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0일 15:0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라는 이사진 구성을 두고 사회적 기류를 상당히 적극적으로 반영해온 편이다. 자산이 1조원대 규모지만 2조원 이상의 상장사에 요구되는 기준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다.

여성 사외이사를 지난해 하반기에 선임하고 내부 위원회에 ESG 심의 기능을 추가한 게 대표적이다. 올해부터 주택사업 확대의 효과가 가시화될 전망인 만큼 자산 점프를 미리 대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다만 아직 ‘사외이사 과반’ 요건은 맞추지 않았다. 필요시 비교적 빠른 조정이 가능한 부분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평가다. 올해 자산 2조원을 넘어서게 되면 이사회에서 가장 먼저 해결하고 나설 부분인 셈이다.

◇사외이사, 성비 조건 충족…규모 변화 주목

㈜한라는 현재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4명 등 8명의 이사진을 갖추고 있다. 사내이사는 정몽원 회장과 이석민 대표, 김만영 상임고문, 김형석 그룹기획실장 부사장 등이다. 당초 이철영 한라홀딩스 부사장 몫이었던 자리를 지난해 김형석 부사장이 대체했다.

사외이사를 보면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 김승규 전 우리은행 경영지원총괄 부행장, 정상호 전 신대구부산고속도로㈜ 대표, 박계현 엔씨문화재단 부이사장 등으로 꾸려졌다. 가장 오래 근무한 한성덕 전 한국기업평가 경영관리본부장의 경우 6년 연임 제한에 걸려 지난해 떠났다.


특히 주목할 만한 인사는 지난해 8월 새로 선임된 박계현 부이사장이다. 고려대 법대·사법연수원 22기 출신,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장과 춘천지방검찰청 차장검사 등을 거쳤다.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를 끝으로 2018년 퇴직했으며 같은해 비영리 재단인 엔씨문화재단 부이사장으로 새출발했다. ㈜한라에 처음 등장한 여성 사외이사다.

이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무관치 않다. 올해 8월부터 자산이 2조원을 넘는 대기업은 이사회를 한쪽 성으로만 채우지 못하도록 의무화된다. ㈜한라의 경우 작년 9월 별도기준 자산이 1조3725억원으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하지만 여성 이사의 인력 풀이 넓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선제적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급물량을 늘리고 자체사업을 재개하면서 자산이 다시 상승 추세에 있기 때문이다.

㈜한라는 그간 자산 규모가 극적으로 오르내렸다. 2007년 1조원을 돌파한지 고작 4년만인 2011년 2조원 이상으로 뛰었다. 당시 자산이 급등한 이유는 부채 상승 탓이다. 영종도 사업 공사비선투입, 분양부진 사업장 공사미수금 등 선투입자금 회수지연으로 차입부담이 증가했다.

자산의 등락은 이사진 구성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존에는 사내이사 6명, 사외이사 2명 등 8명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2012년 3월 정관 변경과 함께 사외이사를 5명으로 확대하고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신설했다. 사내이사는 4명으로 총 9인의 이사진이 구축됐다.

정작 ㈜한라의 자산 규모는 부채 감소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갔다. 2013년 1조9047억원으로 감소했으며 그 뒤로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쭉 1조1000억원대가 이어졌다. 그러다 2020년 당기순손익 흑자전환 등으로 자기자본이 900억원 이상 증가하면서 자산총계가 1조3180억원을 기록했고 이후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자산이 1조원대로 돌아온 뒤에도 ㈜한라는 과반의 사외이사 비중을 꽤 오래 가져갔다. 도중에 잠시 이사진 규모 변화가 있었지만 2015~2017년까지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비중을 다시 50대 50으로 구성하고 있다. 추후 자산이 더 늘어날 경우 재차 변화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내부 위원회 ESG 권한 강화, 그룹 기조와 일치

축소된 사외이사 비중에도 불구하고 위원회 구성은 더 다양해졌다. ㈜한라는 2018년 내부거래위원회, 이듬해 경영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해 내부 위원회를 총 4개로 늘렸다. 이중 내부거래위원회의 경우 지난해 '정도경영위원회'로 이름을 바꾸면서 권한도 확대됐다. 기존에는 계열회사간 내부거래만 심의했으나 이제는 ESG 경영 등 비재무적 현안까지 다루게 됐다.


그룹 차원에서도 비슷한 경향성이 엿보인다. 한라그룹의 상장사는 총 3곳으로 간판 계열사인 ㈜만도와 ㈜한라, 지주사인 한라홀딩스 등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만도를 빼고는 전부 자산이 2조원 미만이기 때문에 상법상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 등이 강제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라홀딩스 역시 지난해 정도경영위원회를 추가로 설치했고 ㈜만도의 경우 2014년 설치한 내부경영위원회를 2019년 투명경영위원회, 작년 7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차츰 격상해 ESG 관련 기능을 강화했다. 재계 추세에 따라 그룹 전반적으로 경영 투명성 강화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라는 배곧신도시 이후 맥이 끊겼던 자체사업을 재개하고 투자활동도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자산규모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며 "이런 경영환경과 ESG가 중시되는 시대적 흐름이 이사회 변화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