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 산업별 크레딧 점검]원전 '되찾는' 두산중공업, 인고의 시간 끝났나②화력→친환경 ‘빈 틈’ 채울 카드 부활, 속도에 주목
최윤신 기자공개 2022-04-06 13:11:17
[편집자주]
국가 정책은 기업의 대외환경에 영향을 미친다. 변화에 민감한 크레딧 업계가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책기조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정권 탈환에 성공한 새 정부인만큼 산업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정책기조에도 큰 변화가 예고된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설 산업분야별 신용도 전망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9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새 정부의 출범은 국내 유일 원전 주기기 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신용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탈원전 폐지’ 정책기조에 따른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가 직접적인 트리거다.고된 구조조정을 거친 두산중공업에 대해 크레딧 업계의 시각이 긍정적인 관점으로 바뀌기 시작한 상황에서 새 정부의 출범은 신용등급 개선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상존하는 불확실성이 걷히면 BBB0 등급에 안착하는 것은 물론 BBB+까지 넘볼 수 있을 전망이다.
◇ 구조조정으로 채무 다이어트, 원전으로 현금창출력 커진다
2020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BBB-까지 떨어졌다. 신용평가사 세 곳으로부터 ‘부정적’ 딱지까지 받아 투기등급 강등의 마지노선까지 갔었다. 이후 두산중공업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시작됐고, 신용등급 전망은 점차 긍정적으로 변했다. 현재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은 투기등급 강등에선 안전한 수준까지 왔다.
2020년 6월 이후 BBB-를 벗어나지 못하던 신용등급 개선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달 초 한국기업평가가 ‘BBB0’로 한 노치 상향한 것.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도 ‘안정적(BBB-)’이었던 신용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꿨다.
스플릿 상태지만 개선 방향으로 흐르던 대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원전 사업이 순식간에 황금알을 낳을 거위로 변했기 때문이다.
앞선 등급 변경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원전 사업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었다. 등급을 상향한 한기평은 수주잔고 증가와 고정비 분산 등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탈원전·탈석탄 기조를 승계한 제9차 전력수급계획을 고려할 때, 당분간 국내 원전 신규 발주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붙인 바 있다.
원전 사업에 대한 기대는 막연하지 않다. 신한울 3, 4호기라는 당장의 먹거리가 있다. 1400㎿급 원전 2기를 짓는 이 사업은 2015년 건설이 확정돼 올해와 내년에 각각 준공될 예정이었으나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 기조로 공사가 기약 없이 미뤄져왔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이 재개되면 원자로 터빈 발전기 등 주기기를 공급하는 두산중공업은 7~8년에 거쳐 연간 2000억원 내외의 매출과 수백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금창출능력의 증가는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개선에 필수적인 요인이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등급상승요인의 주요 지표로 순차입금/EBITDA 배수나 총차입금/EBITDA 배수의 충족을 요구하고 있다. 한기평과 한신평은 등급상승 요인으로 7배 이하의 순차입금/EBITDA를, 나신평은 총차입금/EBITDA 8배 이하를 주요지표로 삼있다.
신평사가 세운 기준은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 재무 상황과 차이가 크다. 지난해 말 기준 두산중공업의 순차입금/EBITDA는 12.98배이며, 총차입금/EBITDA 15.78배다.
올해 이뤄진 재무개선의 영향을 감안하면 이 비율은 개선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달 1조1478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이 중 60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과 순차입금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총차입금/EBITDA는 13.8배,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11배 수준까지 나아진다.
배율을 낮추기 위해선 분자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모를 키우는 게 더 유효하다. 또 크레딧 시장에서 두산중공업에 대해 불안하게 여기는 ‘실적변동성’ 또한 완충할 필요가 있다.
신한울 3·4호기 사업 재개는 주요 지표의 분모에 해당하는 EBITDA를 늘리고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원전 사업에서 창출되는 현금이 늘어 지난해 3110억원인 EBITDA가 4000억원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하면 순차입금/EBITDA 배율은 7배 수준에 접어든다.
크레딧 업계는 또 원전사업 재개가 두산중공업의 실적변동성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주요 실적기반인 화력발전 부문의 발주환경이 저하하는 상황에서 가스터빈, 수소, 신재생 등의 사업부문을 키우고 있다. 다만 신사업 부문의 실적입증까진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원전 사업이 이 간극을 메울 것으로 기대한다.
장기적 먹거리인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전망은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새 정부는 차세대 원전으로 주목받는 SMR에도 적극적인 지원을 시사하고 있다. 2019년부터 SMR을 선도업체인 미국 뉴스케일파워에 지분 투자를 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해온 두산중공업에게 지원이 집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 긍정적 영향은 확실, 중요한 건 ‘속도’
두산중공업의 신용등급 개선에 대한 크레딧 업계의 ‘확신’은 아직이다.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따른 기대감이 큰 건 사실이지만 불확실의 영역이 여전히 상존하기 때문이다. 수년간 손을 놓고 있던 원전 사업 정상화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따져봐야 한다.
실제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 논의는 새 정부의 인수위원회에서 이미 시작된 상태지만 연내 재개를 기대하긴 어렵다. 먼저 공사가 재개되려면 정부의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다시 포함돼야 하는데,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올해 말 확정된다.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건 환경영향평가다. 보통 1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기존의 자료를 활용해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단 주장이 나오지만 정확한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다.
지난 5년간 축소된 원전 생태계를 살리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도 미지수다. 정익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2017년 이후 국내 원전산업의 생태계가 축소됐음을 감안할 때 이탈된 인력 확보 및 산업 밸류체인 정비 등을 통한 시장 정상화 단계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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