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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C현산 EOD 가능성, '뒷짐지는' 신용평가사 영업정지 처분 예의주시 입장, 등급하향 검토만…법리적 해석 부담, 평정 '안이' 지적도

이지혜 기자공개 2022-04-11 07:43:09

이 기사는 2022년 04월 06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신용평가사의 레이팅 액션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서울시로부터 8개월 영업정지를 받으면서 기한이익상실(EOD·Events of Default)이 현실화, 신용등급에 조치를 취해야하기 때문이다. 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

관건은 ‘언제’, '누가 먼저' 할 것이냐다. 일단 신평사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을 등급하향 와치리스트에 올려 유지하고 있다. 또 스페셜 리포트를 발표하며 영업정지 처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두고 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한이익상실 가능성까지 불거졌는데 신평사들이 와치리스트 등재만 유지한 것은 안이한 대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HDC현산 ‘악화일로’…신평사, ‘와치리스트’ 유지

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가 HDC현대산업개발을 'A+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와치리스트)'에 3개월째 올려뒀다. 와치리스트에 오르면 일반적으로 6개월 안에 등급이 조정된다. 1월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현장의 붕괴사고가 직격탄이 됐다.


석달 만에 상황은 더 악화했다. 기한이익의 즉시 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철거건물에서 발생한 붕괴사고로 영업정지 8개월 처분을 받으면서다. 사채관리계약서에 따르면 감독관청에서 ‘중요한 영업’에 대해 정지 또는 취소처분을 내리면 이는 기한이익이 즉시 상실된다.

위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따른 처분을 추가로 받아야 한다. 서울시는 등록말소 등 강력한 처분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나이스신용평가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추가 행정처분이 결정될 때까지 와치리스트 등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른 신평사도 비슷한 기조인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도 영업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동시에 행정처분 취소소송까지 제기했다.

신평사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해석이 분분한 부분이 있어 당장 기한이익이 상실됐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며 “법원이 가처분 신청이 인용될 수도 있어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례없다’, 유동성 고려한 신중론?…‘안이한 대처’ 지적도

영업정지 처분으로 기한이익상실 등이 발생한 전례가 없어 신평사가 등급 강등에 신중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과거 태영건설이나, KCC건설, 코오롱글로벌, 쌍용건설 등도 산업재해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지만 여기에 기한이익 상실을 주장한 투자자는 없었다. 당시 건설사들은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한편 항소·상고를 거쳐 법정다툼을 벌인 끝에 영업정지 처분을 실행했지만 투자자들은 끝내 잠잠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일단 사채권자의 회사채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할 수 있을 만큼의 현금을 확보해뒀다. 덕분에 신용등급 강등까지 시간을 벌었다는 해석도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신용평가3사 모두 와치리스트 등재 사유와 모니터링 요소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유동성 대응력과 사업경쟁력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힌 것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좀더 지켜보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이 더 나빠졌는데도 신평사가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업, 재무적 리스크에 더해 기한이익상실 이슈까지 불거졌는데 HDC현대산업개발을 와치리스트에만 올려두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칫 신평사의 평판 리스크로도 번질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례가 없고 법적 논란의 여지가 많다는 이유로 신평사가 레이팅액션에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A급에서 부도가 발생하면 신평사의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신평3사, 등급 강등 타이밍 재나

신평사가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 강등을 놓고 타이밍을 재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은 단순히 당장 돈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져 결정짓는 게 아니다”며 “영업과 실적, 재무적 전망을 두루 살펴 장기적 상환능력을 보기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도 강등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신평사들이 일단 신중론을 내세우되, 내부적으로 등급 강등을 위한 논리를 체계적으로 세우고 있다는 해석이다. 계약서 문구에 ‘중요한 영업’ 등 법리적 의견이 엇갈리는 점도 신평사의 신중론을 부추기는 요소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 처분이 기한이익의 즉시상실 사유이긴 하지만 기한이익상실 시점이 행정처분을 받은 때인지, 효력 발생 시점인지 논란이 있다”며 “계약서에 명기된 ‘중요한 영업’도 해석의 여지가 많아 신평사의 부담도 클 것”이라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물론 사채관리회사, 일부 자산운용사까지 영업정지 처분을 놓고 법적 검토작업에 착수했다. 아직 발행사와 투자자의 의견이 모이지 않아 신평사들이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평3사 중 누가 먼저 등급 강등의 총대를 멜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올 1월 가장 먼저 HDC현대산업개발을 와치리스트에 올린 곳은 나이스신용평가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러나 실제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데 있어서는 순서가 바뀔 수도 있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한국기업평가가 건설사 신용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왔지만 누가 먼저 HDC현대산업개발의 등급을 강등할지는 미지수"라며 "일단 한 곳이 등급을 내리고나면 다른 곳도 곧바로 레이팅액션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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