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세 승계구도 해부]제일건설, 자회사 성장과 소멸…내부거래의 그림자③핵심 기업에 일감 몰아주기 탓 계열사 실적 급등락
신준혁 기자공개 2022-04-14 07:59:36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2일 16: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일건설이 과거 수도권과 신도시에서 분양 완판을 기록할 때는 계열사들도 높은 실적을 달성했다. 그런데 이들 기업은 수년 전부터 돌연 영업활동을 중단해 마이너스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을 보였다.원인은 내부거래에 있었다. 그룹 간판인 제일건설로 일감을 몰아주면서 발생한 현상이다. 이에 따라 계열사의 실적도 급등락을 반복했다. 문제는 그 고리를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2세 승계의 중심에 있는 제일건설에 대한 사업 의존도는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결국 이를 해결하는 게 최대 현안 중 하나다.
◇2010년 들어 급성장 후 24위 반열, 이면에 일감 몰아주기
제일건설의 전성기는 2010년대 중반이다. 이 시기 광주·전남지역을 벗어나 수도권으로 활발하게 진출했다. 현재 호반건설과 중흥건설에 이어 광주지역을 대표하는 건설사로 불릴 정도로 성장했다.
매년 사업 영역을 확대해 전국에 이름을 알렸다. 2014년과 2015년 세종시 '제일풍경채 에듀파크'와 '제일풍경채 센트럴' 등 1100여 가구를 시작으로 대구에서 6100여 가구를 수주했다. 인천에선 10개 단지, 1만1000여 가구를 수주했고 세종시에는 3000여 가구를 공급했다.
2020년을 기점으로 주택 브랜드 풍경채 디자인을 변경하고 BI 상표권을 출원하며 주택사업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BI 변경 후 성남 판교에서 3개 단지, 1500여 가구를 공급했다. 이후 서울 항동 제일풍경채 포레스트를 공급한데 이어 고덕강일 제일풍경채를 시공하고 있다.
매출은 대부분 공사과 분양수입에서 발생했다. 수입비율은 각각 5대 5 수준이다. 그 중에서도 주택사업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간간히 공원이나 도로건설공사 등을 수주했지만 주상복합과 공동주택, 임대주택 등에서 대부분 매출을 일으켰다.
분양완판에 힘입어 실적도 매끄럽게 성장했다. 매출은 2014년까지 2000억원대에 머물렀지만 2015년 5100억, 2016년 1조227억원, 2017년 1조1904억원을 기록했다. 2016~2018년 3년 연속 1조원의 매출을 거뒀고 2019년 9700억원으로 잠시 떨어졌다가 2020년 다시 1조1431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재무지표도 덩달아 좋아졌다. 2014년 말 기준 100%대였던 부채비율이 2020년 말 40%까지 낮아지며 60%포인트 줄었다. 중견 건설사 중 최저수준을 나타냈다. 차입금과 대출 비중이 높은 건설사로선 상당히 낮은 수치다. 단기차입금과 순차입금비율은 한자리수를 지켰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는 24위를 기록해 동부건설과 금호건설, 서희건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10년 순위가 88위였던 점과 비교하면 10년 사이 60계단 이상 오른 셈이다.
◇일감 대다수 제일건설로…계열사 수백억대 매출 등락
정작 이 기간 상당수 계열사들이 사실상 '좀비기업'이 됐다. 우선 제일건설의 종속기업은 10개 남짓이다. 제일풍경채와 영우홀딩스, 세종화건설이 핵심 계열사다. 이들 기업은 제일건설이 급격한 성장을 거둔 2015~2018년 수천억원 대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다 최근 몇년 사이 매출 '0원'을 기록하거나 외감법인에서 제외되는 등 사세가 크게 기울었다.
업계에선 이같은 실적 등락을 중견 건설사의 고질적인 한계점으로 보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 상당수가 계열사들을 공공택지 입찰에 대거 참여시켜 사업권을 따낸 후 시공계약을 핵심 기업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외형을 불리고 있다. 이후 해당 회사는 영업활동을 따로 하지 않아 매출이 급감하는 구조다. 사업권을 따내는 용도로 세워진 기업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세부적으로 보면 제일풍경채는 과거 시공부문을 현재 제일건설로 떼어준 후 종속기업으로 남아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했다가 매출 0원으로 전락한 곳이다. 2019년말 기준 매출 1200억원 중 720억원이 특수관계사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매출 추이를 보면 2014년 281억원에서 다음해 640억원으로 2배 이상 늘었다. 그러나 2017년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시공공사나 분양수익을 아예 거두지 못한 셈이다.
세종화건설은 2015~2016년 1000억대 매출을 기록했지만 이후 3년간 1억원 미만의 매출에 머물렀다. 영우홀딩스의 경우 2015년 17억원에서 2018년 1023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2019~2020년 900만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창암종합건설은 2015~2018년 1000억원대 매출을 올렸지만 2019년부터 매출 '0원'을 신고하고 있다. 2020년에는 외감법인 기준을 충족하지 않아 따로 사업보고서를 공시하지 않았다. 제일에셋은 2016년 872억원의 매출을 신고한 후 5년간 매출 '0원'을 기록하고 있다.
제일건설은 이에 대한 특별한 해소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들 계열사를 앞세워 벌떼입찰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정치권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머지 않은 시점에 이들 계열사의 청산 절차를 동시에 벌일 가능성이 엿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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