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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본격화 SK에코플랜트, 건설사 IPO 악연 끊을까 중심축 친환경 사업 변모 전략 긍정적, 현대ENG 상장 실패 사례 등 부담도

이정완 기자공개 2022-03-22 07:18:14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1일 13:2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에코플랜트는 2023년 기업공개(IPO) 계획을 알린 뒤 건설보다 친환경 사업을 키우는 전략을 택했다. 다른 건설사들이 상장을 준비하다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과거사를 반면교사 삼았다. 상장을 추진했던 대형 건설사들은 '건설업 성장성'에 대한 자본시장의 의문 탓에 지속해 이를 성사시키지 못했다.

SK에코플랜트의 친환경 중심 에쿼티 스토리(Equity Story)는 자본시장에서도 구미가 당길만한 부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해 건설업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가운데 친환경 사업을 무기로 삼았다. 이번 상장 흥행 여부는 다른 건설사의 향후 상장 전략의 교본이 될 수도 있는 이슈다.

SK에코플랜트는 21일 국내외 증권사에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고 IPO 절차에 돌입했다고 알렸다. 다음달 주관사단을 최종 선정한 뒤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번 RFP 발송은 오랜 기간 준비한 상장 작업이 공식화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SK에코플랜트는 이미 여러 차례 상장을 시도했으나 모두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2010년대 초반 있었던 상장 움직임은 대형 건설사를 휩쓴 중동 플랜트 사업 적자 탓에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2018년 보다 확실시됐던 상장 절차는 같은 해 7월 라오스에서 시공 중이던 댐 건설 현장의 사고로 무산됐다. SK에코플랜트는 상장을 준비할 때마다 본업에서 예상치 못했던 비용이 대거 발생하며 골머리를 앓았다.

일회성 사고 문제가 아니더라도 지금껏 건설업은 IPO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하는 산업이란 점도 걸림돌이 됐다. 10대 건설사 중에선 2000년대 초반 상장한 대우건설을 끝으로 IPO에 성공한 기업을 찾기 어렵다. 포스코건설과 롯데건설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따금 상장설이 흘러나오지만 이렇다 할 움직임이 아직 없다. 상장 주관사까지 선정했던 호반건설도 2020년 상장을 연기했다.

최근에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을 추진하다가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며 철회를 결정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최근 수년간 주택 사업 확대와 플랜트 해외 수주 경쟁력 강화를 통해 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자랑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증시 급락과 비슷한 시기 맞물린 HDC현대산업개발의 광주 화정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사고가 발목을 잡았다.

특히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해 향후 경영 전망이 불투명해졌다는 점도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이 실패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전보다 커지면서 경영 안정성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많아졌다. 이는 건설업 전반에 통용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문제다.

다만 SK에코플랜트는 단순 건설업종의 상장으로만 볼 수 없는 긍정적 면모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친환경 사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ESG 경영을 선포한 뒤 9월 곧바로 수처리·폐기물 전문 기업인 환경시설관리(옛 EMC홀딩스)를 약 1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후 미국 블룸에너지와 협업해 연료전지 사업도 확대했다. 폐기물과 연료전지 사업은 친환경 사업 양대 축이다.

대형 인수·합병(M&A) 성과가 나타나자 지난해 상장 출사표를 던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5월 원래 이름이던 SK건설에서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까지 바꾸며 정체성을 새로이 했다. 안재현 당시 대표이사는 사명 변경을 계기로 사내 인트라넷 영상에 출연해 2023년 기업가치 10조원을 목표로 상장하겠다고 강조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에도 친환경 투자를 지속했다. 폐기물 소각기업 6곳을 약 4000억원에 인수했고 해상풍력 구조물 전문 기업인 삼강엠앤티 경영권 확보에 4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연료전지 사업 파트너인 블룸에너지 지분도 3000억원을 들여 취득했다.

지난 2월에는 환경시설관리를 뛰어넘는 대규모 M&A도 있었다. 싱가포르 전기·전자 폐기물 전문기업 테스 지분 100%를 1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테스는 전기·전자 폐기물 처리 분야에서 완성형 밸류체인을 갖춘 글로벌 기업이다.


IB업계에서도 SK에코플랜트의 변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증권시장에서 저평가 기조가 뚜렷한 건설업에서 상장 전략을 짜기보다 전망이 밝은 환경업에서 기업가치평가를 받는다면 더 높은 가치를 인정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SK에코플랜트의 상장 성공 여부에 따라 건설사들의 상장 전략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ESG 경영 관점에서 시장이 원하는 방향으로 IPO를 준비해왔다고 평가한다”며 “대형 M&A로 인해 자금 투입이 많아 시장에서 일부 우려가 있으나 전처럼 건설업을 유지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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