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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신용평가, 대기업 'ESG평가' 시장 재편할까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과 경쟁, 계열사와 시너지 가능성…신용평가사 추가 진출 '촉각'

이지혜 기자공개 2022-03-24 07:02:17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2일 07: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평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시장의 경쟁구도가 바뀔지 주목된다. 신용평가업계에서 오랜 업력을 쌓은 데다 각 기업의 재무라인과 네트워크도 다져놓은 만큼 선발주자를 거세게 추격할 수도 있다. 현재 경쟁사로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경제연구소, 서스틴베스트가 꼽힌다.

나이스신용평가를 시작으로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다른 신용평가사가 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도 있다. 한국기업평가나 한국신용평가도 SRI채권(사회책임투자채권, ESG채권) 등 ESG금융상품 인증평가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ESG평가사업도 검토해왔다.

◇대기업 ESG평가 시장 3강 구도 깨질까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3개사가 주축을 이뤘던 ESG평가 시장에 변화가 감지된다. 나이스신용평가가 조만간 기업 ESG평가(Corporate ESGComprehensive Evaluation) 방법론을 내고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사들은 과거 회계법인이 주도하던 ESG금융상품 인증평가 시장에서도 선두자리를 차지했는데 이런 양상을 재현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서 신용평가사의 평판은 상당히 높다"며 "글로벌 시장과 달리 국내에서 신용평가사들이 ESG금융상품 인증평가 분야에서 단숨에 선두를 차지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기업 ESG평가 시장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를 중심으로 한국ESG연구소(대신경제연구소의 자회사), 서스틴베스트가 3강 체제를 이뤄왔다. 이들 모두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경영활동을 분석해 등급이나 점수로 제시한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의 타깃도 대기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투자등급 이상인 대기업에서 주로 의뢰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의뢰기업에서 수수료를 받는 수익모델”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산업의 환경(E), 사회(S)적 요소가 기업의 사업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등급으로 제시할 계획이다. 각 기업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측면에서 위험·기회요인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분석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0년 말부터 ESG금융상품 인증평가를 진행해왔다. 이 사업도 투자등급(BBB급 이상) 이상 대기업을 주로 공략한다. 그동안 대기업의 재무라인과 네트워크를 다지고 각 기업의 경영활동을 파악해둔 만큼 ESG평가사업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기존 ESG평가사와 차별화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동안 ESG평가사들은 기업공시와 언론 보도 등 주로 공개된 자료를 기반으로 등급을 산출해왔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다른 ESG평가사와 달리 기업의 실무진과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고 자료를 요청해 확보하면서 한층 깊이 있는 분석을 제공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계열사와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있다. 나이스평가정보와 나이스디앤비 등 그룹 신용조회사는 대기업의 협력사 등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ESG평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나이스P&I 등 채권평가사가 나이스신용평가의 ESG등급을 활용해 지수를 발표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수도 있다.

◇신용평가사 추가 진입 가능성, 나신평 동향 ‘예의주시’

나이스신용평가가 ESG평가사업에서 성과를 낸다면 그동안 기회를 엿봤던 다른 신용평가사도 이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등도 ESG평가사업을 검토해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신용평가3사는 ESG 관련 사업에 있어서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며 경쟁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신용평가사들도 ESG금융상품 인증평가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ESG평가사업을 검토해왔다”면서도 “그러나 기업의 ESG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기까지 좀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사업의 시행은 보류했다”고 말했다.

ESG등급은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객관성과 신뢰도가 높아진다. 비교군를 바탕으로 상대평가를 진행하면서 평가모형과 체계가 정교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용평가사들은 ESG금융상품 인증평가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1년이 지나 아직 충분한 모수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그동안 판단해왔다.

인력 한계도 장애물로 꼽혔다. 현재 ESG금융상품 인증평가 조직은 사업성평가부문 등에 속해 있으며 조직원은 5명 안팎이다. 법적으로 신용평가사업부와 기업정보를 교류할 수 없어 데이터 확보에 적잖은 수고가 든다.

그러나 나이스신용평가는 의뢰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절대평가를 기준으로, 깊이 있게 ESG경영 현황을 분석하면서 이런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비교보다는 ESG데이터의 충실성과 객관성, 보고서의 품질에 초점을 맞춘다는 의미다.

나이스신용평가 관계자는 “정부가 KESG 가이드라인, 환경성평가체계를 발표한 만큼 객관적 평가를 위한 토대가 마련됐다고 판단했다”며 “1년 전과 달리 ESG평가 시장의 성숙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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