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03일 15: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금융그룹이 삼성생명보험 오너 일가의 소수 지분을 인수하는 것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뒤따른다. 신한금융은 기업과 기업 사이의 '파트너십'의 개념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업계에서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 전략적 투자의 성격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신한금융이 그동안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보험업 확장을 추진해왔고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생명 지분을 15년간 장기보유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그룹 내 자회사들은 최근 대형 사모투자펀드(PEF)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계열회사인 IMM크레딧앤솔루션(ICS)과 손잡고 삼성생명보험 지분에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난주 각 계열사 내부적으로 투자심의위원회가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를 타진하는 지분은 지난해 말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내놓은 1.73%의 지분 중 1% 가량이다.

이번 투자의 형태는 전략적 투자(SI)가 아닌 재무적 투자(FI) 성격을 띠고 있다. 신한금융지주가 삼성생명의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아니라 자회사들이 각자 자산운용 차원에서 펀드에 출자를 하는 개념이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 내 관할 역시 전략이나 재무 부문이 아니라 그룹 내 자본시장 투자를 총괄하는 GIB부문을 주축으로 이뤄졌다.

신한금융은 기업 대 기업의 전략적 협업 차원의 투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최근 KT와 맺은 '핀테크 동맹'과 같은 형태가 되지는 않을 것이란 의미다. 지난달 신한은행은 KT의 지분 5.46%를 4375억원에 취득하고, KT는 같은 금액의 신한지주 지분 2.08%를 취득하는 지분교환을 단행하고 디지털 전환과 생활밀착형 서비스 등에서 전략적인 제휴를 맺기로 했다.

삼성생명 투자는 KT 지분 투자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단순한 재무적 투자 이상의 효과가 기대된다. 신한금융은 삼성생명 지분을 15년 의무보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한금융이 출자를 검토하는 ICS 펀드의 최초 만기는 8년이지만 1년 연장 옵션이 7회 포함돼 있다. 결과적으로 최소 15년에서 최대 20년 지분 동안 보유하는 약정이 가능하다.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 보유하겠다는 건 ICS가 새로 출범하는 롱텀솔루션펀드의 콘셉트다. 그러나 신한금융 입장에서는 단순히 주가 상승으로 인한 차익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라면 이렇게 장기간 보유할 이유가 없다. 신한금융이 인수를 검토하는 주당 가격 또한 삼성생명의 현재 주가와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장기 보유 조항은 차익을 실현해야 하는 투자자에게는 불리하고, 안정적으로 투자를 받아야 하는 피투자 기업에는 유리한 조건이다. 이 경우 보유 기간을 장기로 설정하는 대신 할인율을 높여 지분을 싸게 인수하는 경우도 있는데, 신한금융과 ICS의 삼성생명 투자건은 이처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장기보유를 택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신한금융 내부에서도 삼성생명 지분 투자에 대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가격과 주가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투자로 얻을 실익이 크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내부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검토 중인 가격이면 주가가 조금만 흔들려도 바로 손해를 본다"며 "자산운용 관점에서 적절한 투자인지 모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신한금융이 재무적 관점 뿐 아니라 전략적 관점에서 삼성생명 투자건을 추진하고 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신한금융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보험사 M&A를 시도하는 등 보험부문을 공격적으로 키워왔다.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생명과 합병하면서 생명보험업계 4위 회사로 성장시켰다. 최근에는 외국계 소형 손해보험사인 BNP파리바카디프손보를 인수하면서 보험업 포트폴리오도 채웠다.

당장은 투자여력이나 회사 규모를 고려했을 때 불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신한금융이 삼성생명에 대한 지분율 확대나 인수를 검토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향후 보험부문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1위사인 삼성생명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실제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타계 후 업계에서는 삼성생명 지분 인수에 관심을 보인 금융지주사들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번 투자건은 각사가 펀드를 통해 보유자산을 운용하는 것으로 지주 차원에서 공식적인 파트너십을 맺거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