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기관 재편 논란]금융위-중기부, 벤처금융 두고 10년째 ‘줄다리기’초기육성-투자관리 관할권 이원화로 영역다툼 반복
김규희 기자공개 2022-02-17 08:14:40
[편집자주]
대통령선거를 치를 때마다 금융공공기관은 곤혹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정부조직 개편이 이뤄지고 산하 기관에도 변화가 따른다. 기능에 따른 분리, 통합 등 조직의 명운이 결정되기도 한다. 더벨은 과거 금융공공기관 재편 사례를 살펴보고 이번 대선 과정에서 논의될 사안을 짚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6일 10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2의 마켓컬리, 당근마켓 등 유니콘 기업의 등장은 국내 경제생태계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높은 성장잠재력을 바탕으로 매년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벤처기업은 미래 발전을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벤처캐피탈(VC)금융은 매년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데 이를 둘러싼 정부부처간 갈등은 10년째 지속되고 있다. 벤처금융 주도권을 쥐기 위한 금융위원회와 중소벤처기업부 간 줄다리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 1986년 벤처금융 관할 이원화, 부처 간 갈등 시작
한국의 벤처금융은 지난 1974년 한국기술진흥(현 아주IB투자) 설립과 함께 태동했다. 이어 한국기술개발(현 KTB네트워크)과 한국개발투자(현 큐캐피탈), 한국기술금융(현 산은캐피탈) 등이 설립되면서 벤처금융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이에 정부는 벤처금융 관리감독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으나 부처 간 의견이 갈렸다. 결국 1986년 상공부가 창업투자회사(등록제)를, 재무부가 신기술사업금융회사(인가제)를 맡기로 했고 이때부터 벤처금융 이원화 형태가 시작됐다.
정부부처 간 갈등은 박근혜 정부 시절 본격화됐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국정과제로 내세우며 벤처투자에 대한 관심을 키우자 주도권 경쟁이 한층 심화됐다.
금융위는 2013년 5월 KDB산업은행, IBK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과 한국거래소, 은행권 청년창업재단 등 민간출자자가 1조2000억원을 출자한 ‘성장사다리펀드’를 조성하고 신기술금융회사 규제를 완화하며 영향력을 넓혔다.
당시 중소기업청(현 중기부)은 반기를 들었다. 이미 정부 예산을 유망 창업기업에 출자하는 모태펀드를 운영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 1997년부터 정부 주도 벤처투자사업을 관할하며 사업을 키워온 만큼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 했다.
이에 금융위는 당초 계획을 바꿔 성장사다리펀드의 법적 형태를 자본시장법상 ‘투자신탁’으로 변경해 출범했다.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3월 중기청은 창업지원법 개정을 통해 크라우드펀딩을 도입하려했다. 규제 중심의 자본시장법 아래에서는 창업 기업에 대한 원활한 자금 지원과 소액 투자 활성화라는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반면 금융위는 자본시장 관련 업무인 만큼 금융위가 주무부처로 제도 도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중기청이 발의한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고 같은해 9월 금융위가 크라우드펀딩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 2018년에는 BDC(기업성장투자기구) 설립 과정에서 VC를 BDC 대상에 포함하는지 여부를 두고 맞붙기도 했다.
금융위는 2018년 말 BDC 도입을 추진했다. BDC는 일종의 SPC(특수목적회사)로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비상장기업이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기구다. BDC 성장 인프라를 구축해 비상장기업이 자본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모험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금융위는 운용주체를 현행 자본시장법상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회사로 제한하고 중소기업창업지원법상 창업투자회사와 여신전문금융법상 신기술투자회사인 VC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자 중기부가 반발했다.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VC도 운용주체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동안 VC를 통해 벤처투자 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는데 VC가 BCD 운용주체에서 제외될 경우 금융위에 주도권을 뺏길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난 2020년 3월 VC를 BDC 도입방안에 포함하기로 하고 법안을 국회에 넘겼지만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 권한다툼 ‘현재진행 중’…벤처투자법-자본시장법 시행령 규정 ‘상충’
금융위와 중기부의 주도권 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을 이끌 벤처기업의 성장을 돕기위해 벤처투자촉진에관한법률(벤처투자법)을 제정했다. 벤처투자법을 통해 제2의 벤처붐이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이번에도 금융위와 중기부는 이견을 보였다. 지난해 8월 벤처투자법을 제정했지만 금융사지배구조법 규정과 엇갈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를 두고 양 기관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다.
벤처투자법은 벤처금융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기존에 운영 중이던 벤처기업육성에관한특별조치법(벤처기업육성법)과 중소기업창업지원법(창지법)에 분산되어 있는 벤처투자 관련 내용을 한 데 모았다. 혼재되어 있던 중소기업창업투자조합과 한국벤처투자조합을 떼어내 ‘벤처투자조합’으로 일원화하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VC에만 국한됐던 벤처투자 펀드 설립·운용 주체를 창업기획자,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그동안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는 벤처투자펀드 출자만 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VC와 공동 운용사로 벤처투자 펀드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문제는 자본시장법 규정에 벤처투자법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벤처투자법은 자산운용사가 VC와 벤처펀드를 결성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자본시장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이에 금융위는 자산운용사에 대해 벤처펀드 설립 인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기부는 창업과 초기 육성, 금융위는 자본시장에서 투자관리를 맡으면서 관할권이 이원화된 상황”이라며 “벤처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부분이 있어 벤처기업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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