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1월 20일 07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남양유업 인수합병(M&A) 법정다툼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지난해 가처분 소송에서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 측은 한앤컴퍼니에 패소하는 등 무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달 '비장의 무기'를 꺼내며 반격에 나섰다.가처분소송 심문과 본안소송 변론을 참관하면서 홍 회장 측이 이전보다 '독한' 각오로 재판에 임했다는 것을 느꼈다. 엘케이비앤(LKB&)파트너스 변호사의 목소리에도 힘이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 '결정적인' 한방이 부족했다.
홍 회장 측은 이면합의의 존재를 주장하기 위해 문자를 공개했다. 홍 회장이 함춘승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에는 백미당(외식사업부) 분할이나 오너일가 임원 예우 등 이면합의의 핵심 내용이 적시되지 않았다. 만약 이면합의가 존재했어도 문자로까지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았다.
한 개인이 주택을 매매해도 중개사를 끼고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다른 합의 사항이 있다면 문자라도 남기는 것이 상식이다. 임차인(세입자)이 주택에 살면서 집주인과 이런저런 일들에 관해서 협의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3000억원 규모의 기업을 팔면서 명확한 물리적 증거가 없다는 것은 이해가 힘들다.
김·장 법률사무소(김앤장)의 쌍방대리·배임적 대리행위에 관한 주장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홍 회장 측의 발언이 끝난 뒤 질의를 했다. 이의제기를 한 적이 있는지, 서면으로 작성된 대리인 계약서의 존재와 보수 지급 내역 등을 물었다. 홍 회장 측의 답변이 명쾌하지 못해 김이 샌 측면이 있었다.
소송 대리인은 홍 회장이 중견기업 오너이지만 M&A 경험이 없고 남양유업 내에 법무팀도 없는 실정이라는 점을 거론했다. 다른 언어로 풀면 무지(無知)를 무기(武器)로 내세운 꼴이 다.
독일 법학자 루돌프 폰 예링이 말한 유명한 법 격언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흔히들 M&A를 전쟁에 비유하는데 이 과정에서 피아식별이 제대로 안 됐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까.
물론 홍 회장 측이 법정다툼에서 반전을 이룰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만난 대형 로펌의 M&A 전문 변호사는 이메일 등 스모킹 건(Smoking gun)이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홍 회장이 멸망하기 전 마지막 불꽃을 불태우는 '회광반조(回光返照)'가 아니라 기사회생할지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다만 홍 회장이 '약자'라는 프레임을 가져가기에는 남양유업 M&A 소송전을 숨죽이고 지켜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현재도 남양유업의 수많은 임직원과 대리점 관계자는 견디기 힘든 외부의 시선을 이겨내면서 묵묵히 제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남양유업 매각이 왜 시작된 것인지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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