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주총 앞두고 '총괄부사장' 신설한 까닭 박진기 부사장이 겸직, 사실상 연임 수순…김경배 신임 사장 '조력자' 역할 관측
유수진 기자공개 2022-02-23 09:13:59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2일 08: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이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주주총회를 약 한달 앞두고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대표이사 밑에 총괄부사장 자리를 신설하고 컨테이너와 벌크 등 영업과 전략·재무 등을 책임지도록 했다. 기존 컨테이너사업총괄이던 박진기 부사장(사진)이 총괄부사장을 겸직한다.이를 두고 박 부사장의 역할을 키워 신임 대표에 내정된 김경배 전 현대글로비스 사장의 부담을 줄여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해운업 경험이 풍부하고 HMM에 대해 잘 아는 박 부사장이 김 사장의 적응을 돕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 이는 다음달 회사를 떠나는 배재훈 사장과 달리 박 부사장은 연임이 결정됐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2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대표이사 밑에 총괄부사장 자리를 새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 밑에 컨테이너사업총괄과 벌크사업총괄, 전략·재무총괄 등 3개 총괄을 뒀다. 이번 개편에서 벌크사업본부가 벌크사업총괄로 격상됐고, 관리지원총괄이 전략·재무총괄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동시에 기존 대표이사 직속이던 조직 일부도 총괄부사장 밑으로 이동했다. △정보기술실 △인사지원실 △법무실 △대외협력실 등이다. 이전까진 대표 직속 조직이 9개였으나 앞으론 감사실과 안전·보건총괄, 해사총괄 등 3개만 남는다. SWAT실과 러닝센터(Learning center)를 없애고 4개 별실을 총괄부사장 산하로 옮긴 결과다. 해당 내용들은 다음달 2일부터 적용된다.
물론 회사 전체를 총괄하는 건 여전히 대표이사다. 하지만 다음달부턴 '직접' 챙겨야 하는 조직의 수와 범위가 크게 줄어든다. 나머지는 일단 총괄부사장을 먼저 거친 뒤 대표에게 올라간다. 실무진 입장에선 보고 체계가 한 단계 추가된 셈이다. 박 부사장은 총괄부사장을 겸직하며 기존보다 역할이 커지고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HMM이 다음달 정기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조직개편을 실시한 배경에 주목한다. 가장 설득력 있는 건 박 부사장이 올해도 계속 부사장직을 맡기로 결정됐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그게 아니라면 지금보단 주총에서 최고경영진을 새로 꾸린 뒤 개편을 추진하는 게 더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HMM 채권단은 최근 경영진 추천위원회를 열고 김경배 전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내정했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가 김 전 사장에게 집중되며 부사장 내정자에 대해선 일절 알려지지 않았다. 박 부사장 역시 다음달 임기가 종료돼 연임 혹은 퇴임의 갈림길에 선다.
그는 2019년 배 사장과 함께 'HMM 살리기'에 투입된 인물이다. 과거 한진해운에서 컨선전략팀장과 미주지역본부 영업팀장, 트레이드그룹장 등을 역임한 해운 전문가다. HMM이 2000년 초대형 컨테이너선 도입과 얼라이언스 가입 등으로 1조원에 육박한 흑자를 내며 배 사장과 함께 재신임(임기 1년)됐다.
특히 해운업에 잔뼈가 굵어 채권단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과거 채권단이 배 사장과 박 부사장을 함께 추천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배 사장은 LG전자 MC 해외마케팅 담당 부사장과 판토스 대표이사 등을 지내 물류에 정통하지만 해운업 경험은 전무했다.
이 같은 약점을 보완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가 바로 박 부사장이었다. 실제로 배 사장은 사업 전반과 대외 업무를 총괄하지만 컨테이너사업 관련해선 박 부사장에게 모든 권한을 일임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권단이 올해 사장 교체를 추진하는 만큼 박 부사장은 회사에 남아 좀 더 역할을 하도록 하는게 낫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브릿지 역할을 하는 인물이 있으면 신임 김경배 사장이 회사에 적응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조직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보더라도 사장과 부사장을 동시에 교체하진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HMM 조직개편은 총괄부사장이 영업 관련 부분을 총괄하고 CEO가 회사 전반을 살핀다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에 김경배 내정자의 의사가 반영됐을 걸로 보기도 한다. 다음달 주총을 거쳐 정식 선임되지만 채권단 지분이 높아 안건 통과가 확실시 되기 때문이다. HMM 관계자는 총괄부사장 신설과 관련해 "신임 CEO의 업무 공백 최소화를 위해 단행한 조직개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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