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업 위기진단]'설상가상' 가계대출 규제 강화…성장 활로 안보인다④평균 DSR 규제 65%로 축소, 일부 캐피탈 전략 수정 '불가피'
류정현 기자공개 2022-01-20 08:05:41
[편집자주]
캐피탈산업은 지난 2년 동안 양호한 성장세를 보였다. 오랫동안 지속한 저금리 기조와 자동차금융 시장의 활황으로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었고 자동차금융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더벨은 2022년 캐피탈업계의 위험 요인과 대책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15: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가계대출 규제는 금융권 최대 화두였다. 당국은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차주단위 DSR 규제 적용 시기를 앞당겼고 DSR(총부채원리금 상환비율)규제 한도도 낮췄다. 이로 인해 일부 금융회사는 2분기에 들어 기존 경영전략을 대폭 수정하기도 했다.캐피탈 업계의 경우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 캐피탈사가 영향을 크게 받았다. 기업계 캐피탈 강자로 꼽히는 롯데캐피탈이 주로 거론된다. 자동차금융과 기업금융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가계대출 취급마저도 어려워지며 좀처럼 성장 활로가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강화된 DSR규제 적용, '풍선효과' 차단나서
가계대출 관리는 오래전부터 금융시장에 적용되던 규제다. 금융당국은 과거에도 가계부채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펼쳤고 지난 2016년부터 금융권 전반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잦아들었다.
문제는 코로나19였다. 실물경기 침체로 긴급한 사업운영자금, 생활자금 등이 필요한 차주가 많아져 대출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때아닌 증권시장의 호황으로 빚을 내서 투자한다는 ‘빚투’ 열풍도 불면서 대출 수요 증가를 일부 부추겼다. 이 때문에 지난해 금융당국은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
캐피탈 업계의 경우 지난해 10월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가계대출 규제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 기존에 은행에서 대출받던 차주들이 은행 대출이 여의치 않아 2금융권으로 몰리면서 풍선효과가 나타나자 이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나선 것이다.
여러 규제 방안 가운데 캐피탈 업계에 가장 영향을 크게 미치는 부분은 단연 DSR규제다. DSR이란 차주의 소득에서 전체 금융부채의 원리금 상환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한다. 그간 캐피탈사는 차주단위 DSR을 90%까지 맞추면 됐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65% 수준에 맞춰야 한다.
캐피탈 업계는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계대출 취급량이 다른 업권에 비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캐피탈 업계 전체 자산대비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6% 정도다.
따라서 업계에서도 강화된 가계대출 규제가 영업에 있어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에는 가계대출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곳도 드물다.
규제 도입 이전에도 각 캐피탈사 전략은 기업·투자금융에 방점이 찍히는 양상이었다. 지난해 초 상당수 캐피탈사가 기업·투자금융 관련한 조직개편과 인력영입이 활발했었다. 캐피탈사의 경영 전략이 규제 영향으로부터 어느 정도 떨어져 있던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은 지난해 주요 캐피탈사의 관심사였다”며 “리테일에 비해 필요한 인프라가 덜해 시장 진입이 용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동차·기업·투자금융 모두 '레드오션', 가계대출도 제한돼 '답답'
그렇다고 가계대출 규제가 아예 무용지물인 것은 아니다. 특히 가계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일부 캐피탈사는 강화된 규제로 인해 올해 성장성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요 캐피탈사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이 두드러지는 곳은 롯데캐피탈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캐피탈의 리테일금융 자산은 총 2조6165억원이다. 전체 영업자산 7조8929억원 가운데 약 33%를 차지한다.
그중에서도 가계신용대출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롯데캐피탈의 수익성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자산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캐피탈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2조3622억원이다.
올해부터는 이전과 같은 전략 구사가 어려워졌다. 단기적으로 회사채 발행이나 유상증자를 통해 버퍼를 마련할 수는 있으나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따라서 예년보다 기업금융 취급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부터 롯데캐피탈의 기업금융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2020년 말 기준 롯데캐피탈의 기업금융 잔액은 2조1663억원이다. 2019년 말 1조9930억원보다 약 8.7% 증가한 수치였다. 직전 2개년 동안 전년 동기 대비 기업금융 증가율이 각각 4.93%, 0.9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확연히 큰 수치다.
현대캐피탈도 사정이 비슷하다. 자동차금융이 워낙 압도적인 물량을 차지하고 있어 눈에 띄지는 않으나 리테일금융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특히 주요 캐피탈 가운데에서는 드물게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고 있기도 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개인신용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합한 현대캐피탈의 리테일금융 자산은 6조6450억원이다. 2020년 말 6조4228억원이었는데 약 9개월 사이 3.46% 증가했다.
금융지주계열 캐피탈도 일부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금융지주계열은 그룹 내 은행, 카드, 저축은행과 연계영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의 취급이 가능했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캐피탈 업계 전체로 놓고 봤을 때 가계대출 비중이 크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영향이 아예 없다고 볼 수는 없다”며 “모두 기업·투자금융으로 몰려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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