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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인사체계 대수술]'신의 직장' 떠나 벤처행…20·30대 줄퇴사 원인 ‘임금체계’②획일적 상여에 인사고과 몰아주기도…컨설팅업체 "상여체계 확 바꿔야" 주문

김규희 기자공개 2022-04-05 07:30:23

[편집자주]

‘신의 직장’으로 불렸던 한국은행에서 퇴사자가 급증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와 함께 폐쇄적인 조직문화가 주요 퇴사 원인으로 꼽힌다. 한은은 내부경영 시스템 혁신 필요성에 공감하고 전문 컨설팅사로부터 조직체계 재설계 진단도 받았다. ‘경영인사 혁신 프로젝트’ 보고서에 담긴 개편안과 한은의 인사 혁신 방향을 살펴 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1일 10: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은행 젊은 직원들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10년 전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20·30대 퇴사자가 최근에는 두 자릿수로 늘었다.

한은은 과거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신의 직장’으로 불렸다. 통화신용정책을 총괄한다는 자부심과 함께 높은 임금과 복지혜택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은에 대한 평가가 박해졌다. 무엇보다 임금 수준에 대한 불만이 크다. 타 금융권과 비교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조직문화도 젊은 세대들에겐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한은 떠나 벤처로…"낮은 보수로 박탈감"

지난해 5월 한은 내부는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한 달 새 8명의 직원이 줄사표를 냈다. 대부분이 2030세대 직원이었다. 핵심 부서로 여겨지는 금융안정국과 금융시장국 5년차 직원이 조직을 떠났다.

그들이 향한 곳은 자산운용사와 벤처캐피탈사(VC)였다. IT기업이나 핀테크 기업 등 비은행사로 이직한 경우도 있었다. 스타트업으로 뛰어든 이도 있었다.

그동안 한은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로펌이나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는 많았다. 하지만 정년 보장과 호봉제 월급 등 안정적인 조직을 벗어나 비은행권으로 이직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들이 조직을 떠난 건 ‘박탈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030세대 직원들은 어려운 시험을 뚫고 입행에 성공한 엘리트지만 타 금융권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고 있다.

한은 한 직원은 “한은 입행을 위해 몇 년간 따로 스터디를 꾸려 공부했는데 첫 월급을 받고 ‘현타’(현자타임)가 왔다”며 “다른 금융공공기관에 다니는 대학 동기와 비교하니 ‘무얼 위해 그렇게 열심히 했을까’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은의 임금 수준은 타 금융공공기관 대비 상대적으로 낮다.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비교해도 차이가 난다. 2020년 기준 산은의 1인당 평균보수는 1억1200만원이지만 한은은 1억원 수준이다. 신입직원 초봉 역시 산은은 5000만원이지만 한은은 4900만원에 머물렀다.

과거엔 한은이 산은보다 높은 임금을 받았다. 한은은 수년째 0~2% 수준의 임금인상률에 묶이면서 평균 임금이 1000만원 가량 낮아졌다. 연봉이 낮아진 것은 자존심에도 상처를 입히는 일이다.

성과급 체계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은을 떠난 한 직원은 “일을 잘하든 못하든, 열심히 하든 게으름을 피우든 똑같은 정기상여금을 받는다”며 “인사 고과 몰아주기도 일상적으로 일어나는데 그런 환경에서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머서, 보상체계 재정비 제안…평가상여금 차등 지급 확대

한은도 젊은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퇴임한 이주열 총재 역시 송별간담회에서 “임금 수준과 관련해 직원들이 불만이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또 실제로 한은 직원들의 급여 수준이 비교가 가능한 여타 기관 대비 낮은 것도 사실”이라며 “재임기간 중 이를 개선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고 직원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경영인사 혁신 프로젝트’ 컨설팅을 맡고 있는 머서는 임금보상체계를 재정비하는 혁신안을 제시했다. 보상 항목별 의미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기본급과 직책급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가 상여금 평가등급을 기존 4단계에서 3단계로 재편하고 등급에 따른 차등 지급률 조정안을 마련할 것을 조언했다.

그동안 한은은 S·A·B·C등급으로 나눠 평가 상여금을 차등 지급해왔는데 대부분의 직원이 B를 받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별 차이가 없었다. 몇 안되는 S·A등급은 ‘고과 몰아주기’ 문화에 따라 고참에게 부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장기적으로 고정성 평가 상여금을 축소하기 위해 등급별 차등 지급률을 확대하는 방안도 보고서에 담겼다.

아울러 직책급 지급을 통해 직책자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보상으로서의 메시지를 명확화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머서는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해 직원들의 불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상을 통한 동기부여를 위해 평가상여금의 지급률 차등 확대는 분명 필요하지만 평가 객관성 및 수용성 확보가 우선적으로 수반되어야 한다고 했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기업 특성상 머서가 제시한 혁신안은 다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성과급 차등 지급은 성과 측정의 객관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발권국 등 성과 측정이 애매한 곳은 평가자의 주관이 개입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 관계자는 “여러 차례 공청회를 들으면서도 직원들끼리도 의견이 갈린 부분이 많다”며 “성과연동 보수체계는 단순하게 접근할 게 아니라 순환보직, 조직구조, 지역배치 등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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