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 위기진단]강화된 레버리지 규제 '한숨'…카드와 역차별 논란도③올해부터 레버리지 규제 '9배', 자동차금융 경쟁하는 카드사는 규제 완화
류정현 기자공개 2022-01-19 07:30:05
[편집자주]
캐피탈산업은 지난 2년 동안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오랫동안 지속한 저금리 기조와 자동차금융 시장의 활황으로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고 자동차금융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더벨은 2022년 캐피탈업계의 위험 요인과 대책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3일 16: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캐피탈 업계 전망을 부정적으로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에는 강화된 규제가 있다. 캐피탈사는 올해부터 강화된 레버리지배율 규제와 새롭게 제정된 유동성 관리 모범규준을 준수해야 한다. 금리 인상·자동차금융 경쟁 격화·코로나19 여파 등으로 가뜩이나 좋지 않은 시장 상황이 더욱 어려워졌다.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같은 여신전문금융업계인 카드사에 대해서는 금융당국이 오히려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최근 카드사가 자동차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캐피탈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에서 규제 방향이 같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마진콜 사태' 계기로 유동성 문제 대두
지난해 초 금융당국은 캐피탈사의 레버리지배율을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레버리지배율이란 금융회사의 타인자본 의존도를 측정하는 지표다. 회사의 전체 자산이 보유하고 있는 자기자본의 몇 배에 달하는지를 나타낸다.
올해부터 모든 캐피탈사는 레버리지배율을 9배 수준에 맞춰야 한다. 자산 총액이 자기자본의 9배를 초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지난해까지 캐피탈사의 레버리지배율 규제는 10배였다. 지난해와 같은 수준으로 영업 자산을 늘리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영업규모를 축소해야 하는 셈이다.
해당 규제는 앞으로도 더 강화된다. 2025년부터 캐피탈사 레버리지배율 규제 수준은 한 단계 더 낮아져 8배가 된다. 만약 그전에 배당성향이 30%를 초과하면 즉시 레버리지배율 8배 규제를 적용받는다. 금융당국이 캐피탈사에 대해 앞으로 자본확충에 만전을 기할 것을 강하게 주문한 것이다.
이 밖에도 여신전문금융회사 유동성 리스크관리 모범규준도 제정해 지난해 4월부터 도입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캐피탈사, 자산규모 1000억원 이상의 캐피탈사 등이 적용 대상이다.
금융당국이 이처럼 캐피탈사의 자본여력 관리에 나선 이유는 재작년 한 차례 위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3월 국내 증권시장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을 두고 마진콜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여전채 순상환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서며 캐피탈 업계 전반에도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다.
정부는 채권시장안정펀드와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등에 여전채를 편입하는 방식으로 캐피탈사 지원에 나섰다. 그런데 당시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많은 캐피탈사가 여러 차례 지원을 요청하면서 보다 엄격한 유동성 관리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미 이전부터 업계 자산규모가 대폭 늘어나 그렇지 않아도 금융당국이 캐피탈 업계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코로나19로 향후 실물경기와 금융시장 예측이 어려워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8년쯤부터 업계 전반의 자본 확충은 주춤하고 영업자산 성장세가 두드러지기 시작했다”며 “이로 인해 자본적정성에 관한 이슈도 대두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는 레버리지 규제 '완화', 동일업계 '다른 행보' 지적
레버리지배율 규제 강화로 가장 다급해졌던 건 우리금융캐피탈이다. 우리금융캐피탈은 전신인 아주캐피탈 시절부터 가파르게 자산성장을 이어오며 레버리지배율이 빠르게 증가하던 곳이었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된 시기가 규제강화 기조와 맞물리며 자본확충이 최우선 과제가 됐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되던 2020년 12월 말 기준 우리금융캐피탈의 레버리지배율은 9.5배였다. 아주캐피탈 시절이었던 2017년 말(6.6배)부터 이어진 견조한 자산 성장에 2018년 7.2배, 2019년 8.4배 등 매년 앞자리를 바꿔왔다.
이로 인해 2019년 이후부터는 레버지리배율이 경쟁사보다 크게 높은 상황이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우리금융캐피탈의 피어그룹 레버리지배율은 7.5배다. 이후에도 2020년 말 7.7배, 2021년 9월 말 7.4배 등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자본 여력 확충을 위해 우리금융지주는 즉각 자금을 투입했다. 지난해 8월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면서다. 당시 우리금융지주가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포괄적 주식교환을 통해 확보하며 우리금융캐피탈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한 직후 이뤄졌다.
다만 자본적정성 이슈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유상증자 절차를 감안하더라도 레버리지배율이 약 8배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올해 영업 자산이 새롭게 늘어나면 새로운 규제 수준인 9배에 다다를 가능성도 충분하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그간의 성장속도로 봤을 때 8배는 다소 빠듯할 수도 있다”며 “다만 지주의 지원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크게 걱정될 요소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본적정성 규제로 캐피탈사가 크고 작은 영향을 받자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카드사의 레버리지규제 한도가 기존 6배에서 8배로 완화되면서 동종 업계임에도 규제 방향이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카드사가 자동차금융 시장 진출에 적극적인 점도 이러한 불만을 키우는 요인이다. 기본적으로 카드사에 비해 조달경쟁력에서 밀리는데 규제도 풀어준 탓에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캐피탈사 관계자는 “엄밀히 따지면 차이가 있겠지만 카드와 캐피탈은 여신전문금융업으로서의 포맷이 비슷한 것도 사실”이라며 “규제 기조가 달라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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