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2월 14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 신임 대표이사에 현대차그룹 출신인 김경배 전 사장이 내정되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전 사장은 과거 현대자동차그룹에 오랫동안 몸 담으면서 현대글로비스 대표 등을 역임하는 등 해운업에 대해 정통한 인물로 꼽힌다.

채권단이 그를 HMM 신임 대표로 낙점한 데에는 향후 매각 작업을 염두에 둔 '의도'가 숨어있단 해석이 지배적이다. 나아가 거래 상대방으로 현대차그룹을 고려하고 있다는 시그널이란 시각도 있다.

HMM 채권단은 9일 경영진추천위원회를 열고 김 전 사장을 HMM 신임 대표에 내정했다. 지난 3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배재훈 사장의 임기가 다음달 말 만료되는 데 따른 것이다. 김 전 사장은 10일 저녁 HMM 사장에 내정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경추위는 김 전 사장과 김충현 전 HMM 경영총괄 겸 재무총괄(당시 부사장)을 놓고 고민하다 전자를 택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 전 부사장은 과거 HMM 구조조정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해양진흥공사 측의 추천을 받았으나 최종 후보가 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내용에 정통한 관계자는 "배 사장이 이번 임기를 끝으로 HMM 대표직에서 물러난다"며 "경추위가 김 전 사장을 신임 대표로 결정해 통보까지 마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김 전 사장이 '현대차그룹'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실상 차기 대표의 가장 큰 숙제가 '성공적인 M&A 성사'이기 때문이다. 현재 채권단 관리 하에 있는 HMM은 경영 정상화에 가까워 짐에 따라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HMM의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곳 중 하나다.

경영 성과가 나쁘지 않았던 배 사장을 물러나도록 조치하는 것 역시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물류 전문가인 배 사장은 3년간 HMM을 이끌며 '적자 회사'를 연간 수조원대 흑자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시켰다. 만약 차기 대표의 역할이 경영실적 개선이라면 굳이 교체 카드를 꺼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HMM 인수는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해 거론되는 잠재적 원매자가 많지 않다. 산업은행과 해진공이 보유한 전환사채(CB)만 2조7000억원 어치에 이른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외 선택지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현재로선 11조원에 달하는 HMM의 시가총액을 인수자로서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라 양사 모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업계에는 채권단이 김 전 사장을 매개체 삼아 현대차그룹에 HMM의 새주인이 되달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본다. 현대차그룹과 물류 모두를 잘 아는 그가 연결고리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는 것이다. 현대글로비스를 통한 HMM 인수는 기업가치를 높이고 캡티브 물량 비중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1964년생인 김 전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곧바로 현대차그룹에 입사해 평생을 보낸 '현대맨'이다. 1990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에 입사해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의 수행비서로 10년간 일하기도 했다. 이후 2007년엔 상무 승진과 동시에 그룹 비서실장에 발탁돼 정몽구 명예회장을 보필했다. 현대글로비스 대표로 자리를 옮긴 건 2009년 5월이다. 2017년 말까지 8년 반을 재직했다. 그만큼 해운업에 대한 이해도나 업무에 정통하다는 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은 당연히 향후 진행될 M&A를 염두에 두고 대표를 내정할 수 밖에 없다"며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양쪽 모두에 사인을 보내는 것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고 해석했다.

앞서 이동걸 산은 회장은 HMM 매각을 위해 단계적으로 산은 보유 지분을 처분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올 초 산은 인사들이 관리단에서 모두 빠지고 해양진흥공사 단독 관리 체제로 바뀌기도 했다. 이때부턴 HMM '관리단'이 아닌 HMM '지원단'이라는 명칭을 쓴다.

HMM은 다음달 말로 예정된 주주총회에서 김 전 사장을 사내이사에 선임하는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이후 이사회를 열고 대표이사에 선임하게 된다. 임기는 3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관상 부여할 수 있는 최장 기간이다. HMM 매각 작업이 언제 시작될 지 모르고 거래 종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