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천궁Ⅱ'의 의미...해외시장 공략 본격화 내수 매출 90%, 매출 다변화 본격화...후속 수주 주춧돌
이경주 기자공개 2022-01-26 10:33:35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9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IG넥스원이 아랍에미리트(UAE)에 공급하기로 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천궁Ⅱ)는 국내 사상 최대 방산계약(약 2조6000억원)이다.업계에선 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내수기업으로 평가받던 LIG넥스원이 글로벌 기업으로 비상하는 역사적 순간으로 봤다. LIG넥스원은 내수매출 비중이 90%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방위산업은 보안이 생명이다. 특출난 기술이 있지 않은 이상 글로벌 각국은 보안 때문에 통상 자국기업을 선호한다.
이번 계약은 LIG넥스원이 특출나다는 것을 세계에 검증한 것이다. 보안이라는 진입장벽을 넘었다. 후속 해외수주를 노릴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
◇소모품인 유도탄 공급…지속성까지 갖춘 수주
LIG넥스원은 이달 17일 공시를 통해 UAE에 2조5973억원 규모 천궁Ⅱ를 공급하기로 하는 ‘M-SAM(천궁II) 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매출 인식 시점 등 세부적인 계약 조건은 보안상을 이유로 기재하지 않았다.
전체 사업 규모는 4조원대로 알려졌다. UAE에 대공 방어 시스템을 공급하는 사업으로 국내 방산업계가 공동으로 참여했다. 천궁II는 UAE 영공에 탄도탄이나 항공기 공격이 포착되면 이를 탄도탄으로 요격해 무력화시키는 방어체계다. 탄도탄은 LIG넥스원이, 레이더는 한화시스템, 탄도탄발사대는 한화디펜스 등이 맡았다.
LIG넥스원 수주비중이 약 60%로 가장 높다. LIG넥스원의 경우 매출지속성까지 갖춘 수주다. 레이더나 발사대는 한 번 설치하면 유지보수 외에는 추가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탄도탄은 소모품이다. UAE가 방어체계 훈련을 할 때마다 소비하게 되고 추가 구매에 나설 수 있다.
공격체계가 아닌 방어체계를 수출한다는 것에서도 남다른 의미가 부여되고 있다. 방어체계는 공격체계보다 보다 높은 기술력과 정밀함이 요구된다. 실패할 경우 자국민이 직접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UAE 입장에선 고르고 고른 파트너가 LIG넥스원이다.
그 만큼 LIG넥스원이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오랜 노력의 결실이다. 천궁II는 2012년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개발한 프로젝트다. 2017년 6월 시험발사에서 100% 명중률을 기록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았다. 2018년부턴 양산에 착수했다.
덕분에 UAE 대공 무기체계 입찰전에서 글로벌 톱티어(Top Tier) 방위산업체들과 경쟁을 이겨내 천궁II가 선정됐다. 이번 계약 직전까진 최첨단 유도무기 시장은 극소수 선진국 방위산업업체들이 선점했던 난공불락 시장이었다.
◇내수 비중 90%…글로벌 기업으로 비상
특히 글로벌 기업으로의 ‘격상’을 의미하는 계약이라 의미가 크다. LIG넥스원은 2006년부터 국산무전기 수출 등으로 해외진출을 타진하긴 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보안이란 진입장벽 탓이었다.
때문에 주력은 15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여전히 내수였다. LIG넥스원 핵심 제품은 PGM(정밀타격)으로 지난해 3분기누적 매출(1조2492억원) 가운데 57.2%(7144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이어 ISR(감시정찰)가 20.5%, AEW(항공전자/전자전)가 11.2%, C4I(지휘통제/통신)가 9.5%다.
같은 기간 내수매출이 1조1850억원으로 전체매출(1조2492억원)의 94.9%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은 5.1%(641억원)에 그친다. 핵심 매출처는 방위사업청이다. 지난해3분기 누적기준 매출비중이 59.8%(7468억원)이다. 이어 국방과학연구소(12.8%), 한국항공우주산업(4.8%), 한화시스템(4%), 현대중공업(4.3%) 등이 주요 고객사다.
천궁Ⅱ는 대형 트랙레코드다. ‘보안’이란 진입장벽을 넘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다른 국가와 수주협상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천궁Ⅱ 초기 수출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첫 수출에 대한 여러 장벽들을 넘었다는 점”이라며 “그 동안 일부국가 체계 국산화 이슈로 수출협상에 난항을 보여왔지만 첫 수출이 시작되면 다른 국가와의 협상이 원활해 진다”고 말했다. 이어 “판매 국가 다변화로 규모의 경제도 이룰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내 방위산업 특유의 변동성을 낮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도 의미있다. 방위산업은 정부(국방부)가 고객이라는 점에서 투자자들 사이에선 항상 갑론을박의 대상이었다.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수주가 안정적이 있다는 긍정론이 있는 반면, 정부가 방위예산을 줄일 경우 타격을 그대로 받는다는 부정론이 있었다.
실제 LIG넥스원도 매년 매출이 출렁였다. 2015년 1조9037억원이었지만 2018년엔 1조4775억원으로 떨어졌다. 2020년엔 1조6003억원으로 다시 회복됐다. 천궁Ⅱ로 포문을 연 해외사업은 실적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번 계약 규모(약 2.6조원)은 2020년 연간 매출을 뛰어넘는다. 단일건이 지난해 연간 수주액(약 2조원)을 훌쩍 웃돈다.
업계 관계자는 “축구를 예로 들면 글로벌 리그에 데뷔해 첫 골을 넣은 격”이라며 “천궁II는 UAE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이미 기술력을 검증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후 UAE가 실전(훈련)에서 천궁II를 활용하면서 또 효과를 검증하면 다른 나라들도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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