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 위기진단]저무는 제로금리 시대에 성장 동력 꺼진다①기준금리 1% 진입에 추가 인상 '유력'…치열해진 자동차금융 경쟁도 '위험 요인'
류정현 기자공개 2022-01-17 07:20:32
[편집자주]
캐피탈산업은 지난 2년 동안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오랫동안 지속한 저금리 기조와 자동차금융 시장의 활황으로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고 자동차금융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더벨은 2022년 캐피탈업계의 위험 요인과 대책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2일 10: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피탈사는 최근 몇년간 이례적인 호황기를 보냈다. 국내 금융시장이 사상 처음으로 제로 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조달금리가 낮아진 영향이 컸다. 아울러 블루오션이었던 자동차금융에 일찌감치 진출해 시장을 선점한 점도 업계 전반에 걸친 성장세를 견인했다.올해부터는 가팔랐던 성장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준금리가 상승기에 접어들었다. 조달 측면에서 유리한 카드사가 자동차금융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어서 경쟁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저금리·자동차 내수 호황에 너도나도 '호실적', 업계 순이익 2조 돌파
지난 2020년 3월 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제로금리 시대를 열었다. 이전까지 1.25%였던 기준금리를 0.5p 낮춰 0.75%에 맞추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심각한 경기침체가 우려돼 이를 해소하겠다는 차원이었다.
낮아진 기준금리는 캐피탈 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수신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장기 자금 대부분을 회사채로 조달한다. 기준금리 하락으로 조달비용이 낮아지면서 이전보다 수익성을 한층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캐피탈 업계는 자금조달 규모를 크게 늘렸다. 조달금리 하락이 비용부담이 줄어든 점이 실제로 적극적인 영업을 가능케 한 것이다.
지난해 3분기 주요 캐피탈 30개사가 회사채, CP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은 약 154조5729억원이다. 2020년 같은 기간 136조1984억원을 기록했을 때보다 약 13.5% 증가한 수치다.
조달 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면서도 오히려 이자비용은 줄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 국내 주요 캐피탈 30개사가 지출한 이자비용 총액은 2조1657억원이다. 2020년 같은 기간 2조2203억원보다 2.46% 낮았다.
이러한 가운데 자동차금융에서 호재가 이어졌다. 정부가 코로나19로 침체된 내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기조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이와 맞물려 완성차 업체에서 신차를 꾸준히 출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금융시장은 캐피탈 업계가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2017년 이후로 점차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카드사에 비해 압도적인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자동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캐피탈 업계 점유율은 약 70%에 달한다.
이처럼 효율적인 비용 구조와 견조한 영업실적에 힘입어 수익성에서도 괄목할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나 기업 산하 캐피탈사들은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입지가 예년보다 특히 높아졌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주요 30개 캐피탈사가 벌어들인 순이익은 총 2조6823억원이다. 2020년 같은 기간 1조8319억원보다 46% 증가했다.
◇금리 상승에 자동차금융 경쟁 격화까지…올해 사업전망 '흐림'
문제는 올해부터는 시장상황이 비우호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실제로 업계 내부에서도 그간 외생변수 덕분에 크게 키울 수 있었던 수익성을 올해에도 달성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일단 금리 상승기에 접어든 점이 가장 크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기존보다 0.25%p 올린 0.75%로 정했다. 3개월 뒤 0.25%p를 더 올리며 기준금리가 1%에 도달했다. 올해도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캐피탈사의 조달 정책에 비상등이 켜졌다.
캐피탈사는 조달금리 상승분을 운용금리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이자비용 상승분에 비례해 이자수익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운용자산 대부분을 고정금리로 설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만기가 길지 않은 점이 고정금리 적용의 주요 요인"이라며 "변동금리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20년짜리 모기지 등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여신 부문에서 은행, 카드사와의 경쟁 역시 운용금리 상승을 막는 요인이다. 캐피탈은 은행, 카드사 보다 자금력, 조달비용, 영업규모 등에서 불리한 위치다. 따라서 현재의 시장지위를 유지하려면 운용금리를 현재 수준으로 유지해야 승산이 있다.
금리 사정이 여의치 않은 와중에 수익 기반도 약해지고 있다. 자동차금융 시장에서 카드사가 점유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등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한 카드사들은 최근 자동차금융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주요 캐피탈사의 영업자산 가운데 자동차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신용등급 AA급 12개 캐피탈사의 자동차금융 비중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자동차금융 시장 경쟁이 격화하기 직전인 2017년 말 40%에 육박했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작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캐피탈사의 자동차금융 비중 축소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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