌우하는 게 불가능하다.
한 펀드평가사 관계자는 "그간 각종 이벤트로 거래 정지 조치와 수차례 하한가를 맞은 종목이 적지 않다"며 "하지만 이들 단일 종목의 돌발 이슈 탓에 펀드런이 발생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펀드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한 가입자는 즉각 환매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보수적 스탠스를 고수하는 펀드매니저는 혹시 모를 펀드런 조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펀드런과 뱅크런 등은 이성적 판단에 따른 결론이 아니라 심리적 패닉 상태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다.
◇판매 중단, 자금 유출입 미스매치…최악의 시나리오, 극단적 가정 무게
은행권을 필두로 판매 중단에 나선 가운데 최악의 시나리오로 환매 중단 사태가 꼽힌다. 현재 신규 가입이 중단됐으나 기존 가입자의 환매는 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금 유입이 막힌 와중에 유출만 이어질 수 있는 여건이다.
하지만 펀드런에 따른 자금 유출이 환매 불가로 치닫을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게 운용업계의 중론이다. 역시 분산 효과를 노리는 포트폴리오 덕에 펀드마다 오스템임플란트를 담은 비중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판매 중단 펀드 리스트를 따져 보면 하나은행은 단 1주라도 들어간 모든 펀드에 조치를 취했고 다른 은행도 1% 이상 등으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국내 펀드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게 7% 수준(미래에셋 TIGER 의료기기)이다.
순자산이 100억원 규모인 펀드를 가정할 경우 오스템임플란트 비중이 10%라면 익스포저는 10억원이다. 코스닥 시장에서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가 중지된 가운데 이 펀드가 환매 중단에 놓이려면 90억원 이상 규모로 환매 요청이 쇄도해야 한다. 나머지 보유 종목을 모두 매도해도 환매를 소화하지 못하는 궁지에 몰릴 때 환매 불가를 선언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 시나리오는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는 데 이견이 없다. 펀드런이 쉽지 않은 이유와 동일하게 단일 종목이 펀드 전체의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 예를 들어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의 경우 오스템임플란트의 거래 중지가 지속돼도 코스닥150 지수 자체가 급등하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마다 단일 종목의 이슈만으로 일시에 환매에 나설 여지가 적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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