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금고 쟁탈전]1200점 만점에 1점 차 당락…'전 항목 두루 갖춰야'②2018년 대비 평가 배점 '합리적' 변경…출연금·예금 금리 여전한 핵심 변수
김현정 기자공개 2022-03-29 07:28:46
[편집자주]
4년에 한번 돌아오는 시중은행들의 최대 기관영업, 서울시 금고 유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출연금 및 대출·예금 금리를 너무 과하게 쓰면 실리 없이 출혈만 심해지고 안정성에 무게를 두면 왕관을 놓치게 된다. 이번 입찰의 쟁점을 짚어보는 한편 5월 서울시 금고를 누가 차지하게 될지 시중은행들의 전략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5일 10: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018년 서울시 금고 은행 심사 당시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점수 차는 1200점 만점에 단 1점이었다. 그만큼 치열하고 경쟁사간 우열을 가르기 힘든 싸움이다.은행 담당자들은 ‘선택과 집중’이 아닌, ‘전 평가부문’에서 고른 점수를 얻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2018년과 달라진 평가 항목에 대한 대응력이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예금 및 대출 금리, 전산망 구축 능력, 녹색금융 실적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아졌다. 여전히 출연금과 서울시에 우호적인 예금 및 대출 금리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2018년 경쟁 당시 103년간 우리은행의 독무대였던 서울시 금고지기 자리가 신한은행으로 바뀌었을 때 양행 모두 입찰 평가에서 1200점 중 1150점 정도의 점수를 받았다. 모두 고득점이었지만 금고 은행의 영광은 신한은행으로 돌아가게 됐다. 마지막 점수 차는 1점이었다.
당시 점수를 매기는 심의위원회는 금융 및 전산전문가, 교수, 공인회계사 등 총 12명으로 구성됐고 각 한명 당 100점 만점으로 은행별로 점수를 매겼다. 각 위원들의 소수점 점수가 당락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그 말은 과언이 아니었다.
2022년 경쟁에서도 6개로 구성된 각 항목 중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다. 선택과 집중 전략보다 전 부문 고른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
평가항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금융기관의 신인도와 재무구조 안정성(25점)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 금리(20점) ▲시민의 이용편리성(18점) ▲금고업무 관리능력(28)점) ▲지역사회 기여 및 시와의 협력 사업(7점) ▲마지막으로 녹색금융 이행실적(2점) 등 총 100점이다. 마지막 녹색금융 이행실적 항목은 ESG경영 시대를 맞아 추가된 신규 항목이다.
지난 2018년 당시와 비교했을 때 은행 재무구조 및 신용도, 출연금 항목에서 총 7점을 줄였고 이를 대출 및 예금 금리, 전산망 구축 능력, 녹색금융 실적에 대한 배점을 늘려 메웠다.
금융기관 신용도 및 재무구조 안정성 항목은 배점이 30점에서 25점으로 5점 줄었다. 사실상 국내 시중은행들의 재무 관련 경영지표는 비슷한 수준으로 상향돼 있기 때문에 변별력이 떨어지는 항목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경영지표현황과 관련한 점수(17점)는 서울시도 명시하고 있듯이 금융감독원의 경영실태평가에서 양호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만점처리가 가능한 부분이다. 더벨 취재 결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모두 금감원 경영실태평가 ‘양호’가 인정된다. 2등급 이상이면 양호에 포함되는데 네 은행 모두 최근 금감원 평가에서 2등급을 부여받은 상태다.
출연금 과잉 경쟁 논란으로 이에 해당하는 협력사업계획 항목도 4점에서 2점으로 2점 축소했다. 다만 이 항목도 여전히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행안부가 과대 출연금에 브레이크를 걸었지만 어쨌든 입찰 경쟁인 만큼 협력사업비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서울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사실상 2018년 신한은행이 입찰에 성공한 것도 출연금 영향이 컸다. 55개의 디지털 혁신 과제와 인천시 및 용산구·강남구 등 금고 운영 경험, 다양한 시 편의 시스템 제공 등에서도 물론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3015억원 규모의 출연금에서 서울시가 신한은행의 강한 열의를 판단했다는 게 업계 공통된 의견이다.
지난번 대비 배점이 늘어난 항목은 금리 항목과 전산망 구축 역량에 대한 항목이다. 신설된 녹색금융 실적은 입찰 참여 은행들 모두 비슷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에 대한 대출 및 예금금리는 18점에서 20점으로 2점이 늘었다. 정기예금 예치금리 및 정기예금 만기경과시 적용금리, 공공예금 적용금리, 자치단체 대출금리 등에서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이 가운데 역시 예금금리를 최대한 낮게 제시하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평균잔액 5조원가량에 대한 이자비용을 서울시가 직접 지급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점수 비중도 높다. 공공예금 금리는 고정금리로, 정기예금은 코픽스 신규에 가산금리를 더해서 산출된다.
대출금리 항목은 4점이다. 비교적 비중이 작은 것은 서울시는 재정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개발 사업 등에 금고은행에 돈을 빌리는 일이 많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전산망 구축 역량을 평가하는 ‘금고업무 관리능력’ 항목에 대한 배점도 3점이 늘었다. 서울시가 시중은행들에 발송한 제안요청서(RFP)에도 전산 항목에 대한 요구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입찰 전이라 구체적 요구 사항을 말할 순 없지만 전산 시스템과 관련해 대부분 시민 편의성 향상과 관련한 서비스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세입세출업무 자금 관리 능력과 금고관리업무 수행능력, 전산시스템 보안관리 등 전산처리 능력, 수납시스템 구축·운영능력 및 계획 등의 세부 항목으로 평가된다. 구체적이고 실효성 높은 계획도 중요하지만 지출 예정인 전산비용 역시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성평가에 대한 부분도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나 바로 차등 식별이 가능한 정량평가에 대한 부분에 고심이 많다”며 “과잉 경쟁이 유도되면서 출연금과 금리 책정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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