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사기 휘말린 신한캐피탈, 본인확인 제대로 안 했다 법원 "형식적 절차만 하고 범행 방치"…되려 피해자에 '공범' 소송 제기
이은솔 기자공개 2022-03-17 08:15:46
이 기사는 2022년 03월 17일 07: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출사기에 휘말린 신한캐피탈이 대출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사기 사건이 촉발된 데는 급조된 업체에 업무를 위탁하고 확인도 없이 방치한 신한캐피탈의 책임이 크다고 봤다.결국 금융사로서 책임을 다하지 않아 대규모 사기까지 이어진 셈인데, 신한캐피탈은 되려 피해자들이 공동불법행위를 했다며 대출금을 갚으라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패소해 2억 여원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신한캐피탈의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체계에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청인과 직접 통화" 주장했지만…범인 '네' 5번에 본인확인 끝
서울중앙지방법원이 1심 선고를 내린 신한캐피탈 대출사기 변제에 관한 민사소송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재판부는 원고 신한캐피탈이 주장한 청구 원인의 상당 부분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선 신한캐피탈은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대출 실행 전 피해자와 직접 통화를 했기 때문에 회사로서는 대출 약정을 체결하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피해자가 대출모집업체와 공모해 대출금을 편취했거나,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해 범죄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실제로 신한캐피탈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사람은 피해자가 아니라 업체 측 공범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신한캐피탈은 대출 신청자에게 해야 하는 본인 확인 절차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A씨가 맞냐" 등의 형식적인 질문만 건넸다. 범인은 개인정보에 대한 확인 없이 "네" 라고 5차례 단답한 게 전부였지만, 신한캐피탈은 본인확인이 완료됐다며 대출을 집행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원고(신한캐피탈)는 여신전문금융법의 적용을 받는 금융사로서 전세자금 대출업무를 취급함에 있어서 기본적으로 금융실명법에 따른 본인 확인의무를 부담한다"면서 "본인인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통화를 이용한 형식적인 본인확인 절차만을 취하고서는 아무런 다른 조치도 취하지 않고 대출승인을 했다"고 책임을 물었다.
피해자가 공동불법행위에 공모했다는 신한캐피탈 측의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피해자 A씨)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금전적 대가도 취득하지 못했고, 모든 증거를 종합해도 사기 행위를 공모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금융사 '책임' 강조한 법원, "선량한 관리자 의무 위반"
법원은 판결문에서 신한캐피탈이 금융회사로서의 책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신한캐피탈이 급조된 무자격 대출모집 업체에 확인없이 업무를 위탁했고,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를 위반해 대출 사기 사건이 촉발됐다고 판단했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의 대출모집인 제도를 통해 금융사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대출모집을 통해 상품을 모집하는 금융사는 불법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집인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접수된 대출의 불완전 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대출 실행 이전 고객에게 본인 확인은 물론 대출모집인이 금지행위를 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신한캐피탈은 대출모집업체가 계약체결 직전 신설된 업체였고 한 번도 거래한 적이 없었음에도 위탁 계약을 체결했고, 대출의 적절성을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
해당 대출건은 임대차보증금 반환 채권을 담보로 한 상품이었다. 업체가 대출을 위해 제시한 서류는 계약 당일 거액의 전세금을 완납하고 바로 계약 기간이 시작되는 등 매우 이례적인 전세계약이었다. 불법대출로 악용될 소지가 높아 필요성을 의심할 만한 여지가 컸지만 신한캐피탈은 현장 확인을 한 차례도 나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출모집업체가 6개월에 걸쳐 같은 아파트 전세계약을 이용한 사기를 반복했지만 단 한 번도 해당 아파트에 사실 확인을 하거나 현장 확인을 하지 않아 범행이 반복되도록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의 소송을 대리하는 임자운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는 "재판부가 신한캐피탈이 대출모집인 관리와 대출심사를 얼마나 엉망으로 했는지를 구체적으로 지적했다"며 "그럼에도 피고가 2억원을 모두 갚아야 한다는 건 도의적으로도 법률적으로도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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