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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기업 재무관리 비상]'주목받는' 기업 ESG 평가, 재무 변수로 부각⑤ESG 실효성 확대, 재무조직과 연계 불가피...저평가 기업 투자 제한 우려

강용규 기자공개 2022-02-22 07:48:57

[편집자주]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는 형사처벌로 인한 경영책임자의 부재였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잠재해 있었다. 신용도에 문제가 없는 기업이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이유로만 채권 공모에 실패했다. ‘기업 자금줄’을 흔드는 악재로 비화한 셈이다. 채권은 한 단면이다. 유상증자나 인수금융 등 전방위적으로 조달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더벨이 중대재해가 주는 재무적 파장에 대해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후로 잇따른 사고들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가 기업의 재무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중후장대 산업계의 기업들은 ESG와 재무를 별개의 영역으로 취급해 왔는데 이런 경향에도 변화의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특히 ESG 등급이 점차 실효성을 갖춰가고 있는 만큼 ESG 평가기관들의 등급평가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ESG 평가, 투자 척도 활용...기업 재무와 ESG 연결 필요성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의 기업별 ESG 등급평가에 따르면 지난 1월11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를 낸 HDC현대산업개발은 환경 B, 사회 B, 지배구조 B+로 ESG 종합 등급 B를 부여받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B등급은 ‘지배구조, 환경, 사회 등의 모범규준이 제시하는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갖추기 위해 노력이 다소 필요하며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의 여지가 있는’ 상태로 높은 수준의 평가는 아니다.

2월11일 폭발사고가 일어난 여천NCC는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의 50대 50 합작회사로 비상장사인 탓에 종합 등급이 부여되지 않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비상장회사의 경우 금융사의 지배구조 등급만을 공개한다.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뒤로 일어난 두 사고는 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ESG 등급이 낮거나 없는 기업들의 사고이기도 하거니와 ESG를 투자의 척도로 삼는 ‘ESG투자’의 기조가 현실화한 사례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즉 기업 ESG분야와 재무분야의 연관성이 부각되는 결과를 낳았다는 평이다.

여천NCC는 사고 뒤 진행한 2000억원 규모 회사채의 수요예측에서 단 1건의 수요도 확보하지 못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사고 역시 계열사 HDC현대EP 뿐만 아니라 같은 건설업계의 현대건설까지 회사채 발행계획을 미루고 한화건설이 회사채 규모를 축소 발행하는 원인이 됐다.

중후장대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기업의 ESG와 재무를 별개의 분야로 인식하는 분위기가 짙었다. ESG 관련 조직을 설치하거나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비하는 기업들은 여럿 있었으나 CFO를 비롯한 재무라인의 참여는 사례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나 ESG 이슈가 기업 재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오른 만큼 앞으로는 기업들이 CFO(최고재무책임자)를 비롯한 기업의 재무라인을 ESG 관련 의사결정라인에 포함하거나 재무라인과 ESG라인의 공조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SDI는 한 발 앞서 움직였다. 앞서 1일 기획팀 안에 있던 ‘ESG전략그룹’을 CFO 직속 조직인 지속가능경영사무국으로 개편했다. 삼성SDI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일이었던 1월27일 이사회 산하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는데 여기에 CFO 직속의 ESG 담당조직까지 별도로 구축하면서 재무라인과 ESG라인의 연결성을 확보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에도 ESG채권이나 그린본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의 시도가 있어왔던 만큼 기업의 재무분야와 ESG분야는 따로 뗄 수 없는 관계”라며 “기업 재무라인의 ESG활동 참여가 삼성SDI만의 사례로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힘실리는 ESG 평가, 공신력 확대 과제

이번 여천NCC의 회사채 전량 미매각 사태와 건설업계의 자금조달 위축 등을 계기로 투자자들은 채권 발행사의 ESG 현황을 보다 면밀히 들여다볼 공산이 크다. 굳이 ESG 리스크가 존재하는 회사에 투자하는 것보다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것이 낫다는 점에서다.

한편으로는 아직 등급이 없는 기업들 가운데 일부가 ESG경영 관련 준비를 갖춘 뒤 평가기관에 선제적으로 평가를 요청해 등급을 획득하는 등 ‘ESG 이미지’ 부각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등급이 없다는 이유로 나타날 수 있는 저평가 우려를 해소한다는 관점에서도 효과적이라고 분석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실제로 ESG 등급이 없는 비상장사의 등급을 요청하는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비상장사의 등급 평가모형을 별도로 정립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ESG 평가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산업계 일각에서는 ESG 평가와 관련해 ‘기준이 모호하다’며 공신력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내만 따져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뿐만 아니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서스틴베스트 등 자문기관들이 다른 기준을 통해 ESG 등급을 발표하고 있다.

다만 정부가 ESG 평가의 공신력을 제고하는 데 나선 만큼 이 문제는 차차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내 ESG 평가기관들이 자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K-ESG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국내·외 주요 13개 평가기관이 기준으로 삼은 지표들을 분석해 61개의 평가기준을 마련했다.

관계부처 뿐만 아니라 투자기관이나 평가기관 등 각 분야 전문가, 무역협회나 경총 ESG위원회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반영한 만큼 기준의 투명성과 신뢰성은 충분하다는 평이다. 산업부는 글로벌 ESG 트렌드의 변화를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1~2년 주기로 개정판을 발간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한 평가기관 관계자는 “ESG 평가의 정부 가이드라인이 세워진 만큼 앞으로 평가기관들마다 사안별 가중치가 다르다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어도 큰 기준이 달라지는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며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기존 평가기준을 점검하고 이를 등급평가에 반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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