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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침묵 깬 임종윤, 모녀 겨냥한 '5대 개혁안' 제시9월 이사회 후 한동안 침묵…라데팡스 대주주로 참전하자 공격적 행보

정새임 기자공개 2024-11-22 08:22:17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1일 21: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 장남 임종윤 사장이 한동안 이어졌던 침묵을 깼다. 임시주주총회를 일주일 앞두고 '한미사이언스 5대 개혁'을 담은 입장문을 냈다.

9월 한미약품 이사회 이후 임시주총에 대한 별다른 입장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까닭에 시장에서는 장남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그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송영숙·임주현 그리고 라데팡스 4자연합의 대척점에 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에 대한 저격이 도드라졌다.

◇3달 만에 입장 낸 장남, 4자연합 타깃한 5대 개혁안 발표

임종윤 사장은 21일 저녁 '한미사이언스 주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가 공식 입장을 낸 건 9월 2일 한미약품 이사회 직후 긴급 간담회를 연 후 약 3달 만이다.

임종윤 사장은 "일부 대주주의 부적절한 의사결정으로 회사와 주주들의 소중한 이익을 크게 침해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다짐, 내일을 위한 5대 개혁'이라는 약속을 내걸었다.

그가 말하는 5대 개혁은 모녀 측 4자연합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첫 번째 약속이 △대주주의 불투명·방만 경영 근절이다.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의 직급인 회장·부회장 직제를 폐지하고 그간 대주주가 받아온 급여와 차량 및 사무실 지원 등 연간 수십억원의 특혜를 근절하겠다는 내용이다. "회사에 과도한 부담을 끼치는 임대차 계약을 바로잡겠다"는 것 역시 임주현 부회장을 타깃한 것이다.


이어 △특정 재단에 대한 자금 출연 제한으로 가현문화재단을 겨냥했다. 3년간 자금 117억원이 이사회 결의 없이 가현문화재단에 기부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특정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있는 재단에 대한 불필요한 자금 출연을 중단해 회사 재정의 건전성과 주주가치를 회복하겠다"고 주장했다.

3~4번째 개혁으로는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 △책임경영 강화를 내걸었다. 과거 책임경영·전문경영·정도경영을 융합한 '하이브리드 경영'을 실시하겠다고 했던 발언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대표이사는 임종훈 대표 그대로 둔 채 전문경영인을 선임하고 다양한 위원회를 두는 등 경영 선진화를 이루겠다고 했다. 투자업계 경험이 풍부한 이사를 보강하고 주주 추천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구체적인 내용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주주 전용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정기적인 IR, 소액주주 간담회 개최 등 △주주와의 소통 강화를 약속했다.

임종윤 사장은 "3년 내 한미사이언스 주가 10만원 달성 목표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5대 경영혁신 방안을 즉각 실행에 옮기겠다"고 강조했다.

◇라데팡스에 강한 적대감…4자연합 결성 3일 만에 공방전 참여

임종윤 사장은 9월 초 이후 지금까지 공식 입장을 내거나 주주 앞에 서는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이 확정되고 차남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가 일부 지분을 매각했으며 모녀는 라데팡스를 백기사로 끌어들여 연합전선을 확대했다. 임종훈 대표와 모녀 간 공방이 법적 소송으로 번지기도 했다.

11월 28일 임시주총을 앞두고 임종훈 대표와 신동국 회장이 주주들 앞에 서 지지를 호소하는 와중에도 임종윤 사장은 침묵을 지켰다. 정기주주총회에서 OCI와의 통합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올해 초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행보였다. 사업차 주로 해외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만 들릴 뿐이었다.

그런 임종윤 사장이 공식 입장문을 내며 4자연합을 겨냥한 건 최근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이 지분을 사모펀드 라데팡스에 넘기는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있어 보인다. 임 사장은 그간 라데팡스에 강한 적대감을 보여왔다. 라데팡스가 개입한 이후 경영권 분쟁 구도가 심화됐다고 보는 그는 라데팡스를 '기업사냥꾼'이라 지칭하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물밑에서 모녀 측 자문을 수행하던 라데팡스는 18일 모녀 및 가현문화재단과 맺은 지분매입계약으로 공식적인 '백기사'로 떠올랐다. 거래를 마치면 라데팡스는 3.7% 지분을 지닌 한미사이언스의 새로운 대주주가 된다. 4자연합의 한 축으로서 모녀의 우군 역할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외부 자금을 더 끌어와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있다.

해당 계약이 공시된 후 3일 만에 임종윤 사장은 늦은 시각 입장문을 내며 여론전에 동참했다. 그는 "회사의 책임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서 잘못된 점을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4자연합과 대립각을 세웠다. 주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주주가치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임종윤 사장은 "공과 사를 엄격히 구분하고, 법과 원칙에 따라 회사를 투명하고 질서 있게 경영하는 것이 바로 선친의 뜻을 따르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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