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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지주형 구조' 전환 카드 꺼내든 까닭은 기업가치 제고 위한 지배구조 개편 필요, 직접 지주사 전환은 금융 자회사 둘 수 없어 배제

이장준 기자공개 2022-04-01 14:48:59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14: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구현모 KT 대표가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KT그룹 전반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용이하도록 KT를 '지주형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통신업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다른 경쟁력 있는 사업부문을 분사해 그에 걸맞은 몸값을 시장에서 인정받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다만 직접 일반 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2년 이내에 금융 자회사를 처분해야 해 이 가능성은 배제했다.

◇구현모 대표, '디지털 플랫폼 회사' 앞세워 시장과 소통…그룹사 재편 작업도

구현모 KT 대표는 31일 오전 9시 열린 제40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KT를 지주형으로 전환하는 데는 분명히 관심이 있다"며 "앞으로 사업 구조조정 측면에서 봤을 때 지주형 회사로 전환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KT 구현모 대표가 제40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그가 지주형 구조 전환 카드를 꺼낸 건 KT와 자회사들의 경쟁력을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KT그룹은 유·무선통신 외에도 미디어, 금융, 부동산개발 및 공급·임대업, 이커머스, 음원 유통, 경비, 광고, 해저통신·전력케이블 등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지만 KT의 본업인 통신업 비중이 컸고 이에 가려져 성장 가능성이 큰 비즈니스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않았다. 기업가치 역시 지나친 저평가 구간에 머물렀다. 여전히 KT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6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구 대표는 2020년 취임 이후 인공지능(AI)·빅데이터(Big data)·클라우드(Cloud) 등 디지털전환(DX)을 선도하는 디지털 플랫폼 회사로 전환을 선언했다.

그룹사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 작업도 이어졌다. KT스튜디오지니를 새로 만들어 산하에 미디어·콘텐츠 계열사를 배치했다. 원천 지식재산권(IP)을 담당하는 스토리위즈부터 제작(KT스튜디오지니), 유통(스카이라이프, 올레tv), 채널(스카이라이프TV, 미디어지니), 콘텐츠(지니뮤직, KT시즌) 등 KT그룹사 내 밸류체인을 만들었다.

금융 부문에서는 개정된 인터넷전문은행법에 따라 케이뱅크 경영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KT는 올해 케이뱅크를 비롯해 지니뮤직의 자회사 밀리의서재 기업공개(IPO)를 추진해 그룹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는 기존 매출 분류 체계를 변경하기도 했다. 기존 B2C, B2B, 부동산, 단말수익 등으로 구분한 체계를 사업 성격 및 고객에 따라 4가지 사업 영역으로 구분해 시장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투자자들이 KT의 사업을 이해하기 좋게 정리하는 작업의 일환이었다.

*출처=KT

◇지주사 전환 시 금융 계열사 놓쳐…'지주형 구조' 대안, 클라우드가 좋은 선례

그렇다면 KT는 왜 직접 지주사로 전환하는 대신 '지주형 구조'로 전환을 택했을까. 이는 규제 이슈와 맞닿아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제18조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등'에 따르면 일반지주회사의 경우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국내 회사 주식을 소유하는 행위가 제한된다.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지주사를 설립한 날부터 2년 동안 금융사 주식을 소유할 수 있다. 앞서 2017년 롯데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때도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던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등 지분을 매각한 바 있다.

KT 역시 일반지주회사로 전환할 경우 2년 이내에 BC카드나 케이뱅크 등 금융 자회사를 전량 매각해야 한다. 하지만 KT는 이들 그룹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구 대표는 이날 주총에서 케이뱅크는 물론 모회사인 BC카드도 IPO를 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직접 지주사 전환을 선택지에서 배제한 이유다.


지주형 구조로 전환하는 움직임의 대표 사례가 'KT클라우드'다. KT는 클라우드/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 부문을 현물출자해 다음 달 1일 신설법인 KT클라우드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사업의 특성에 맞게 신속하고 유연한 의사결정 체계를 꾸리고 사업 성장을 위한 제휴와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이는 핵심사업을 물적분할한 이후 곧바로 상장해 모회사 가치를 갉아먹는 여타 회사 사례와는 결이 다르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즈니스의 프리미엄을 살려 KT그룹 전체의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 KT는 이번 주총에서 정관 일부를 변경해 주주환원 가능성도 열어뒀다. 기존에는 주주에 대한 배당을 금전과 주식으로 한정했지만 '기타의 재산'을 추가해 향후 자회사 주식을 현물배당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KT 관계자는 "KT가 지주사로 전환하는 건 아니고 지주형 구조로 전환을 고민한다는 의미"라며 "회사와 그룹의 기업가치를 더 높이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고민의 일환으로 봐주기 바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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