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08시2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시대 당백전은 '땅돈'이라고 불렸다. 당백전은 명목상으로는 상평통보의 100배 가치를 지녔으나 실질적 가치인 구리 함량은 8배에 불과했다. 상평통보와 교환할 때마다 손해가 났기에 모두가 꺼렸다. 찾는 사람은 없는데 국가에선 계속해서 발행하니 가격은 5닢 수준까지 끝없이 추락했다. 이때 풀린 땅돈의 충격이 어찌나 컸던지 지금까지도 '땡전 한푼 없다'의 유래로 당백전은 역사에 남았다.게임업계에도 땅돈의 교훈이 필요할 듯하다. 몇개월간 업계에서 달아오른 이슈 중 하나는 ‘P2E(Play To Earn)’ 게임이다. P2E란 말 그대로 '돈 버는 게임'이다. 원조격인 게임 ‘엑시인피니티’를 예로 들면 '엑시'라는 몬스터로 전투를 해 이기면 SLP라고 불리는 코인을 준다. 이 코인은 거래소에서 현금화가 가능하다. 게임만 열심히 해도 돈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돈 버는 게임에 이목이 쏠리면서 대형 게임사들도 잇따라 참전을 선언했다. 블록체인 게임 '미르4'의 위메이드를 비롯해 컴투스, 엔씨소프트, 넷마블까지 참여하지 않은 게임사를 찾기가 어렵다. P2E에 진출한 게임사마다 주가가 치솟으면서 'P2E 매직'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했다. 성장이 정체된 게임업계가 신산업을 만나 들뜬 모습이다.
문제는 겉으로 보기엔 모두가 돈을 버는 이 모델이 생각보다 위태롭다는 점이다. P2E 게임이 성공하려면 코인의 가격 유지가 필수적이다. 게임 속 화폐로서 코인이 기능을 정상적으로 수행해야 안정적인 생태계가 유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급이 곧 가격으로 직결되는 코인은 결국 '땅돈'의 재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돈이 목적인 유저들은 코인을 현금으로 바꾸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코인을 게임 내 재화로 되돌릴 수 있는 시스템도 마련돼 있지만 다수의 유저들은 현금화를 선택한다. 아무도 원치 않는 재화인 코인은 자연스레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P2E 게임들은 출시 초반 사람이 몰리면서 코인 가격이 급락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은 게임의 본질인 재미로 되돌아가야 할 때다. 게임으로 코인을 벌기보다 코인으로 게임에 몰두하도록 만드는 게 먼저다. 이용자가 게임에 드는 흥미와 코인의 가치가 동등해야 양방향 순환이 이뤄진다. 게임을 투자 플랫폼이 아닌 재미를 추구하는 생태계로 만들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게임사들이 제시한 해결책도 이와 비슷한 궤다.
게임사 입장에서 P2E 게임은 코인 발행을 통해 자산가치를 급격히 늘리는 히든카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정상적인 생태계를 만들지 못하면 애써 발행한 코인이 땅돈이 되고 만다. 게임의 원초적 목적을 업계가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황금알을 낳는 P2E라면 급히 배를 가르지 말고 잘 키워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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