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롯데 사장단 '신사업'으로 평가한다 '올해 첫 VCM' 신규시장·고객 창출 역설…"매출·영업익 개선 만족말라, 성과개념 바꿀 것"
이효범 기자공개 2022-01-24 08:08:29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1일 07: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롯데제과 등 롯데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공통점은 PBR(주당순자산비율)이 1배보다 낮다는 점이다. 주식시장에서 자산가치에 비해 기업가치가 현저히 저평가 돼 있다는 의미다. 냉정하게 보면 시장에서는 롯데의 막대한 자산에도 불구하고 성장성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2022년 첫 사장단 회의(VCM·Value Creation Meeting)에서는 롯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과 과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특히 신동빈 회장(사진)은 '신규사업, 신규고객'을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롯데 계열사 사장단에 대한 평가체계도 신사업을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022년 상반기 VCM 개최, 기업가치 상승 전략 논의
롯데는 20일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2022년 상반기 VCM을 오후 1시부터 4시간 가량 진행했다. C레벨 임원 70여명은 현장에서, 지주 및 계열사 기획임원 100여명은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등 채널을 이원화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평이다. 과거에 대한 질책이나 반성보다 미래 지향적인 논의가 주를 이룬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롯데, 혁신’을 주제로 열린 이번 VCM에서는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전략과 과제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자산가치 대비 기업가치가 낮다는 내부적인 진단에 따라 선정된 주제다. 기업의 밸류에이션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 등을 포괄한 기업가치를 의미한다는 해석도 있다.
VCM은 임병연 롯데미래전략연구소 대표의 올해 산업군별 전망과 그룹의 혁신 실행 방향에 대한 발표로 시작됐다. 배상민 디자인경영센터장이 ‘디자인이 주도하는 혁신(Design-Driven Innovation)’이라는 주제 발표와 함께 디자인 조직 역량 강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신 회장은 VCM에서 '신규시장'을 유독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막바지 그의 발언시간 20분 중 절반을 할애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는 “시대의 변화를 읽고 미래지향적인 경영을 통해 신규 고객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는 데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며 “항상 새로운 고객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지를 우선순위에 두고 생각해 달라”고 주문했다.
성장성이 큰 기업에 인재와 자금이 몰리는 최근 트렌드를 인지하고 롯데 역시 이와 같이 변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기존 시장에서 영업실적을 개선하는 것보다 새로운 시장, 고객을 발굴해 폭발적인 성장성을 시장에 증명해야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신 회장은 또 사장단에게 공감의 리더십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러분은 일방향적 소통을 하는 경영자입니까? 아니면 조직원의 공감을 중시하는 경영자입니까?”라고 물으며 리더가 갖춰야 할 세가지 덕목으로 통찰력, 결단력, 추진력을 제시했다.
◇HR전략도 중점 사안…신동빈 회장, 내외부 인재 융합 강조
VCM에서는 그룹 경영계획, 사업전략 방향 뿐만 아니라 미래 성장을 위한 HR 전략도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HR전략은 롯데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게를 두는 분야 중 하나다.
HR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미래가치 평가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기존 CEO에 대한 평가 기준이 영업실적이나 시장 점유율 등에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신사업 발굴과 신규고객 창출 등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내용이다.
신 회장은 이번 VCM에서 이를 과감히 바꾸겠다고 예고했다. 그는 사장단에게 “그동안 생각해왔던 성과의 개념도 바꾸겠다”며 “과거처럼 매출과 이익이 전년 대비 개선됐다고 해서 만족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또 외부와 내부출신 핵심인재들이 융합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이는 순혈주의를 타파하는 2022년 정기인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롯데그룹은 공채 출신의 롯데맨들이 주로 최고경영진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기인사에서 김상현 유통HQ 대표이사 부회장은 외부 출신 부회장으로 처음 발탁됐다. 안세진 호텔HQ 대표이사 사장도 외부에서 영입됐다.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백화점, 마트, 이커머스사업부 대표들 역시 모두 비(非) 롯데맨이다.
올해 첫 VCM을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에서 실시한 것도 인재경영을 강조하기 위한 의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사장단 회의는 매년 의미있는 장소에서 실시한다"며 "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는 인재에 대한 메시지를 강조하는 이번 VCM에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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