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League Table]ECM 분기 거래액 최대, LGES '착시효과'[ECM/Overview] 빅딜 급감한 주식자본시장, 철회·무산 등 양적·질적 후퇴
최석철 기자공개 2022-04-01 07:30:00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15: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2년 1분기 주식자본시장(ECM)은 사상 최대 거래액을 경신하며 지난해에 이어 뜨거운 열기를 이어갔다. 지난해와 달리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든 가운데에서도 세운 기록이다. 국내 자본시장의 새 이정표를 세운 LG에너지솔루션 IPO의 존재감이 컸다.다만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제외하면 IPO 거래액은 1조원도 채 넘기지 못했다. 2021년과 달리 눈에 띄는 빅딜과 중형딜이 크게 줄어든 탓이다. 최근 1년여 동안 매분기 눈에 띄는 증가세를 이어오던 유상증자와 주식관련사채 등도 1분기에 증가세가 꺾이는 등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는 점차 차분해져가고 있다.
연내 등판을 예고한 대어급 딜이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 불확실성이 커진 이유다.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대외적 정치적 리스크 등 변수가 산적한 만큼 시장 분위기는 점차 냉각되어갈 가능성이 크다.
◇2022년 1분기 대비 9조 증가...LGES 제외하면 거래액 감소
더벨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2022년 1분기 유상증자(Rights Offering, RO)와 기업공개(IPO), 주식연계증권(ELB) 딜을 합산한 ECM 거래액은 26조7679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17조2991억원에 비해 54.7%(9조4687억원) 증가했다.
이는 2010년 리그테이블 집계 이래 사상 최대 분기 거래액이다. 직전 최대치는 2021년 3분기 25조9837억원이다. 2022년 들어 증시가 주춤하는 모양새지만 외견상 주식자본시장의 활황세는 지속되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3000선에 머무르던 코스피 지수는 최근 2700선까지 낮아졌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등에 더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외부 악재에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대 거래액을 이끈 건 LG에너지솔루션 IPO다. LG에너지솔루션 IPO 공모액은 12조7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다.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제외하면 1분기 전체 ECM 거래액은 14조179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공모 과정에서도 다양한 기록을 남겼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 2023대 1로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최고 경쟁률을 보였으며 일반 청약 증거금 역시 1경5000조라는 천문학적인 기록을 남겼다. 물론 허수 청약 등에 대한 논란에 불을 지피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당분간 이를 넘어설 후보군이 등장할 가능성도 적어 역대급 랜드마크 딜로 남을 전망이다.
이에 힘입어 IPO 거래액은 폭증했다. 2022년 1분기 13조425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558억원) 대비 5배 가까이 커졌다. 기존 역대 최대 분기 기록이었던 삼성생명이 상장한 2010년 2분기(5조8671억원)를 가뿐하게 넘겼다.
다만 LG에너지솔루션 IPO를 제외하면 IPO 거래액은 1조원도 되지 않는 6758억원으로 증시 침체기였던 2018년, 2019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2022년 1분기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 등의 IPO 딜이 무산되는 등 마냥 시장 분위기가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
유상증자 거래액은 역시 1분기 10조56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1조988억원)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1조5000억원)과 두산중공업(1조1478억원), NH농협금융지주(1조1121억원) 등 조단위 빅딜이 진행되긴 했지만 증시 변동성 확대의 영향을 받은 모습이다.
주식관련사채(ELB) 시장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2022년 1분기 거래액은 2조7805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718억원)와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증시 호황기에 따라 2020년 4분기 이후 매분기 이어오던 증가세는 멈췄다. 전환사채 관련 규정 개정에 맞춰 선제적으로 이뤄지던 발행 러쉬가 일단락된 데다 공모주 시장의 변동성 확대로 공모주 우선 배정 자격을 확보하려던 투자 수요도 주춤했다.
◇IPO 등 빅딜 대기물량 여전...'옥석 가리기' 장세 속 개별딜 성적표 주목
2022년 IPO 빅딜이 줄줄이 예고된 만큼 1분기 기세를 이어갈 가능성도 있다. SK쉴더스와 원스토어 등이 상장예심을 통과해 2분기에 공모에 나설 전망이다. 이 밖에 현대오일뱅크와 쏘카, 마켓컬리, 오아시스마켓 등 올해 IPO를 계획 중이 대어들도 연이어 등판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유상증자 빅딜 출현도 지속될 수 있다. 물론 주가에 영향을 주는 문제인 만큼 계획을 사전에 밝히지 않아 당장 규모 예측은 어렵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숫자와 다르다. 이미 주식자본시장의 호황기가 정점을 지나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는 위기감이 조성됐다. 이미 IPO시장에선 질적으론 부정적 결과물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대명에너지, 보로노이 등은 수요예측 결과 원하는 수준의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상장을 철회했다.
발행사의 대기물량은 여전히 상당한 규모지만 투자 수요측면에서 변동성이 커진 결과다. 금리인상으로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위험자산인 주식 투자 매력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에 당장 증시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우호적 이벤트가 있지 않는 한 당분간 증시 침체는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옥석 가리기 장세가 시작된 만큼 각 기업별로 딜 완주를 위해선 시장 상황을 감안한 치밀한 발행전략이 필요해진 시기”라며 “한동안 빅딜 IPO가 등장하지 않았던 만큼 본격적으로 대어급이 등판하는 2분기 수급 상황이 2022년 전체 발행 실적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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